[129호] 훌륭한 목수는 나무를 버리지 않는다
[129호] 훌륭한 목수는 나무를 버리지 않는다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21.11.09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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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두 개가 문제였다. 중국 위(衛)나라에 구변(苟變)이라는 사람이 관리로 있을 때 백성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계란 두 개를 받아먹은 적이 있었다. 이 일을 알게 된 위나라 군주는 그를 멀리했다. 그런데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위나라 군주에게 구변을 천거하면서 “그의 재능이 능히 전차 500승(乘)을 거느릴 만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군주가“나도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오. 하지만 그는 부정을 저지른 바가 있어서 그를 쓰지 않는 것이오.”라고 대답했다. 자사는 “성인(聖人)이 사람을 골라 쓰는 것은 마치 목수가 나무를 쓰는 것과 같아서 좋은 부분은 취하고 나쁜 부분은 버리기 때문에 구기자, 가래나무같이 두 아름이 되는 나무는 몇 자 썩은 부분이 있어도 훌륭한 목수는 나무를 버리지 않습니다. 오늘날 군주께서는 나라가 전쟁 중인 세상에 나라를 지키는 요긴한 신하를 뽑고자 하시면서 계란 두 개 때문에 좋은 장수를 버리시겠습니까. 이 같은 소문이 이웃 나라에 퍼지지 않도록 하소서.”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깨달은 위나라 군주가 구변을 등용했다고 한다. 통감절요(通鑑節要)에 나오는 취기소장 기기소단(取其所長, 棄其所短)의 이야기이다. 2000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무총리,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헌법재판장.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등이 있을 때마다 국회가 시끄럽다.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통감절요가 생각이 났고 ‘함리스 에러(Harmless Error)의 원칙’도 떠올랐다. 이 원칙은 과오가 있어도 그 행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크지 아니한 경우, 덮어두자는 매우 인간적인 원칙을 말한다. 물론 잘못된 과거 행위나 가치판단은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거시적으로 보아 국가와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정도가 아닌 경우, 오히려 과오를 포용(包容)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나는 더 큰 손실의 결과를 놓치지 않는 관용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장을 지낸 로저 트레이너 판사는 ‘함리스 에러 원’에 비추어 덮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라면 더 큰 국익을 위해 국민이 이를 덮어주는 아량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함리스 에러 원칙’을 많이 적용했다.

우리나라 국회는 능력을 보는 게 아니고 개인의 흠을 찾아내 낙마시키려고 애쓴다. 요즈음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들은 자기 정책을 말하지 않고 남의 흠만 찾는다. 예수님께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요8;7)고 하시며 ‘무결점심판’의 오류를 깨우쳐 주셨다. 청문대상자가 자신을 제일 잘 안다. 구차하게 자리에 연연하려다 망신당하는 것보다 스스로 잘못이 있으면 퇴진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또, 지탄받아야 할 사람이 거꾸로 지탄하고 있지는 않은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지 않는지 과연 국회의원 자신은 깨끗한지 묻고 싶다.

중국춘추전국시대의 범여(范蠡)는 20년간 와신상담의 괴로움을 월왕(越王) 구천(句踐)과 함께 맛보며 마침내 원수의 나라 오왕(吳王) 부차(夫差)를 쳐부수었다. 범려는 그만큼 군사, 정치적으로 뛰어난 월 왕 구천의 신하였다. 그러나 오를 멸망시킨 범려는 “내 할 일을 끝냈으니 떠나겠다.”하고 붙잡는 월 왕 구천을 뿌리치고 떠난다. 그때에 남긴 말이 “날아다니는 새가 없어지면 좋은 활은 감추어지고 날쌘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는 보신탕으로 삶아진다.(免死狗烹)”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적국이 망하면 책략이 뛰어난 신하는 소용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제(齊)나라 땅으로 갔다. 이름도 치이자피(鴟夷子皮)라고 바꿨다. 이름을 바꾼 그는 바닷가를 개간해서 수억만 금의 재산을 모았다. 제나라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보고 억지로 그를 모셔다 재상을 삼았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 사임, 모든 재산을 측근들에게 나누어주고 도(陶)나라 땅으로 가 도주공(陶朱公)이라고 다시 이름을 바꿔 장사를 해서 또 막대한 돈을 모았다. 또다시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떠났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대목이다.

남이 잘되는 것을 내 잘되는 것처럼 생각하면 세상이 천국으로 변할 것이다.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배 아파하면 건강에도 안 좋고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하나님께서도 복을 주시지 않을 것이다. 베풀면 분명히 더 큰 것이 온다. 끌어내리려만 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주는 문화가 크리스천 세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왜 범여(范蠡)같은 사람이 없을까?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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