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누구를 위한 법인가요?
[텔레이오스] 누구를 위한 법인가요?
  • 김희룡 목사
  • 승인 2021.10.25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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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항공업과 여행업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 여파로 가장 먼저 해고된 사례는 아시아나 항공사의 항공기 청소와 물류를 담당하던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일방적인 해고를 단행했기 때문에 부당해고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소송의 결과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 그리고 회사측에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하며 벌써 3번의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법적인 정당성은 넘치도록 증명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승복하지 않고 2심과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일반 소송에서는 3번의 소송으로 승소와 패소가 결정이 되고 법적인 집행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노동계에서는 법원 소송 이전에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이러한 절차가 생긴 취지는 노동자의 해고와 같은 문제는 즉각적으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위원회의 판결에 당연하다는 듯 불복함으로써 3번의 소송으로 끝날 문제가 무려 5번의 소송으로까지 길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자를 위한다고 생겨난 법이 오히려 노동자의 삶을 위험으로 내몰고 사용자인 회사는 시간을 끌며 노동자를 괴롭힐 수 있는 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성경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가복음 9장에 보면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남편이 아내를 버리는 것이 옳습니까?” 예수님이 반문하십니다. “모세의 율법은 뭐라고 하더냐?” 그러자 바리새인들의 대답이 이러했습니다. “모세는 이혼증서를 써주면 아내를 버려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또 이러했습니다. “모세는 너희의 완악한 마음 때문에 이 계명을 써서 너희에게 준 것이다.”

예수님의 마지막 대답을 좀 더 문자적으로 번역하면, “모세는 너희의 완악한 마음을 입증하기 위하여 이 계명을 써서 너희에게 준 것이다.” 다시 말해 이혼증서라는 법적 절차는 이혼의 정당성을 규정한 법이 아니라 이혼증서 한 장으로 사람을 물건처럼 쓰다 버리고 싶어하는 자들의 완악한 마음을 폭로하는 고발장이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거리 농성이 무려 500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지난 3번의 소송에서 모두 승소함으로써 법적인 정당성을 넘치도록 증명한 노동자들이 이렇게 긴 세월을 거리에서 보내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회사는 이미 3번의 소송에서 모두 패소함으로써 법적인 정당성이 전혀 없다는 판결을 받고도 대법원의 판결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그게 법이라는 겁니다. 회사의 고집으로 대법까지 소송이 늘어지는 이 과정이 증명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아니라 노동자를 아무때나 쓰다 버리는 물건처럼 취급하고 싶어하는 회사 측의 완악한 마음을 폭로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소송이 길어지는 시간만큼 곧 회사의 비정하고 완악한 마음이 폭로되는 시간 또한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부디 회사는 지난 3번의 소송이 판결한 바와 같이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부당했음을 인정하고 법에 따라 복직시키기 바랍니다.

김희룡 목사

성문밖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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