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샘물] 마라나타
[영혼의 샘물] 마라나타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21.10.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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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선친께서 처음 미국에 유학하실 때가 1953년이었다. 한국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 모두가 찌든 가난 속에 살아갈 때, 어머니는 아무런 대책이 없이 아버지를 권유하여 미국으로 가시게 하셨다. 아버지도 가족부양의 대책은 전혀 없으신 채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르셨다. 이때 어머니와 우리 사남매는 엄청난 고생을 하였다. 매일 끼니 걱정을 해야 했고, 땔감이 없어 미군 부대 하수구에서 흘러나오는 폐유를 숟가락으로 떠모아 사용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동안 어머니는 아주 작은 집을 지으셨는데 큰 아버지와 함께 손수 집 마당에 우물을 파기도 하셨다. 아버지께서 석사 공부를 하시는 동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는 한국에 나오실 수가 없으셨고 장례를 마친 다음에야 소식을 들으셨다. 아버지는 늘 할아버지의 장례를 모시지 못한 것이 큰 불효라고 하셨다. 할머니와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장례를 모시지 못한 불효를 다시 하면 안 된다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공부를 미루더라도 다시 미국에 가지 말라고 하셨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의 박사학위 공부를 위하여 떠밀 듯 미국으로 다시 보내셨다. 아버지가 계셔서 조금 편할쯤 되어 우리 형제들의 고생은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어릴 때 뭘 사달라고 졸라대면 어머니는 “아버지 오실 때 가지고 오신다”고 하셨다. 그때는 아버지만 오시면 모든 것이 원대로 이루어지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미국에서 돌아오실 때 가지고 오신 짐 안에는 책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오셨지만 우리 집에 변한 건 별로 없었다.

한국전쟁이 정전 된 후 한국교회의 분위기는 절망적이었다고 하기보다 염세적이었던 같다. 아버지가 미국에 가시고 계시지 않는 동안 우리 형제들은 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어머니께로부터 예수님의 재림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대속하신 구주께서 구름 타고 오실 때”, “천지가 진동하며 햇빛 흐리고” 등 재림 찬송은 우리집 가정예배의 주제가였고, 재림에 대한 성경을 거의 매일 읽었다. 얼마나 재림을 많이 말씀하셨던지 나는 꿈에 예수님이 우리 집 지붕 위에 서 계시는 재림의 꿈도 꾸었다.

오랜 후에 나는 어머니께 여쭈었다. “왜 어릴 때 매일 재림 얘기를 하셔서 어린 우리들을 공포에 물아넣으셨습니까?” 그 때 어머니께서는 한국전쟁 후에 다시 공산군이 쳐내려온다면 목사의 자녀인 우리 형제들이 제일 먼저 처형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죽어도 하늘나라에 가야 하기에 재림을 강조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는 우리 집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예수님의 재림을 간절히 갈망하던 때였다. 전쟁 후에 나라는 폐허가 되고, 부모를 잃은 고아는 길거리에 넘쳐나고, 피난민과 이산가족의 한숨소리는 나라를 채우고, 매일 끼니를 걱정하는 소리가 집집마다 들릴 때였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에 가장 귀에 익숙한 찬송이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었다. 심지어 야외예배와 같은 즐거운 시간에도 빠지지 않고 부르던 찬송이 이 찬송이다. 부흥회 때는 재림이나 요한계시록이 중요한 주제였고 소위 은사집회를 많이 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재림신앙은 내 신앙의 든든한 뿌리이다. 예수님의 재림을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좋은 것은 이 까닭이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나는 이 길을 가리라” 찬양할 때마다 예수님의 재림을 꿈꾼다. 이 찬양의 “나의 가는 이 길 끝에서 나는 주님을 보리라”라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핑 돌만큼 그 날이 기다려진다. 예수님은 약속대로 분명히 나를 기다리고 계실 재림의 주님이시다.

‘마라나타’, ‘주 예수님이 오십니다’라는 말은 초대교회 성도들의 인사였다. 이 땅의 교회는 환영이 아니라 박해 가운데 세워지고 잘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박해 가운데 그들의 희망은 예수님의 재림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대망하던 재림은 한국전쟁 후에 우리들의 간절함에 비할 바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너희가 보는 대로 다시 오시리라”는 말씀대로 보는 데서 하늘로 올라가신 주님은 그들이 보듯 그들이 살아있을 동안 다시 오실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속히 오실 주님을 대망하며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려고 선교에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그들은 만날 때마다 간절한 소망을 담아 ‘마라나타’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마라나타’의 인사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차례이다.

이성희 목사
(연동교회 원로, 가스펠투데이 명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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