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 (19) - 3중 통역이 필요해
아라우의 후예 (19) - 3중 통역이 필요해
  • 이철원 집사(전 아라우부대장, 예비역대령)
  • 승인 2021.10.19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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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한반도 크기의 1.3 배에 달하는 국토면적에 인구가 1억 명에 달하며,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국토의 특성상 각 지역별 색채가 뚜렷한 편이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많은 섬으로 구분되어 국민적 통합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필리핀에는 다른 지역과 의사소통이 제한되는 수십 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필리핀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스페인과 미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민지배 언어로 스페인어와 영어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영어가 필리핀의 공용어 중 하나가 된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제 36년의 식민통치를 받으며 한글에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처럼 필리핀의 식민 지배 언어였던 스페인어와 영어는 필리핀 현지어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필리핀에서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되는 따갈로그어의 경우 영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래서 따갈로그(Tagalog) + 영어(English)인 따갈리쉬(Tagallish)에 가깝다. 따갈로그어는 수도인 마닐라를 포함하여 북쪽 루손 섬 일대에서 사용되는 현지어 중 하나이다.

졸업식에서 현지통역인
졸업식에서 현지통역인

학교 교육이 영어와 따갈로그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업 수준이 높을수록, 공공기관에서 근무할수록, 영어와 따갈로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한국군 파병지역인 레이테주는 필리핀 중부지역 언어인 비사야스어를 사용하였으므로 시골로 들어갈수록 영어를 하는 주민이 거의 없었고 방언도 너무 심하여 의사소통이 제한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복구작업과 주민 친화활동 간에 접촉하는 현지 지역주민들과는 영어와 따갈로그어로 완전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나는 부대장으로서 접촉하는 인원의 대부분이 필리핀 군과 경찰, 행정관리이므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주민들을 접촉해야 하는 주민친화, 의료지원 인원은 의사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의무대는 진료를 위해서 환자로부터 증상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보니 진료인원과 환자 모두 답답해하였다.

의료지원시 현지 통역인
의료지원시 현지 통역인

한국어-영어-비사야스어 3중 통역을 거쳐야 환자의 진료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격오지 마을로 진료를 갈 때마다 현지에서 영어를 비사야스어로 통역해 줄 인원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인원이 드물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비샤야스어를 하는 필리핀 군의 도움을 받다가 영어와 비사야스어 통역이 가능한 주민을 고용하게 되었다. 태풍피해 직후의 혼란한 상황 속에 범죄자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원이 지원할 수도 있으므로 주지사를 만나 한국군의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통역을 선발해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영어와 따갈로그어, 그리고 비사야스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 가능한 대학졸업자로 선발해 주면 좋겠다는 조건과 함께 임금은 태풍피해 이전 성인 노동자 일당을 감안하여 하루 10달러(만원) 정도를 제시했다. 금액으로 보면 현지 근로자에 비해 큰 임금을 주는 것은 아님에도 레이테 주에서 추천한 지원자를 받아보니 예상보다 자질이 무척 뛰어났다.

필리핀군 통역지원
필리핀군 통역지원

우리는 이들 지원자에 대해 필리핀 정보부대의 신원조회를 통해 1차 검증을 한 후 부대에서 면접을 통하여 6명을 선발했다. 다행히 부대에 근무했던 모든 통역요원이 한국군과 함께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특히, 고무적이었던 것은 이들이 아라우부대를 응원하는 가장 우호적인 인원이 되어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부대를 홍보했으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부대활동을 필리핀 전역으로 전파했다.

현지 고용인 모두가 아라우부대와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겁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장병들이 편견 없이 이들을 동료로서 인격적으로 대하고 진심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아라우부대를 위한 든든한 홍보맨이자 강력한 응원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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