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친구라는 것을
보여줄 구체적인 현장이 있다."
이 글은 지난 8월 12일자 본보에 실린 필자의 칼럼 ‘차별을 반대하는 방법’의 속편이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차별 금지법’과 ‘평등법’을 동성애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사안에 관해서 한국 교회의 일부 외에 대다수가 같은 입장에 서 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교회는 사회적으로 이미 상당하게 자신에게 덧씌워진 프레임을 탈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교회가 차별 금지나 평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 금지나 평등이라는 미명으로 진행되는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가 사회 현장과 삶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차별을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기독교가 이 땅에 전해지던 초기부터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며 차별 철폐에 힘써왔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언제부터인가 교회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성공주의와 번영신학이 한국 교회에 깊숙하게 파고들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는 심각할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정직하게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진실한 마음과 용기 있는 행동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고 그들이 받고 있는 차별을 반대하고 있는지 말이다.
교회가 차별을 거부하고 사회적 약자의 친구라는 것을 보여줄 구체적인 현장이 있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서구의 서진학교를 다룬 다큐 영화 ‘학교 가는 길’에 관한 얘기다. 이 학교 설립과 관련된 갈등이 2017년에 사회적으로 크게 관심을 끌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해 3월에 학교가 문을 열었다. 올해 5월 5일에 이 학교의 개교 과정 등을 다룬 위 영화가 개봉됐다.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주민 A씨가 지난 6월 3일에 영화의 장면 일부를 삭제해 달라는 가처분과 7월 14일에 이 영화의 상영 중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상영 중지 가처분은 A씨가 8월에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종결됐다. 장면 일부 삭제 가처분 소송은 유지돼 왔는데 9월 14일에 기각 결정이 났다. A씨가 초상권 훼손과 사회 활동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영상을 삭제해야 할 만큼 초상권 등의 침해나 회복하기 힘든 손해의 우려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얼굴이 모자이크로 처리됐고 이름이나 직함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 영화가 사회적 약자인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 통합 가치를 강조하기 위하여 제작되어 공익성이 크다고 판단한 재판부의 결정은 주목할 만하다.
보수 기독교가 이 영화를 널리 알려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게 하면 어떨까. 대형교회들에서 기독교 영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단체로 관람하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친구라는 것을 공적인 영역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발달장애 학교가 더 필요하다. 교회는 마땅히 이를 지지하며 응원해야 한다.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