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세례'(2)
[전문가 칼럼] '세례'(2)
  • 심광섭 교수
  • 승인 2021.09.2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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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에 관한 신학적 의미를 여러 가지 서술해 볼 수 있지만, 프란체스카는 그림을 통해 세례를 아예 화안(和顔)한 하나님과의 감미로운 합일로 표현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 (마 3:17)

This is my Son, chosen and marked by my love, delight of my life.

예수님의 세례는 그리스도인 세례의 본보기다. 그림에서 상부의 원형은 하나님 아버지를 시각적으로 발현하는 화가의 기법이다. 화가는 그분께서 분명 원형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세계, 다른 존재에 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화가는 예수님을 그림의 중앙 전면에 세운다.

세례자 요한은 그 옆에 서 있다. 요한은 그의 오른손으로 세례기(조가비)를 들어 올려 푸른 하늘을 이고 계신 예수님의 머리에 물(성령의 상징)을 붓는다. 초기 교회에서는 세례를 밤중에 거행했는데 세례 반(盤) 안으로 들어가 세 차례 내려붓는 물을 받아 썼다고 한다. 물은 아래로 흘러 예수님의 온 몸을 적실 것이며, 예수님은 성령의 사람이 될 것이다.

세례 받는 자들이 물속에 폭 잠기기도 했다. 물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홍해를 의미하기도 한다. 세례에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됨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에서 그리스도 함께 다시 사는 것이다(롬 6:3-4). 홍해를 건너 자유자재한 몸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머리, 세례기를 축으로 한 수직선상에 흰 비둘기가 날아든다. 성령의 현존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예수님의 왼편으로는 생명나무가 크게 자라 있다. 그 나무는 후에 잘려 예수님이 지고 갈 십자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세 천사가 예수님의 탄생에서 찬양한 것처럼 세례의 사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아름답고 거룩하게 찬미한다.

예수님의 발밑으로 요단강이 흐르다 멈춘 듯 보인다. 요단강은 마치 세례대처럼 수평면을 이루고 있다. 요단강 뒤로 펼쳐진 풍경과 도시는 분명 새 예루살렘을 그린 것이다. 하늘은 푸르고 그 아래 구름이 둥실둥실 떠 흐른다. 요단강물 속에 숨은 자갈들이 하늘의 밝은 황금빛을 영롱하게 반사한다. 모든 사물이 명랑하고 은총을 받아 반짝반짝하고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난다. “너 하나님의 도성아, 너를 가리켜 영광스럽다고 말한다”(시 87:3).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해 거룩한 세례의 시간 속에 머물러 시간을 정지시키는 무궁의 순간을 포착한다. 세례자 요한의 오른쪽 뒤에 한 사람이 세례를 받기 위해 윗옷을 벗고 있다. 그의 휘어진 등은 요단강 위에 아치를 만든 것 같다. 화가는 예수님의 세례를 통해 전개되는 “정의가 깃들여 있는 새 하늘과 새 땅”(벧후 3:13)이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이 도시 토스카나(Toskana)에 일어나는 사태임을 표현한다.

요단강 강변 위에 보일락 말락 그려진 네 명의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서 있는 서기관들, 그들은 열심히 무언가 논쟁하고 있지만 이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 중 한 명은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무언인가 알았다는 신호일까? 그러나 그가 예수님의 세례와 함께 온 도시를 환하게 할 동터 오르는 왕겨빛 햇살의 신비한 분위기를 지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예수님은 세례를 통해 하나님과 이슬의 꿈을 이룬다. 햇살이 떠오르면서 이슬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하늘과 한몸이 된다는 것을...... 이슬의 꿈은 변화산의 변모(막 9:7)에서 다시 한 번 제자들에게 현시된다.

이슬은 사라지는 게 꿈이 아니다

이슬은 사라지기를 꿈꾸지 않는다

이슬은 햇살과 한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슬이 햇살과 한몸이 된 것을

사람들은 이슬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나는 한때 이슬을 풀잎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새벽별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슬은 울지 않는다

햇살과 한몸을 이루는 기쁨만 있을 뿐

이슬에게는 슬픔이 없다

-정호승, 「이슬의 꿈」 전문

 

 

심광섭 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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