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노동의 봄날
[독자기고] 노동의 봄날
  • 성강수 목사
  • 승인 2018.05.02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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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랑으로 거룩해지는 교회

 

정태효 목사의 축도

 

총회노동주일 기념예배 및 128주년 세계노동절 축하마당이 4월 3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국내선교부 주관으로 영등포산업선교회관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영등포산업선교위원회 위원장인 김상룡 목사(남도교회)의 인도로,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하여 남궁희수목사(기독여민회 총무)가 기도하고, KTX해고 승무원이 ‘해고노동자의 기도’를, 양명득 목사(호주연합교회 선교동역자)가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김정호 목사(번동제일교회, 쉼힐링센터 이사장)가 누가복음 17장 7-10절을 본문으로 ‘종의 의식’이란 제목으로 설교하고 성찬식을 가진 다음, 총회장 목회서신과 격려의 말씀을 이현범 장로(유덕교회, 부총회장)가 낭독했습니다.

이어서 정태효 목사(삼일교회)의 위탁의 말씀과 축도로 마쳤습니다. 예배 후 축하마당은 홍윤경 총무의 사회로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됐습니다. 콜밴(콜트-콜택 해고노동자 밴드)이 공연을 열었습니다. 기타와 작은 북의 장단에 맞춰 그동안 해고문제에 맞서 싸워왔던 현장에서 부르던 노래들을 선보입니다.

지난 몇 달 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일들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는, 여전히 열악한 노동현장의 문제에 대해 그동안 깜빡 잊고 있었던 제 자신에 대해 화들짝 놀랍니다. 남북 정상회담의 소식에 취해 우리 이웃들의 아픔에 잠시나마 소홀했었던 자신을 발견하는 거지요.

지난 촛불 시위의 결과 탄생했다고 하는 현 정부가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보이며 부르는 노동자들의 노래 가사에는 “(배가)고프다, 서럽다, 아프다...”가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앙꼬르’(Encore)가 외쳐지는군요. ‘광야에서’를 부릅니다. 노래는 자연스럽게 지난 촛불시위 때처럼, 이른바 ‘떼창’으로 바뀝니다. 지난 날 기억을 넘어 회한이겠지요, 그래서 그랬을 겁니다. 하긴 저 노래를 부를 때는 눈물이 글썽이게 되더군요. 남북정상회담 중계를 볼 때처럼.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으로 금방이라도 평화와 통일이 올 것만 같은 사회분위기 한편으로 겹쳐지는 또 다른 현실... 그 아픔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의 영상이 이어지고, 정치인이라고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군요.

KTX 해고노동자와 파인텍 농성장 영상이 이어집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수용 신부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양한용 집행위원장이 연대의 인사를 합니다.

‘권력의 단맛에 취해, 문제를 잊지 않을까?’... 양한웅 위원장의 물음은 저를 반성하게 합니다.

그래서 “...타협에 대한 압력이 아주 컸지만,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버텨왔습니다”라는 말에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 어쩌면 기독교조차, 아니, 부패한 로마 천주교에 반대해 새로 태어난 개신교마저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뜬금없고, 어울리지 않는 스스로 묻는 물음에 아랑곳없이 기독교 시인인 서덕석 목사가 자작시를 낭송합니다. 장애 때문에, 어눌한 발음으로, 그러나 힘을 모아 또박 또박 읽어 나갑니다.

서덕석 목사의 자작시 낭송

 

‘...

잊지 않고 찾아와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는

연대자들의 응원이 우리를 버티게 하고

가끔 날아드는 새들과 바람은 위로가 되며

지쳐 갈 때마다 찾아와서

기도해주는 파개위(파인텍노조 투쟁승리를 위한 개신교대책위)가 있어서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 줄로만 알았다.

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드려진

우리들의 절박한 기도를

예수께서 끝내 들어주실 거라는 희망으로

후들거리는 두 발로 땅을 밟고 선다.‘

-서덕석(시인, 열린교회목사), ‘굴뚝농성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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