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후카이 토모아키의 '신학을 다시 묻다'를 다시 읽다 ㅡ 신학은 종말론적 지성이다.
[예술과 목회] 후카이 토모아키의 '신학을 다시 묻다'를 다시 읽다 ㅡ 신학은 종말론적 지성이다.
  • 장준식 목사
  • 승인 2021.09.13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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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은 인간이 '하느님께서 나를 아시듯이 나도 완전하게 알게 될' 그때까지 인간을 잠정적인 존재로 깨닫도록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모든 학문적인 작업은 가설이며 언제나 상대화될 수밖에 없음을 신학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역사도, 현실도 끝나지 않은 이때, 죄인인, 불완전한 인간은 진리의 일부만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 이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신학적 지성'이며 달리 말하면 '종말론적 지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194쪽)

3년 여 전, 일본학자가 쓴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읽었다.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지난 3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의 학문도 성장한 바, 다시 읽어본 이 책은 '여전히' 참 좋은 책이었다.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사회사를 통해 본 신학의 기능과 의미'를 묻는 책이다. 기독교 역사 초기, 신학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중세와 종교개혁, 그리고 근대를 거쳐, 미국에 도착한 기독교의 사회사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실전에서 목회하는 이들에게는 제7장 '실용주의로서의 신학'이 매우 도움될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기독교 신학이 청교도 DNA에 따라 세워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실용주의'와 조화를 이루게 되었는지, 그리고 '쓸모'에 방점을 두는 미국의 실용주의 사상 안에서 기독교 신학과 교회를 어떠한 방식으로 세워나가는 것이 '실제적' 도움이 될지, 상당한 통찰을 전해준다.

그러나 '미국적 기독교'가 가져다준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에, 신학을 진지하게 공부한 사람은 미국적 기독교를 마냥 환영하고 수용할 수만은 없는 입장에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 또한 떠맡게 된다. "즉 시장화된 신학계에서 그 신학의 좋음과 나쁨, 진리성을 결정하는 것은 교회, 교파의 지도자, 대학교의 신학자들, 국가기관이 아니라 소비자들, '대중(교인/나의 첨가)'이다."(174쪽). 이 말은, 곧 시장화된 교회에서 목회자가 '장사꾼'이 될 것인가, 아니면 무엇이 될 것인가의 기로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적 기독교를 받아들인 한국교회에서 목회자의 성공은 '시장화된 교회'의 원리를 충실히 따르면 성취할 수 있는 것일 게다. 다만, 바로 그것 때문에 한국교회가 망가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목회의 성공 신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지 또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에게 먹히는 감동적인 스펙이나 부르주아적 스펙(자본가적 스펙/교회 운영을 잘 할 것 같은 스펙)을 쌓으면 시장화된 교회의 담임목사 자리에 청빙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 원리를 아는 목회자는 감동적인 스펙이나 부르주아적 스펙을 쌓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고, 목회 성공의 기회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스펙 쌓기 때문에, 그렇게 스펙을 쌓은 목회자들에 의해 교회가 운영되는 바람에 교회가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면, 교회와 목회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신'이 되어버린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동일한 고민에 빠져 있다. 시장의 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시장에 저항할 것인가. 목회란 시장의 개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시장에 저항하는 것인가. 성공이란 무엇인가? 시장이 보장해 주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삶일까, 아니면, 무엇인가? 시장의 권력은 강력하고, 우리는 벌거벗었고.

 

장준식 목사

(세화교회 목사 /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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