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10) - ‘갑'이 아니라 '을' (1)
아라우의 후예(10) - ‘갑'이 아니라 '을' (1)
  • 이철원 집사(전 아라우부대장, 예비역대령)
  • 승인 2021.09.13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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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정찰 간에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일부 구호단체들이 자기 것도 아닌 다른 사람 것을 가져다 전달해 주면서 생색내고 우리를 무시 한다” 라는 말을 하였다. 워낙 많은 여러 나라의 구호단체와 인원들이 활동하다보니 구호품을 분배할 때 현지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도 좋은 일 한다고 도와주면서 잘못하면 오히려 욕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많은 국가와 단체에 소속된 인원들이 전쟁터보다 더 참혹한 이곳에서 태풍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있었지만, 현지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면 도와주는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은 만족감과 기쁨, 주변으로부터 인정 등 유익함을 얻지만, 반면에 도움을 받는 사람은 필요가 충족되는 것에 고마워하면서도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도와주는 사람은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기에 이러한 돕는 자의 유익을 누리게 되므로 도움의 기회를 제공한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현지인들을 도와준다고 하면서 거만한 마음을 가지고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주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면, 겉으로는 감사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우리의 도움을 진심으로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곳에 도와주러 왔다”라는 우월의식을 버리고 "'갑'이 아니라 '을'이며, 도움을 받는 현지인이 ‘을’이 아니라 ‘갑’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할 필요성이 있었다. 나는 지휘관으로서 수시로 이를 병력에게 강조하며 생활화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을’의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는 마음가짐 하나가 성공적인 임무수행의 밑거름이 되었다.

초등학교 무료급식
초등학교 무료급식
어린이에게 학굥품을 나눠주는 아라우부대원
어린이에게 학교용품을 나눠주는 아라우부대원

빨리 친해지기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느낌상 좋은 사람은 좋은 것이다. 그런데 좋아지려면 먼저 친해져야 하는데 언어가 같든지 종교가 같으면, 낯선 사람 특히 외국인과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 내에 회교도들은 문화적, 언어적 통역관으로서 주민들과의 교량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미군 수뇌부는 분쟁지역에서 이들의 역할에 대해 인정하고 정보획득과 미군과 주민 사이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등 성공적인 작전을 위해 아랍계 군인들을 모병하기 위해 노력하였었다.

카톨릭 신자가 많은 필리핀에서도 최초 상륙지원함에서 생활할 때 부터 천주교 신자는 현지주민들과 같이 지붕이 날아간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고 개신교 신자들도 한 달에 한두 번은 현지교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주일 예배를 드렸다. 또한 모든 행사를 기도로 시작하는 이곳 풍습에 따라 주민들과 행사시에는 현지 신부나 군종목사가 기도를 하였다. 이렇게 한국군이 자기들과 같은 종교를 믿는다는 사실은 현지인들에게 친구로서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필리핀은 한국과 같이 가족 중심으로 결속력이 강하다. 어른을 공경하고 춤과 노래를 좋아한다, 손기술이 뛰어나다, 인정이 있고 인간미가 넘친다." 등 한국과 필리핀의 유사점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여 친근감을 갖도록 하였다. 간혹 주민들이“필리핀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고 물으면, “밝고 명랑하다.”, “친절하며 사교적이다.” 등 긍정적인 표현과 칭찬을 해주었다.

그 외에도 “한국과 필리핀은 똑같이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공산주의와 맞서 싸운 혈맹으로 1950년도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필리핀에 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많이 방문하며 한국에는 필리핀 근로자가 54,000여 명으로 외국인 근로자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과 필리핀이 매우 밀접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나를 수행하는 운전병과 통역장교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와 필리핀어(따갈로그어)를 잘하는 인원들로 선발하여 가급적 공식 행사에서 영어보다는 현지어로 통역하도록 하였고 나도 잘하지는 못하지만 현지어를 많이 사용하여 친근감을 주려고 노력하였다.

실제 필리핀 사람들은 순박하고 인정이 많아 존중하고 인정해 주면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으니 우월감보다 따뜻한 인간미로 교류하여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듯 모르는 사람이 친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낮아져야 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먼저다.

“낯선 외국 땅에서 현지인의 마음을 얻는 것은 남녀 간의 사랑만큼 어렵고 정성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들 눈높이로 초코파이 주는 아라우부대원
아이들 눈높이로 초코파이 주는 아라우부대원
자연스럽게 구호품을 가져가는 주민들
자연스럽게 구호품을 가져가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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