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을에서 만난 예수 (마지막회)
[특별기고] 마을에서 만난 예수 (마지막회)
  • 이원돈 목사
  • 승인 2021.09.0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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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갈릴리로
갈릴리바다 전경. 픽사베이 이미지.
갈릴리 전경. 픽사베이 이미지.

2천 년 전, 예수님은 ‘헬(Hell)이스라엘’에서 태어나셨다.

민중은 로마 제국의 폭정과 부패하고 무능한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착취에 시달렸다. 사람들은 불안과 절망에 빠져 있었고 구세주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희망이 없었다. 세상은 종말을 고하며 이제 곧 새 세상이 올 것이라는, 이러한 강력한 종말의 신앙이 바로 초대 교회 신앙의 핵심이었다.

오늘날 불안, 피곤, 탈진으로 가득한 맘몬이 지배하는 세상. 이 지옥에서 탈출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부활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먼저 가겠다”고 하시며 “갈릴리 마을로 돌아가라”고 명하셨다. 예수님은 갈릴리에서 무엇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셨을까? 바로 지역의 생명을 살리고 부활의 생명망을 짜는 일이다.

탈진한 한국 사회와 교회를 위한 부활의 생명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무언가를 얻고, 행하고, 소유하려 한다. 이러한 상품 소비 시스템은 우리가 더 많이 원하고,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사용하기를 요구한다. 극심한 경쟁은 쉼 없이 이어지며, 장시간 노동이후에도 스펙을 쌓아야 한다. 맘몬주의에 빠진 사회는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한편, 세상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 내용의 70%가 사라지고, 직업의 80%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시대에 마을 공동체 교육이 다시 조명 받는 이유는 협동을 통한 창조가 바로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이후 시대의 새로운 교육철학은 교육이 ‘개인적 습득’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경쟁과 소유, 독점이 아닌 협동과 공생에 기초한 생명적 자치의 미래가 열린다는 의미다.

그래서 최근, 돈 거래 없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를 꿈꾸는 어린이집이 생겨나기도 하고, 스스로 집을 짓고 고치는 목수들이 적정 기술을 살려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들어 내며, 텃밭을 가꾸는 새로운 유형의 농사꾼과 새로운 먹거리 운동 및 의료 협동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미래의 3가지 일, 즉 ‘재생 에너지 사용, 수평적 의사소통, 협동’이 가장 잘 일어날 수 있는 곳은 바로 마을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협동적 공유사회를 살아갈 때는 시간표를 짤 때 반드시 이웃과 공동체의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 특히 마을 축제는 공유의 삶과 미래적 가치를 배우는 절호의 기회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공동체 축제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미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동적 공유 사회는 물질주의, 소비주의, 맘몬주의에 저항하는 것과 동시에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는 것, 불안과 피로 사회에 저항하는 베이스캠프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눈 내용들을 종합하며, 마을로 내려오신 예수님과 함께 생명의 마을을 시작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요약해보자.

첫째, 사귐과 나눔의 단계다. 주님이 처음 갈릴리에 들어가셔서 하신 일은 공동체가 파괴된 곳에 밥상 공동체를 만드시는 사역이었다. 예수님의 별명은 죄인과 세리의 친구였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셨다. 식탁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대를 만드신 것이 갈릴리 선교의 첫 번째 전략이었다. 식탁공동체는 오병이어 사건과 같이 ‘나눔’을 통해 더욱 풍성해졌고, 최종적으로는 예수님 자신의 몸을 나누는 성만찬으로 이어진다.

둘째, 나눔과 사귐의 과정을 통해 가난한 자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믿음이 탄생한다. 믿음이 생기자 에바다(열려라!)와 달리다쿰(소녀야 일어나라)의 역사가 일어나고 악령이 나가며 소경이 눈을 뜬다. 예수를 만난자마다 믿음이 퍼져나가며 눈뜨고, 듣고, 보고, 말하는 새로운 공동체가 갈릴리 전역에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셋째, 눈과 귀가 열린 갈릴리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떤 여인은 예수의 옷깃만 만져도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중풍병자와 그의 친구들은 지붕을 뚫고 예수님께 나아온다. 한 어떤 창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바리새인과 식사하는 예수님께 다가와 향유를 붓는다.

마지막으로,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이 시대를 거슬러 새로운 룰과 판을 만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베데스다 연못의 38년 된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물이 동할 때 가장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미신적 확률에 목숨을 건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주님은 무모한 경쟁을 포기하고 지금 너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협동과 자립의 길로 나가라고 명령하신다. 예수님은 운명론과 숙명론에 사로잡힌 병자를 치유하시고 그 생각을 깨뜨리셨다. 자리를 들고 걸어가는 것은 낡은 지배의 판을 뒤엎고 자립과 생명이라는 새로운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초대교회는 국가가 경영하는 복지제도나 돈에 의지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단순하고 소박한 우정과 환대를 먹고 성장했다. 하나님 나라의 사귐을 통해 함께 길을 가는 동무요 형제자매로 성장하며 사귐을 통해 친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예수 운동의 핵심이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믿음의 상상력으로 헬조선의 악몽에서 깨어나 갈릴리에서 만나자는 부활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다시 갈릴리로 나아가 오병이어의 잔치를 베풀고, 치유의 기적을 일으키며, 부활의 생명을 전하자. 좌절과 절망, 죽음과 맘몬의 권세를 이기는 부활의 생명망을 짜면서,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선포하는 한국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새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원돈 목사
새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원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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