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모가디슈〉 - 모가디슈, 카불 그리고 인도주의와 난민
[영화와 복음] 〈모가디슈〉 - 모가디슈, 카불 그리고 인도주의와 난민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1.09.08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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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소말리아 내전을 다룬 영화로 우리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01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호크다운〉일 것이다. 이 영화는 1993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미국 특수부대원들이 신병확보 작전을 위해 블랙호크 헬기로 투입되었지만, 통치자 아이디드의 민병대에 헬기가 격추되자 현지에서 생환하기 위한 몸부림을 기록한 작품이다. 전투 장면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관객에게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기도 했다. 바로 이 〈블랙호크다운〉의 프리퀄쯤 되는 작품이 최근 개봉하여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인정받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이다.

1990년 12월 말, 아이디드 장군이 이끄는 반군 통일소말리아회의가 수도 모가디슈에 진입하여 바레 대통령의 정부군과 전투가 발생하는,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 초래되었다. 당시 남한은 북한과 경쟁적으로 유엔가입을 희망하며 소말리아를 상대로 로비를 펼치고 있었는데, 당연히 대립적 관계에서 치열한 외교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내전이 격화되자 북한대사관은 반군에 침탈당해 쫓겨나게 되었고, 대사관 직원들은 한국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한다. 비록 이념과 사상에 있어서 대립 관계였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남북은 협력을 통해 극적으로 모가디슈를 탈출하게 된다.

영화는 남북관계를 결코 선린이나 장밋빛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단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호협력만이 최선이었고, 이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당시 갈등상태의 남북이 연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인도주의적 자세’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동포이자 인간으로서 죽음의 상황에 내몰린 상대방의 처지를 외면하지 않고, 전략적이나마 연대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되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북한 림용수 대사(허준호)의 외침이다. ‘이제부터 우리 투쟁의 최종목표는 생존이다!’ ‘인간생존’이라는 명제 앞에 그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우위에 설 수 없었다. 무엇보다 우선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중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었다. 정확히는 무혈입성이다. 미군이 철수를 선언하자, 부패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제대로 저항 한번 못 한 채 수도를 내주고 말았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통치로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한 전력이 있는데, 특히 여성과 약자에 대해 무자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자국민과 협조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구출하였고, 한국도 작전명 ‘미라클’을 통해 390명의 현지 동역자들을 구해냈다. 구출을 위한 한국의 명분은 ‘인도주의’였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구출한 이들의 지위는 ‘특별기여자’로 격상되어 한국에서 친절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들은 ‘난민’이 아니다. 정부가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로 명명한 것은 난민을 수용하지 않기 위한 저의가 숨어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들을 구해내긴 했지만, 더 이상의 아프가니스탄인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물론, 이는 ‘난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회피하려는 불편한 진실이 깔려있다.

구약성경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이스라엘 역사의 핵심은 ‘출애굽(Exodus)’ 사건이다. ‘출애굽’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크게 두 번 발생했는데, 한 번은 모세를 통해 이집트의 압제에서 해방되어 나온 사건이며, 다른 하나는 바벨론 포로기에 고레스 칙령으로 스룹바벨과 에스라, 느헤미야를 통한 3차에 걸친 예루살렘으로의 포로귀환을 이룬 사건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해방되어 나가는 이스라엘인들에게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귀중품을 선물했다는 데 있다. ‘인도주의’라는 단어가 쓰이진 않았지만, 내용상 유사하다.

인도주의는 성경의 핵심가치이다.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사랑은 구약의 ‘헤세드’와 신약의 ‘십자가’를 통해 구현되었다. 그것은 차별을 두지 않은 인류애의 실천이다. 비록 국적과 인종, 종교가 다르더라도 인간 그 자체는 충분히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이 ‘세상’(the world)을 사랑하셨고, 그 ‘세상’을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다(요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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