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평범한 일상의 감사와 행복’ in 《소울》
[예술과 목회] ‘평범한 일상의 감사와 행복’ in 《소울》
  • 박형철 교수
  • 승인 2021.08.2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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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 생전세계, 그리고 삶

그냥 살아 있는 것 vs 일상을 누리는 것

한 어린 물고기 이야기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은 현세와 내세를 넘나드는 두 영혼의 모험담을 통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평생 바라던 재즈 피아니스트 데뷔 직전 맨홀에 빠져 ‘사후세계’의 무빙워크 위에 서게 된 주인공 ‘조’, 자신의 불꽃(spark)을 찾지 못한 채 ‘생전세계’에 오랜 시간 머물며 지구로 가지 못하고 있는(사실, 태어나기 싫어하는) 영혼 ‘22’, 이 둘의 절묘한 콜라보를 통한 좌충우돌 모험의 과정은 어느새 서로를 향한 멘토링이 되어 상대 존재를 일깨우고 그 영혼을 구원하는 치유의 과정이 된다.

사실, <소울>을 보며 우리가 위로를 받는 이유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의 모습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교사 자리를 제의받았지만 기쁘지 않은 그, 수차례 오디션을 보며 노력했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 연주는 할 수 없는 그, 현실적으로 본다면야 당연히 안정된 직장생활을 선택해야 하지만 아직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조의 모습 속에서 밖으로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지만 무언가 가슴 속 깊이 품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아닐까? 무표정한 얼굴과 피곤에 젖은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는 장면 속에서 조와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그런 일상 속에서 감사와 기쁨과 행복을 찾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것에 씁쓸해한다.

그러다가, 우리는 이발소의 의자에 앉아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영혼 22의 말들에 깊이 공감하며 귀를 기울이는 손님들의 모습 속에서 다시금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살아 있었다.’는 영혼 22의 고백, ‘결국 다 죽을 건데, 어떻게 살 것인가?’, ‘뭔가를 위해 태어났다는데, 그걸 어떻게 아나?’, ‘뭔가를 골랐는데 그게 아니라면? 아니면 그게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면?’ 등의 질문들에. 우리가 평생 안고 가고 있는 질문이자 가능하다면 하나님께 직접 묻고 싶은 질문들 아닌가? 신앙의 삶 속에서 항상 고민하며 궁금해하는 나의 소명과 사명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

<소울>은 그러한 질문들에 대답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상을 살아가며, 느끼며, 누리는 것’의 감사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자 한 조각과 사탕 하나, 얼굴을 스치는 바람, 눈부신 햇살, 그 빛에 반짝이는 단풍잎, 친구들과의 티타임과 수다와 웃음소리들, 지하철 환풍구에 누워 몸 간지럽히기, 그리고 유치한 거울 놀이까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것인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지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이 이전에는 너무나 당연한 듯 누렸던 바로 그 일상으로의 회복이니까.

<소울>이 말하는 잔잔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목적의 성취 = 성공한 삶’이 아니라는 것.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데뷔와 동시에 일생일대의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조는 공허함을 느낀다. 허탈한 마음에 의아해하는 조에게 밴드 리더는 한 어린 물고기 이야기를 해 준다: “나는 바다라는 걸 찾고 있어요.”, “바다? 지금 있는 이곳이 바다잖아.”, “여기가요? 이건 물이잖아요”, “내가 원하고 찾는 건 바다라구요!” 어린 물고기와 나이 많은 물고기의 짧은 대화는 조와 우리를 잠시 멍하게 만든다. 설명은 필요 없다. 그저 우리는 과연 삶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살고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만 있을 뿐.

리더가 조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건네는 인사 “내일 봅시다(see you tomorrow)”, 얼마나 고맙고 축복이 담긴 한마디인지 모른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지나온 우리의 모든 삶, 그리고 오늘과 내일, 이 모든 것이 은혜의 선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기억하면 좋겠다. 문득 찬양 ‘부르신 곳에서’가 떠오른다.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삶의 자리, 바로 그곳에서 감사로 예배하는 우리의 삶과 신앙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물을 불평하지 않고 바다를 누리며 행복해하는 우리가 되길 소망해본다.

 

박형철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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