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호] 인연(因緣)의 기쁨, 이별(離別)의 슬픔
[123호] 인연(因緣)의 기쁨, 이별(離別)의 슬픔
  • 이창연 장로
  • 승인 2021.08.1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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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부터 “주필칼럼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감사하기도 하고 더 잘 써야한다는 부담도 있다.

유명한 인사들이 남의 글을 그대로 베껴 썼다는 걸로 수난을 겪고 남의 논문을 도용하였다고 지탄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그것은 유명한 교수든 정치인이든 누구든 도덕적으로 용서가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창작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창작이나 창조는 하나님이 유일하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글에나 사람 간에도 인연(因緣)이라는 게 있다. 우리는 함께 몸담았으면서도 적의를 갖춘 채 서로를 힐난하면서도 인연에 대해 말한다. 사람과 사람은 그렇게 보이지 않은 끈으로 맺어지고 얽혀가며 살아가는 존재다. 연(緣)으로 맺어지는 게 어디 사람과 사람뿐일까, 글과 글 주인도 그렇다. 그들도 연으로 맺어지는 관계다.

나는 글이라는 게 단순히 글쓴이의 전적인 소유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이 닿지 않았다면 그 글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태초의 영혼을 간직한 채 더 유려하고 고귀한 글로 태어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쓴 글도 읽지 않았다면 연이 닿지 않은 것이다.

수많은 글이 글 주인의 손을 기다리며 무의 공간에서 유의 공간을 헤맨다. 그러나 내 글이 누군가에게 정성으로 읽힌다는 그 자체가 기쁨이다. 연(緣)을 찾아 지천을 떠도는 그 많은 것들이 거기 있다. 삶이 굽이쳐 흐르는 모든 시간은 물빛 아련한 기억의 순간들이다. 순간에도 영원 이 있다. 글도 사람도 연(緣)이 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한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까지 겹쳐 또 언제, 누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투의 현장, 폭염 속 코로나는 예측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가지고 우리에게 달려들고 있고 ’방역독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제가 심한 현실에 암담하기만 하다. 그런 속에서도 도쿄올림픽으로부터 날아든 젊은 선수들의 투혼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배구 김연경, 양궁 안산, 김제덕, 수영 황선우, 도마 신재환, 여서정,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우하람, 탁구 신유빈 선수 등 수많은 젊은이들이 국민의 지친마음을 위로해 주고 있다.

필자에게는 학창시절부터 서로 감싸고 위로해주던 친구들이 있다. 김유식, 황규명, 임종표 목사등 세친구가 있고 친동생처럼 지내던 황규영 목사도 있다. 젊은 시절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고 함께 꿈을 키워가던 친구들이다.

아프리카 선교 개척자인 케냐선교사 임종표 목사, 또, 필리핀 선교사로 수많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길러내던 김유식 목사, 전 총신대 대학원장 황규명 목사가 있다. 7월 23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임종표 목사가 전해왔다. “2021년 7월 20일 사역지 필리핀에서 김유식목사가 소천 하셨다”고 했다. “할일이 많은 분인데, 너무 억울합니다” 하고 통곡했다.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는 이별도 있기 마련이지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남수단의 선교사 이태석 신부같은 선교사라는 칭송을 받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김유식 선교사도 필리핀에서 온몸을 던져 예수님의 사랑을 전했던 존경받던 목사였다.

연세대학교 정법대학 학생회장 시절 제적과 복학을 거듭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는 당시엔 민주 정의의 상징이었다. 그런 김유식형과 학생운동을 함께했고 신앙생활을 함께했으며 한집에서 생활했다는 것 때문에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필자보다 두 살 위이지만.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뒹굴면서 지냈다. 내 것 네 것이 없이 옷도 양말도 나누어 입고 신었다. 임종표 목사는 필자의 결혼식 때 사회를 봤던 친구다. 임종표 목사가 방송에 출연하여 김유식 목사를 추모하며 김유식, 황규명, 임종표 목사와 이창연 장로가 학생운동, 신앙생활을 함께 했다고 말하는 걸 듣고 젊은 시절의 회상에 젖기도 했다.

우리는 황성수 목사 댁의 영향을 받아 모두 신앙의 길로 들어섰다. 꿈에도 목사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그들이 모두 목사가 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유일하게 장로가 되었다. 연(緣)이란 무섭다. 우리는 세월을 놓쳤지만 낡고 지친 책상 모퉁이 오롯이 눈뜬 등불위에, 저 자신을 보지 못하는 거울위에, 우리의 이름을 하나님 앞에 새겼다.

우리는 젊은 시절의 꿈과 내 안의 가치를 지켰고 공동체의 약속을 깨지 않았으며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고전 15:22)’ 본향으로 먼저 가신 김유식 목사님이 천국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시기를 빈다.

이창연 장로(소망교회, NCCK감사)
이창연 장로(소망교회, 가스펠투데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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