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3) - 필리핀 대통령과 대한민국
아라우의 후예(3) - 필리핀 대통령과 대한민국
  • 이철원 집사(전 아라우부대장, 예비역대령)
  • 승인 2021.08.14 0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월 24일 필리핀 지인으로부터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3세 전 필리핀 대통령이 6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 여부를 물어와 애도를 표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참석할 수 없다고 미안함을 전하였다. 아키노 대통령은 아라우부대에 애정을 아끼지 않았었고 직접 아라우부대가 복구 중인 초등학교에 방문하여 부대원들을 격려하였다.

 

아라우부대장 이철원 대령이 아키노 대통령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아라우부대장 이철원 대령이 아키노 대통령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아키노 전 대통령은 필리핀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당뇨병에 따른 신장병으로 입원해 투병중이었다. 두테르테 현 대통령 직전 대통령인 그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재임한 필리핀의 15대 대통령으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상설재판소에 제소하여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었으며 가문의 깨끗한 평판을 이용해 부패와의 전쟁을 펼쳤고 빈곤퇴치를 위해 주력했으나 고질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였다. 또한 2013년 11월 필리핀 전역을 강타한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과 처리, 재해복구에 대한 책임도 있었다.

아키노는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필리핀 방송국 TV5의 뉴스와 한국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국계 필리핀 그레이스 리와 열애설이 나기도 했다. 그가 타개하면서 필리핀 민주화 우상으로 꼽히는‘아키노 가문’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세계 정치사에서 모자(母子)를 대통령으로 배출한 가문으론 아키노가(家) 유일하다. 그의 어머니는 20년에 걸친 필리핀 군부독재를 끝낸 ‘피플스파워 (People's Power)’의 주역인 코라손 아키노 제11대 대통령이다. 그의 부친이자 코라손의 남편, 베니그노 아키노 2세는 마르코스 독재에 반대하다 암살된 필리핀 민주화 영웅이기도 하다.

아키노 2세의 모습은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시절에 발행한 500페소 지폐 뒷면에 유엔군이 38선을 돌파할 당시 기사를 배경으로 카메라와 펜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그는 19세의 나이에 마닐라타임스의 기자로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활동하였고 미국 망명시절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었다. 자신이 아끼던 수동식 타자기를 김대통령에게 선물할 정도로 친분을 쌓은 바 있으며, 이 인연으로 그의 부인 코라손 아키노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1983년 8월 마르코스 독재정권에 항거하다가 계엄령에 따라 3년 복역하였다. 이후 미국에 망명하였다가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하는 길에 마닐라공항에 도착한 비행기 안에서 고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괴한들에 의해 피살당하였다. 이를 잊지않기 위해 마닐라공항을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이라고 부른다.

 

필리핀 지폐
필리핀 지폐

라모스 대통령은 소대장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였다. 1952년 5월 21일 필리핀 대대가 강원도 철원의 이리 고지를 사흘간 치열한 쟁탈전 후에 탈환하였는데, 필리핀 대대는 이리고지 전투의 전과를 인정받아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부대표창을 받았다. 가장 큰 전공(戰功)을 세운 이는 수색중대 2소대장 피델 라모스 소위로 이후 그는 4성 장군으로 필리핀군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거쳐 1992∼1998년 대통령을 지냈다. 이러한 라모스는 친한파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마닐라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 날 아침에 김대통령이 라모스와 같이 조깅을 했는데 김대통령이 라모스를 한참 앞서 나가자 자존심이 상한 라모스가 다음 날 아침에 농구를 하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김대통령과는 대통령이 끝난 뒤에도 교류를 이어오고 있었다.

 

한국전쟁시 라모스(점선)
한국전쟁시 라모스(점선)
김영삼 대통령과 라모스대통령
김영삼 대통령과 라모스대통령

필리핀의 독재자로 유명한 마르코스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만남은 이러하다.

1966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의 존슨 대통령 주관하에 베트남전 참전 7개국 (미국, 월남, 필리핀, 태국, 호주, 뉴질랜든, 한국) 정상회담이 있었다. 당시 필리핀은 GDP 세계 19위, 아시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경제와 정치의 선진국이었다. 마르크스 대통령은 대통령궁으로 들어오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리무진이 아닌 마차를 내줬다가 박대통령이 걸어서 간다고 하는 바람에 하는 수없이 승용차로 바꿔줬다고 한다. 호텔도 미국의 대통령 비서가 쓰는 방보다 못한 방을 내줬고, 박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제의했는데 마르코스가 “바빠서 못한다”고 했다는 등 홀대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가난한 한국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필리핀 마르코스를 찾았던 박대통령은 무시를 당하고 돌아서면서 “우리도 당신들 만큼 잘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두 번 다시 필리핀을 가지 않았고, 이후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마르코스가 한국 방문의사를 타진했는데 박정희가 “바빠서 만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에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은 130 달러였고 필리핀은 299달러였으나 박대통령이 서거한 해인 1979년에는 한국은 1,647달러, 필리핀은 643달러로 크게 역전되었다.

 

7개국정상회담(박정희대통령 오른쪽이 마르코스)
7개국정상회담(박정희대통령 오른쪽이 마르코스)

1972년 마르코스 대통령 당시 라모스는 육군총장이었는데 마르코스의 계엄령에 반대하며 국민과 함께 독재에 저항하였고,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각하 더 추해지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물러나십시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마르코스가 물러나자 코라손 아키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라모스는 아키노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고 이후 필리핀 대통령이 되었다. 마르코스는 21년 독재를 종식하고 하와이로 망명하여 1989년 사망하였으나 그의 부인인 이멜다는 아직도 살아서 정치가문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여 그의 아들인 봉봉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지금의 두테르타 대통령과의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