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공정이라 쓰고 경쟁이라 읽는다
[예술과 목회] 공정이라 쓰고 경쟁이라 읽는다
  • 장준식 목사
  • 승인 2021.08.13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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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여 주시고
십자가 위에서 직접 보여주신 '나는 너를 사랑해'의
새로운 말과 세상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경쟁 - '나는 너를 미워해'의 직설법.

공정 - '나는 너를 미워해'의 간접화법.

공정이라는 말을 통해 우리는 상대방을 미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정당화한다. 아주 부드럽게. 설득력 있게. 합리적으로. 경쟁, 또는 공정은 누군가를 사랑하며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숭고한 삶을 짓밟는 행위에 불과하다. 경쟁은 잔인하지만, 공정은 교묘하다. 그러나 마찬가지 결과다. 경쟁과 공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람이 저지르게 되는 결말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랑하며 살아야 할 존재를 서로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 이것만큼 불경한 죄가 어디에 있나. 하나님의 진노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경쟁, 또는 공정은 존재를 가볍게 만들어갈 뿐이다. 임계점에 이르면, 경쟁과 공정의 논리는 생명을 찌르는 칼이 된다. 누군가를 사랑해야, 또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할 인간 존재가 경쟁과 공정 속에서 모든 사랑의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랑은 존재를 무겁게 만든다. 무거운 존재는 가볍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존재를 가볍게 만들어 버리려고 하는 모든 술수들은 단호히 구분하고 구별하고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존재를 가볍게 만들어 서로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쟁과 공정의 논리이다. 가벼운 존재는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고 착취하고 자신의 무모하고 잔악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법이다. 상대방에 대한 '공적'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죽음'의 그림자가 길고 짙고 깊게 드리운 이유가 무엇인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인간 내면을 지배하는 경쟁과 공정의 논리 때문이다. 경쟁은 '나는 너를 미워해'의 직설법이고, 공정은 '나는 너를 미워해'의 간접화법이다.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 경쟁의 논리에서 공정의 논리로 그 이슈가 바뀌었지만, 공정을 '공정하다' 즉 'just'하다,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배자의 말장난에 놀아나는 것에 불과하다. 경쟁의 논리를 감춘 것이 공정의 논리다. '나는 너를 미워해'를 직설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이 싫어하고 저항하고 적대적으로 나오니까, '나는 너를 싫어해'를 간접화법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상처를 덜 받으니까. 자신이 나이스(nice)해 보이니까.

그러나, 그러한 화법에 속으면 안 된다. 우리 사회는 공정을 통해서 '나는 너를 미워해'의 관계를 내면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나는 너를 사랑해' 보다 '나는 너를 미워해'가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주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더 많은 욕심을 채워 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공정의 덫에 빠져 있다. 요즘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 한국 보수당의 새로운 젊은 총수가 '공정'이라는 가치를 들고 나왔다는 말은 사회가 '공정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공정의 덫'이 더 강력해졌다는 뜻일 뿐이다. 공정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덫'이라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고, 그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는 너를 미워해'의 직접 화법인 경쟁과 그것의 간접 화법인 공정의 말에 귀를 닫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여 주시고 십자가 위에서 직접 보여주신 '나는 너를 사랑해'의 새로운 말과 세상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이 해야할 일이 더 많은 세상인 것만은 틀림없다. 다만, 그리스도인이 먼저 '공정의 덫'에 휘말려 들지 말아야 할 것!

 

장준식 목사

(세화교회 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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