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샘물] 기억의 가치
[영혼의 샘물] 기억의 가치
  • 이성희 목사
  • 승인 2021.08.11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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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지능은 0.4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고기의 기억력은 3초에 불과하다. 그래서 물고기는 조금 전에 물었던 미끼를 다시 물어 잡히게 된다. 물고기가 치명적 실수를 하는 것은 기억력 때문이다. 인간은 지능을 자랑하지만 인간의 죄성은 기억력을 상실하게 하여 똑같은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사탄은 아담과 하와의 기억력을 무뎌지게 하여 하나님의 금단의 말씀을 잊어버리고 욕망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는 ‘야드바심’이란 기념관이 있다. 히브리말로 ‘기억하라’는 뜻의 이 기념관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의 히틀러에 의해 학살당한 600만 명의 유대인들을 기억하기 위해 세운 기념관이다. 이곳에 가면 유대인은 아니지만 나치정권에 의해 감금된 수많은 유대인을 구출해낸 오스카 쉰들러의 묘도 있다. 이 기념관에는 유명한 글귀가 남아있다. “용서는 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경기도 화성의 제암마을은 3.1운동 때에 마을 전체가 항일 만세운동을 하다가 불로 큰 피해를 입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1919년 4월 15일, 제암리교회 안에 23명을 가둬놓고 나오지 못하게 밖에서 문에 못질을 하고 교인 전부를 다 태워 죽였다. 이 사건을 제암리 학살사건이라고 한다. 제암마을의 기념관에 가면 그 때의 일을 자세히 기록해 놓고 이런 글귀가 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May be forgiven but never forgotten). 때때로 망각은 죽음을 뜻할 때도 있다. 반면에 기억은 생명이다. ‘기억하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백성들인 그리스도인의 역사에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주제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기억해야 하며,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기억해야 하며, 말씀과 법도를 기억해야 한다.

기억이란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다. 기억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하며, 과거의 것을 과거의 것으로 머물지 않고 현존하게 하며, 미래에 다다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이 없는 사람은 미래도 없다. 기억이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존하는 사건이며 미래를 향한 현재의 발돋움이다. 그러므로 기억은 소중한 현재적 자산이다. ‘기억하다’는 단어가 성경에 250회나 기록되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떠올리고 기억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자이가르니크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다. 러시아의 임상심리학자 자이가르니크에 의해 발견된 현상으로 중단된 작업 내용은 기억에 잘 남는다는 것이다. 어제 미결된 업무는 밤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다음날 다시 익숙한 일처럼 계속할 수 있다. 텔레비전 연속극은 다음에 어떻게 될까 궁금한 장면에서 한 회가 끝난다. 완결 직전에 중단된 내용은 훨씬 더 기억에 남게 되므로 다음날 이어질 장면을 궁금해 하면서 연속극을 기대하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도 주야로 묵상하면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30일 이내에 같은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정보를 폐기처분해버려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일단 입력된 정보는 해마(海馬)라는 장소에 저장되는데 해마의 보관 기한이 약 30일이다. 그 기간 동안 해마로 같은 정보가 다시 들어오면 뇌는 ‘이것은 중요한 정보이므로 오랫동안 저장해야겠다’라고 판단하고 그 정보를 측두엽으로 옮겨 기억으로 정착시킨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정보는 자주 입력시켜 계속해서 정보로 남아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간의 머릿속에 기억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억을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심지어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생긴 시대이다. 스마트 기기들이 똑똑하게 비서 역할을 하므로 인간의 뇌는 녹슬고 빨리 노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전화를 걸지 못할 만큼 아내, 남편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않고, 차량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방향도 잃어버리고 목적지를 찾지 못한다. 디지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현대인은 뇌 활동의 영역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디지털 치매가 진짜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기억해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이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을 잊는 것과 잊을 것을 기억하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기억의 결핍에서 벗어나 기억해야 할 소중한 가치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원로, 가스펠투데이 명예 이사장)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원로, 가스펠투데이 명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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