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원수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 정종훈 교수
  • 승인 2018.05.02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수께서는 산상수훈(마 5:43-48)에서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 말씀하시면서, 그래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녀가 될 것이라.”

선언하셨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고 형제자매에게만 인사한다면, 그것은 세리나 이방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부가하셨다. 그러므로 우리 기독교인이 자신을 비기독교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원수사랑에만 있다. 우리는 살면서 함께 만나 대화하는 것이 정말 싫은 사람,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은 구석이 없어 보이는 사람,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사람 등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그러한 사람을 원수 같은 사람이라 규정하고, 아예 상종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원수 같은 사람이 우리의 내면에 남아 있는 한, 원수의식은 우리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우리를 들쑤시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 썩어 문드러지게 한다. 원수의식을 해소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민족은 1945년 남북분단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서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은 경험이 많다. 일본 제국주의 하에 빌붙어 살던 하수인들은 일본인들 못지않게 동족인 한국인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못할 짓을 많이 했다. 그들을 청산하려고 했던 반민특위의 활동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면죄부에 의해서 중지되었고, 그들은 반공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와 함께 경찰과 군대로 스며들었다. 소련군정과 김일성 정권은 토지개혁의 미명 아래 지주들의 재산을 강탈했고,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인식 하에 특히 기독교인들을 탄압했다. 한국전쟁 전후에 월남한 지주계급 출신의 기독교인들에게는 공산주의자들이 철천지원수였다. 그들 삶의 터전을 파헤쳤고,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편 서북청년단이 중심에 있었던 제주 4.3 사건이나 그로 인한 여순사건, 한국전쟁 중의 보도연맹사건 등으로 인해서 무고하게 죽은 민간인의 수는 수십만 명에 이르렀고, 그들의 남은 가족은 연좌제에 묶여서 억울한 한을 풀 수가 없었다. 원수관계의 악순환이었다고 할까.

한반도에 뿌리박혀 있는 원수관계는 원수사랑으로 해소되어야 비로소 한반도에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게 될 것이다. 1981년 독일개신교협의회(EKD)가 출판한 평화백서에 의하면, 원수사랑은 적대자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며 알랑거리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적대자를 희망과 공포, 공격성에 의해 움직이는 죄가 있는 인간으로 승인하는 것이며, 자신을 이상화하지도 않고 적대자를 악마화하지도 않는 것이다. 평화백서의 원수사랑은 적대자를 공동의 삶을 위한 동반자로서 볼 것과 신뢰형성을 통해서 상호 안전보장을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안전보장이란 자신을 위해서 자신에 의해서 보증되는 것이 아니고, 모두를 위해서 적대자와 함께 공동으로 노력할 때만 보증되기 때문이다. 또한 평화백서는 원수사랑은 적대자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이고, 자신이 실천해야 할 이웃사랑의 대상으로 보도록 한다고 진술한다. 원수사랑의 측면에서는 적대자 역시 그리스도 안에 있는 형제자매이고, 보다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평창 세계동계올림픽 이래로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초만 해도 전쟁이 일어나도 어찌하지 못할 만큼 남북 사이와 북미 사이에는 극악한 상황이 존재했는데, 최근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는 평화공존과 상호번영, 통일을 향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다. 말 폭탄을 쏟아 부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조차 남북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5월 중에 개최할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된 지 73년, 한국전쟁이 멈춘 지 65년, 가슴이 벅차오르는 요즈음이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이고 은총의 선물이다. 또한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이제 모든 당사자들은 이 상황을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남한과 미국은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의심의 눈으로 보기보다는 액면 그대로 믿고 구체적인 실행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자신의 기득권과 이해관계에 집착함으로써 다 잃어버리는 소탐대실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라고 예견한 것처럼, 드디어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이끄는 밝은 빛이 되도록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

정 종 훈 교수


현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교수
현재 연세대학교 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
현재 한국기독공보 논설위원
현재 통일부 사단법인 평화통일연대 이사 및 공동운영위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
신학위원회 위원 역임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회장 역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부 전문위원 역임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