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마을에서 만난 예수 3
[특별연재] 마을에서 만난 예수 3
  • 이원돈 목사
  • 승인 2021.08.0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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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유쾌한 밥상공동체
pixabay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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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 (마가 2:16)

민초를 통제하는 수단

유대 백성은 이중적 수탈을 당하고 있었다. 로마는 전쟁과 폭력으로, 마을 유지들인 바리새인들은 민초들을 ‘죄인’으로 취급하며 정신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했다. 당시 마을을 지배하던 바리새파 중심의 세력은 율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마녀 사냥하고 죄인이라는 올무로 옭아매어 운명론, 숙명론에 빠져 살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이를 통해 사람들을 통치하고 있었지만 민초들은 그 계략을 깨닫지 못하고 로마의 폭력과 억압에만 대항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가난한 자들의 왜곡된 의식을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기 시작하신다. 우리는 죄인들과 식사를 하고 잔치를 벌이시는 주님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밥상 공동체를 만드시는 장면이 여러 번에 걸쳐 기록되어 있다. 주님께서 밥상 공동체를 즐겨 만드시나 바리새파는 이렇게 비난한다.

“보아라, 저 사람은 즐겨 먹고 마시며 세리나 죄인들 하고만 어울리는구나” (눅 7:34)

그들은 예수님이 가시는 곳 마다 나타나 “왜 세리들, 죄인들과 어울리느냐?”고 시비를 건다. 그리고 본문에는 ‘낡은 유대교’와 ‘젊고 유쾌한 예수님의 공동체’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드러내는 에피소드가 있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저희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 데 없고 병든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막 2:17)

바리새주의 신앙은 많은 세칙과 조항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면서 숨통을 막히게 하는 낡은 율법의 종교였다. 예수님은 이처럼 낡은 유대교의 세계에서 나와 세리와 죄인들 사이로 들어가 밥상을 펴고 함께 사귀는 유쾌하고 생기발랄한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셨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바리새적 삶의 태도는 바로 차별과 배제라는 메커니즘 속에서 마녀 사냥, 공안몰이를 하는 모습으로 사회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예수님 당시의 민초들은 마녀사냥의 틀에 한 번 갇히면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었다.

이러한 마녀 사냥에 앞장 선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거룩함을 드러내는 출세의 도구로 여겼고, 더욱 경쟁적으로 앞장섰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민초들에게 세 가지 병적 삶의 징후로 드러난다.

첫째, 가난한 자들은 스스로를 죄인으로 여기며 자신의 콤플렉스를 내면화했다.

둘째, 가난한 자들은 사회적, 종교적으로 배제되는 당연시 여겼다.

셋째, 참 신앙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의인처럼 행세하며 기복적 종교를 내면화했다.

은혜와 자유의 예수 공동체

오늘 이 시대가 무겁고 불행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와 교회, 가정 안에 이러한 바리새인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날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 폐쇄적이고 까다롭다. 따듯함과 은혜가 없다. 반대로 예수님은 어떠하셨나? 바리새주의의 차별과 배제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신다. 율법의 올무와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그 짐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것이 예수님 신앙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다른 사람의 헛된 말이나 시선에서 해방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더 이상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과잉 방어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삶의 에너지가 창조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예수를 만난 사람은 바리새파가 생산해낸 음습한 불안과 공포의 마케팅, 율법의 짐을 훌훌 떨쳐버릴 수 있다.

하나님 나라는 바리새주의적인 위선과 경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은혜와 공동체적 삶의 새로운 관계에서 온다. 예수님은 우리의 신앙을 위선적으로 만드는 거짓 종교를 경계하고, 종교적 위선 행위를 의지하지 않으며, 오직 하나님과 그의 백성들, 특별히 약하고 천한 죄인들과의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데 열중하셨다.

그래서 주님은 가난한 민중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얻게 됐고 그들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벌이실 수 있었다. 결국 유대교가 율법으로 서민들을 숨 쉴 수 없도록 죄어 올 때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용서, 긍휼, 은혜를 베푸셨다.

한 번만 실패하면 바로 죽음이고 조금만 실수해도 바로 목을 조이는 바리새인과 같은 낡은 유대교의 생태계를 넘어 용서와 수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세상에 선포하는 축제를 일으키셨다.

죄인들과 함께 하신 그 밥상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 잔치의 출발점인줄로 믿는다면 오늘날 무상 교육, 무상 급식, 무상 치유 등이 하나님 나라 운동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생태계는 차별과 배제, 불안과 공포 등의 낡은 율법으로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생명의 숨과 부활의 생명을 불어 넣어 이 사회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한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하나님 나라의 은혜의 생태계를 선포하고, 그대로 사는 일인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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