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을 선포하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한국교회의 이른바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은 결코 적지 않다. 다만 신학적 고민이 결여된 채 협소하게, 혹은 몰(沒)이념적으로 무신경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면서도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도 하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도 보수적인 신앙에 젖어있는 순진한 기독교인 대상으로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위 ‘대중성'을 의식해서 그냥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북한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과거 참혹한 전쟁의 경험과 증오의 역사에 대한 성찰 없이 냉전적 반공 이데올로기의 우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상대방을 원수로 여기는 대결적 의식이 담겨지게 된다는 점과, 한국교회 방식의 선교로 밀어붙이려는 ‘선교정복주의'로서 흡수통일론 혹은 반공주의와 맥을 같이하는 ‘가장 비기독교적(most unchristian)'인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북한선교'라는 말은 분단을 넘어서려는 과제를 암시하면서도 지금까지의 기독교선교의 오류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반성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 말은 마치 북측만이 선교를 필요로 하는 피선교지인 것처럼 여기게 한다는 것 등의 이유로 우리는 평화통일을 위한 ‘화해선교'라는 용어가 더 적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토대로 4‧27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를 이행함으로써, 다시금 대북 화해정책을 펼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행하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68년이 넘도록 휴전중이다. 이런 경우는 세계역사상 어디에도 없었다. 남북의 젊은이 2백만여 군인이 중무장을 한 채 서로 노려보며 민족의 역량을 소진하는 이 분단체제는 더 이상 지속되게 해서는 안 된다.
휴전상태를 끝내는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을 선포하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남북 고위급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여 금강산관광 재개 및 남북이산가족의 만남도 계속 성사되도록 하면서 남북협력의 시대를 다시 열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는 화해의 리더십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발휘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은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보기에 선한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게 지내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그 일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십시오. (…)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그가 목말라 하거든 마실 것을 주어라. (…)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롬12:17~21)라는 이 권면과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겨주셨다”(고후5:18)는 이 당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기양 목사
(울산새생명교회 담임목사,
평화통일교육센터 대표,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