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와 마을 목회
하나님 나라와 마을 목회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7.22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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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들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을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 나라 꿈꿔
임진철 이사장 (청미래재단, 문화인류학 박사). 최상현 기자.

복음의 역동성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대의정치’, 청와대와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국가 전반의 행정과 통치 체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수십 년간 애쓰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임진철 이사장이다.

충남 부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임진철 이사장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다니며 자랐다. 그는 고등학생 때 함석헌, 안병무, 문익환, 강원용의 글을 읽으며 영향을 받았고 대학 재수생 시절에는 경동교회에 나갔다. 당시 경동 교회 대학부는 주일 오후에 성경공부와 인문학 공부를 진행했는데 재수생이었던 임진철도 그들과 함께 공부하며 사상의 지평을 넓혀나갔다.

“그때 처음으로 기독교의 역동성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 교회에 다니며 느꼈던 것과는 달랐죠. 복음이 가지는 강력한 메시지, 억압에서 해방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철학과 지망생이었던 그는 진로를 바꾸어 곧바로 한신대 신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활기를 띄고 있던 기독학생운동, 교회청년운동에 참여했고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산업 선교에 뛰어들었다. 1980년 대 후반, 서울 구로지역에서 ‘이웃교회’를 개척한 임진철 이사장은 공장에 다니는 청년들을 섬기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그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힘썼다.

당시 교회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범사에 순종하라’고 가르쳤고,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착취와 부당한 대우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임 이사장은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할 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삶, 인간의 마땅한 권리’가 있음을 가르쳤다.

임 이사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도생 모래알 사회’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물질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남으로부터 착취를 당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핍박합니다. 놀면 뒤쳐질 것 같아서 쉬지를 못해요. 그렇게 스스로를 착취하며 피로사회를 살아가게 되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유럽 선진국의 마을 모델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생태마을운동과 마을공화국 모델을 구상해나갔다. 임 이사장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활동가들은 각 지역에서 마을 공동체 운동을 시작했고 정부 또한 함께 협업하며 지방정부협의회, 마을 만들기 전국 네트워크가 구성되기 시작했다.

“유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 살았습니다. 지리산 두레마을과 협업하여 생태마을을 만들기도 했어요.”

임진철 이사장은 "마을 자치 운동이 하나님 나라의 현실적인 한 표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꽃

“우리 사회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오늘날까지 걸어오며 대의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직접민주주의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어요. 우리 근대사를 살펴보면 독재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국민투표, 국민발안과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장을 모두 폐지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로의 발전이 더뎌지게 됐죠. 대의정치와 관치를 합해서 ‘통치’라고 하는데, 민주주의의 꽃은 ‘민치’입니다. 국민 모두가 발언을 할 수 있고, 시민입법 및 권력자를 소환할 수 있는 권리 및 영역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마을 자치 공동체’를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는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마을 사람들이 과연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자치’하는 것이 가능한가?”였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의 대답은 ‘예스’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간단해요. 회의하는 법만 가르치면 됩니다.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세 바퀴 토론은 매우 쉽고 정확합니다. 한 문제를 가지고 한 사람이 2-3분씩 발언하면서 세 바퀴를 돌면 명확한 결론이 도출됩니다. 모든 구성원이 안건의 핵심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죠. 인원이 많으면 그룹별로 나눠서 토의하고, 찬반 투표를 붙입니다. 또 한 가지, 현재 읍면동 자치에 지원되는 예산이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됩니다. 그런데 만약 스위스처럼 국가 예산의 30%를 지역 자치에 배정하면 각 읍면동은 약 500억 원을 운영해야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마을 자치에 참여하게 될 겁니다. 사실상 못할 일이 없죠.”

한편, 임 이사장은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되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에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살기 힘든 곳이고, 국민들의 체감행복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27개 OECD국가 중에 체감행복은 35위에 불과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60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국가와 기업은 부강해졌는데 국민들은 여전히 헬조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 다시 말해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 체제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 이사장은 소위 말하는 보수우파, 진보좌파라는 정당들 또한 선거 날 하루만 빼고는 국민에 의한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설명한다.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와 같은 3대 직접민주제도가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며, 대통령이 요청하는 안건에 대해서만 투표할 수 있는 국민투표는 가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헌법과 법률안을 제안하는 국민발안, 큰 문제를 일으킨 정치인의 권력을 내려놓게 하는 국민 소환 등에 관한 내용을 입에 담는 정치인이 있나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시민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줄 의지가 없는 것이지요.”

아울러 지방자치제의 한계 또한 지적했다.

“지역살림은 지역이 알아서 해보라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인데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권한과 돈이 없거든요.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한 세대가 지났지만 여전히 중요한 재정과 권력은 중앙에 있고, 지방정부는 돈을 얻어오고 국회와 중앙 관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지방자치라는 무늬만 있을 뿐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그래서 임 이사장은 마을과 지역이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들이 낸 세금 중에 당연한 몫을 배정받아야 하고 지역과 마을이 할 수 있는 일은 지역주민들이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런 일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기에 “끊임없이 정당성과 필요성을 말하며 연대를 통해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님 나라의 현실적 표현

임 이사장은 마을 자치 운동은 하나님 나라의 현실적인 한 표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음서 말씀을 살펴보면 예수님께서 ‘마을 목회’를 하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갈릴리 전역의 마을을 다니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셨고 병을 치유하셨어요. 또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밥상을 나누셨고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쳐주셨죠.”

그는 끝으로 “Churchian(교회 다니는 사람)은 많은데 Christian(그리스도인)은 찾기 힘들다는 신학자 몰트만의 이야기에 절감한다”며 “예수를 따르는 것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기에 세속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제 기도제목은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어떻게 살 것인지’를 두고 기도해요. 저는 그것이 참된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공통적인 과제가 아닐까요? 본질적인 기도, 본질적인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지난 3월에 임 이사장이 꿈꾸는 마을 공동체 운동의 일환으로 ‘전국민회’ 준비위원회 발족식이 열렸고 오는 9월 4일에는 창립대회가 개최된다. 그는 준비위원장직을 맡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행복한 마을 만들기 운동을 위해 매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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