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 들보] 기독교 영성은 수동태이다
[티와 들보] 기독교 영성은 수동태이다
  • 임상필 목사
  • 승인 2021.07.09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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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뀌었지만 일이십년 전에는 회화보다 문법이 무척 중요하였습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원어민들보다 영어문법에 강했습니다. 영문법을 보면 능동태와 수동태가 있습니다. 주어가 동사 행위를 하는 것을 능동태라 부르고 동사의 동작이 주어에게 수동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수동태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언어에 있는 능동과 수동이 사람의 삶의 태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자신 스스로 행동을 하는 것을 능동적이라고 말하고 우회적이고 간접적으로 약간은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면 수동적이라고 말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세상은 수동적인 사람들보다 능동적인 사람들을 선호하고 우대합니다. 학교에 가보면 교훈이나 급훈이 있는데 수동적인 의미의 말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지만 능동적인 말들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사훈이 수동적인 태도를 추구하기보다는 능동적인 태도를 항상 취하여 회사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문장들이 많습니다. 세상은 온통 자신의 맡겨진 일을 스스로 잘 알아서 능동적이게 처리하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앞을 다투어 능동적으로 훌륭하게 일하는 효과적인 사람들이 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독교도 예외 없이 능력 있는 능동적인 사람들을 선호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눈치껏 알아서 일을 척척 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만 인정받으니까 주위에 있는 동료들은 안중에도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은 날로 메마르고 각박해집니다.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엽기적인 사건 사고들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성서는 어디에도 능동적인 사람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결코 기독교는 능동적이지 않다는 말입니다. 언제나 기독교는 수동적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구하러 오시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진정한 뜻을 헤아리려고 항상 마음의 귀를 열고 하나님의 진실한 음성을 듣고자 하셨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능동적으로 우리에게 함께 하실 뿐입니다. 우린 다만 능동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능동적인 힘에 이끌린바 되어 따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은 목회자들이 물질적인 개념의 성공적인 목회를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너무 지나친 노력을 기울여 건강까지 상하는 분들이 계셔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합니다. 목회의 성공은 결코 내가 능동적으로 뭔가를 열심히 해서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대로 순종하며 따를 때 자연스럽게 성공적인 목회를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름이 지나면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 옵니다. 과일들이 풍성한 열매를 맺는 비결은 그들의 수동태적인 모습에 있습니다. 그들은 햇볕을 많이 쪼이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비바람을 피하려고 야단스럽지 않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가만히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삶의 태도만 유지합니다. 그런 삶의 태도가 탐스러운 결실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게으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나치게 수선스럽게 이 시대가 원하는 뭔가 특별한 것을 생산하는 효과적이고 유익한 것들을 추구하는 능동적인 삶을 쫓는 것은 정말 기독교가 아닙니다. 우리가 뭔가 세상을 살면서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반강제적으로 그것을 취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살피고 깨달으면서 나 자신의 의지를 모두 버리려고 애쓰면서 사는 수동적인 삶은 우리의 삶을 기름지게 할 것입니다. 그런 수동적인 삶의 태도는 겉으로 보기에 생산적이게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틀림없이 기독교 신앙 안에서는 엄청나게 의미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임상필 목사

임마누엘하우스 담임목사

전 서울장신대 영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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