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평화의 길, 누가 모델이 되고 있는가?
[텔레이오스] 평화의 길, 누가 모델이 되고 있는가?
  • 손은정 목사
  • 승인 2021.06.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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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이른 아침,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아랫집 이웃이 어디가세요? 하고 상냥하게 물어온다. 교회 간다고 하니, 자신도 교회 성가대 하러 일찍 나섰다며 웃는다. 옷차림도 단촐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비도 오고 추적거리는 아침인데 이 분이 건네주는 상쾌함이 크다. 주일 아침에 문득 저 분의 온화함과 단촐함을 모델로 삼아야지 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신학대학원 재학 시절, 동아리에서 안재웅 박사님을 모시고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모델링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좋은 모델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는 것이 참 중요하며 사회적으로 좋은 모델이 되는 사람이 간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로도 연결되는데, 통제적인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자라면 하나님을 두려운 분으로 생각하고, 온화하고 열려있는 어른들의 영향 받고 성장한 경우에는 하나님에 대해서도 친근하게 느낀다고 하셨다. 좋은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은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중요하다는 말씀이 오래 남아 있다. 나는 앞으로 한동안 아랫집 이웃 여성을 모델로 삼을 것 같다.

최근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다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수백 명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묻지마 범죄를 비롯한 증오 범죄와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을 통해서 이 소식을 계속 듣고는 있지만 안타까움만 더할 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막연하다. 우리는 각자 일상에 갇혀서 외면하거나 아픈 마음으로 기도만 할 뿐 사실상 현실적으로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온 마음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하는(시34: 14)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송강호 박사다. 그는 벌써 10년째 제주 강정마을에서 죽음과 파멸과 전쟁을 부르는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내고, 대신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주님께서 다스리는 나라는 칼과 창을 쳐서 보습과 낫을 만드는 나라이며,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않는 나라(사2;4)라고 했다. 그는 이 말씀을 진심으로 믿고 그대로 실행하려고 했고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다. 송 박사의 아들 한별씨는 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썼다.

“아버지,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제 나름의 삶을 살아오면서 어떤 사람보다 주의 깊게 관찰해온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정의에 목마른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바로 세우고 그것을 위해 싸우다가 결국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놓습니다. 그것은 인류 속에서 끊임없이 존재했던 ‘스승들’ 때문입니다. 송강호란 사람도 그렇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파장하는 자기 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진실한 태도로 거침없이 살아낸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피투성이가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모든 것을 견디는 모습은 때로 그들을 미워하는 이들 조차도 감복하게 합니다. 아버지가 정녕 그렇습니다.“

평화의 복음을 들고 갈 때, 마주하게 되는 큰 산과 같은 장벽, 파도와 같은 위협이 있다. 그럼에도 평화의 복음을 들고 산을 넘는 자의 발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말씀을 붙들고 기어코 가야 할 평화의 길, 누가 모델이 되고 있는가? 이 물음을 하는 만큼 우리는 평화의 길에 한 발짝 가까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손은정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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