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와인의 다양성
[전문가 칼럼] 와인의 다양성
  • 최정욱 소장
  • 승인 2021.06.28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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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는 어떤 와인을 마셔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와인을 마신지 오래되지 않은, 이제 와인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이른바 ‘와린이’(와인 어린이)라고 하는 분들이 본인들이 참고해야 할 와인을 와인선배에게 물어보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질문할 때는 대개 유명한 와인 상품 이름을 줄줄이 읊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믈리에가 어떤 와인이 좋다고 하면 그 와인의 이름을 기억하거나 메모했다가, 샵이나 레스토랑에서 그대로 주문해서 마셔봐야지 라는 목적으로 질문하기 때문입니다. 와인클래스를 진행하고 나서 질문하라고 하면 항상 빠지지 않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남들한테 자랑할만한, 마셨다고해야 꿀리지 않을 만한 와인목록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 혹은 요구를 하는 셈입니다.

시간을 단축해 와인을 많이 마셔봤다라는 경험을 남들보다 빨리 속성으로 이루고 싶은 분들일 경우입니다. 이런 질문이 나오기 바로 전까지 진행했던 와인클래스가 ‘와인을 급하게 알려고 하기보다는 천천히 사람사귀는 것처럼 알아가면 더 즐겁고 의미있다’라는 내용으로, 웃프고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와인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상품으로서 브랜드와 상품의 인지도와 인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질문이 의미없는 질문은 아닙니다. 와인은 만든 사람이 있고, (혹은 공장이나 회사가 있고) 브랜드가 있어, 추천할 만한 상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참고로 마셔볼만한 와인의 상호나 제품명을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도 와인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거나 마셔보시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든지 와인을 남들보다 더 빨리 잘 알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단지 비싼 와인이나 유명한 와인을 많이 마셔본 것 만으로 와인을 잘 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와인은, 비유하자면 내 주변에 조용히 살고 있는 좋은 이웃과 같은 느낌이어서, 시간을 들여서 친하게 되면 그 속내를 천천히 보여주는 친구같은 관계가 됩니다. 반대로, 서둘러서 급하게 알아가고자 한다면 오히려 내면의 깊이와 품성보다는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겉모습만 보고 내가 잘 알고 있다라는 착각을 하게 될 수도 있게 됩니다.

와인은 매우 다양한 모습과 다채로운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같이 화를 낼 때 차분히 풀어지게 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서운함이나 아쉬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달래주기도 합니다. 기쁨의 순간이나 행복한 시간은 그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도록 함께 웃어주는가 하면, 사색이나 고민하는 시간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와인의 다채로움과 다양성은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의 품종 특성과 자라는 환경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및 과실)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포도(와 과실)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와 과실)는 다양합니다. 사람에 따라 서양의 양조용 포도는 좋은 와인을 만들고, 우리나라 생과용 품종은 좋지 않은 와인을 만든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한국와인 전문가라고 인정받는 저는 의견이 다릅니다. 어떤 포도는 생과용이고 어떤 포도는 양조용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가질 수 있는 편견입니다. 어떤 포도는 서양식에 맞는 와인을 만들기 조금 더 좋은 특성이, 어떤 포도는 동양식이나 한식에 좀 더 맞는 특성이 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라는 것이 더 과일과 와인의 다양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포도와 과일은 우리나라 음식 특성에 맞는 와인을 만들기 아주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게제한 컬럼에 나온 내용이라 더 자세한 논의는 생략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포도 중 하나인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포도는 거칠고 진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깊고 부드러워지는 와인을 만듭니다. 역시 지구 전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메를로 혹은 멀롯 merlot 이라고 불리는 포도는 우아하고 기품있는 부드러운 와인을 만듭니다. 각각 단독으로, 혹은 두 포도를 발효해 만든 와인을 블렌딩 blending 해서도, 혹은 이 두 포도와 또 다른 포도로 만든 와인들을 블렌딩해서도 다양한 와인을 만듭니다. 화를 달래주거나 마음의 위로를 주는 와인입니다.

추운 지역에서 재배하는 피노누아 pinot noir 포도는 깊이 있는 맑은 와인을 만듭니다. 주로 사색의 동반자가 되어주거나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해 줍니다. 마찬가지로 추운지역에서 잘 자라는 샤르도네 chardonnay 청포도는 화사하거나 깊이 있는 질감의 화이트와인을 만듭니다. 풍요와 풍부함을 더해주는 와인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산지오베제 sangiovese 포도는 깔끔한 지성을, 네이올로 nebbiolo 포도는 집념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캠벨 얼리 cambel early 포도는 다채로우면서 화사한 웃음을 주는 와인을 만듭니다.

감, 오미자, 다래(키위), 사과, 오디, 블루베리 과일로 만든 와인들은 또 다른 깊이와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와인들입니다. 일일이 모든 와인을 다 열거하고 마셔보기에 지면과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포도가 같으면 같은 전세계 어디나 같은 와인이 만들어질까요? 프랑스의 보르도 지역에서 만든 멜롯와인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든 멜롯와인, 칠레의 콜챠구아 Colchagua 계곡에서 만든 멜롯와인은 특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포도가 자라나는 땅의 지질과 기후, 날씨에 따라, 포도를 재배하는 정성에 따라, 와인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물론 재료의 큰 특성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와인을 마시는 재미이자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소믈리에는 어떤 와인을 마시냐고 물으시면, 애매하지만 이 모든 와인이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더 애착이 가거나 애정이 가는 와인이 있지만, 우리는 와인의 다양성을 좋아하고 즐기기에 특정한 몇 와인으로 한정할 수 없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역의 다양한 토양과 기후와 만든이의 노력을 반영한, 그 지역에서 잘 자라는 포도(와 과실)를 사용해 만든 와인이 주는 다양한 즐거움은 어떤 특정한 상표의 와인으로는 열거할 수 없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어서입니다.

식생활이 다양해지고 즐기는 음식이 글로벌화되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삼시세끼 밥만 먹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접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일입니다. 어느 나라의 음료와 음식만 우수하다, 그렇지 않다라는 말보다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때 편견없이 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과일로 만든 와인이라고 한다면 더욱 그래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최정욱 소믈리에 / 소장

최정욱와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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