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 스스로 말씀 해석하는 훈련에 힘써야"
"신자 스스로 말씀 해석하는 훈련에 힘써야"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6.10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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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강해에 담긴 복음의 정수
‘하늘의 음성, 땅의 고백’ 펴낸 홍성훈 목사
신간 인터뷰
<하늘의 음성, 땅의 고백>의 저자 홍성훈 목사(카셀 아름다운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마가복음을 강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독일 카셀에 위치한 아름다운교회는 유학생들로 이뤄진 교회입니다. 교회에 부임하면서부터 저는 하나의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주중에는 공부만 하고, 주말에는 원 없이 하나님을 섬기자!”

성도에게 있어서 자신의 환경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사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잖은 돈을 써가며 유학을 왔는데, 공부는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하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들이 교회가 좋고 재미있다고 말하면 겁이 난다. 제발 주중에는 모이지 마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어려운 점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한창 신앙으로도 훈련을 받아야 하는 젊은이에게 단 한 번의 주일예배 설교가 충분할까요? 이런 제한으로 인해 특정 요일마다 강해 설교를 행하곤 하는 한국 교회에 비해 카셀 아름다운교회의 주일예배는 사실상 여러 가지 요구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요구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주일예배 설교를 오직 하나의 목적에만 집중해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즉, 교인 스스로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었죠.

성경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그 말씀 가운데 자신의 삶에 적용할 메시지를 찾는 다양한 독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청중이 성경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모범으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즉, 해석의 준거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지요.

사실 그 준거틀은 아주 단순합니다. 성경을 문법 그대로 읽고 그것을 성경 본문이 갖고 있는 맥락 안에서 해석하는 것이지요. 본문이 가진 메시지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청중 자신의 맥락 안에서 적용점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저는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각 본문의 교훈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방법을 전하려 했던 것입니다.

마가복음 강해 설교는 이런 방법론을 실습하는 과정이고, 동시에 마가가 전하려 했던 복음의 메시지를 총체적으로 발견해 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젊은 유학생들이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훈련 받아보지 못한 복음의 내용 가운데, 마가라고 하는 한 단면을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마가복음을 묵상하고 강해하며 새롭게 깨닫거나 발견한 점은 무엇입니까?

글쎄요, 신학을 공부한 저에게는 뭐 유별나게 새로운 깨달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윤리학을 공부한 저에게는 복음서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적으로 강해하면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마가복음 어느 부분에서나 균일한 질로 강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자기 인생에서의 고민이나 문제를 겪으면서 특정 구절에 깊이 있는 깨달음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 일상적인 경험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서만큼은 아주 깊은 통찰을 담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특정 복음서 전체를 그만큼의 높은 질을 가지고 강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저처럼 성경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겐 말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저는 개인적으로 여러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저와 가장 결이 비슷한 주석들을 곁에 두고서 늘 참고했고, 그래서 7년 여의 세월 동안 동일한 긴장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이 강해가 일곱 해 동안 드문드문 이어지다 보니 두 가지 노력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강해가 다 끝난 후에 보니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은 저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편, 한국 교회의 설교와 해석은 유난스럽게 목사 의존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가 교회라고 하는 신앙공동체에 있어서 하나님의 메신저라는 사실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설교조차 그 시대 공동체가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내용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늘날 우리나라 교회 같이 설교와 목사 개인의 큐티를 구별하지 못하고, 또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신자 개개인이 바른 신학 위에 서서 성경을 묵상하며 거기서 자신의 전통을 자신의 삶과 언어로 표현해낼 때까지 훈련을 거듭함으로써 가능해진다고 믿습니다.

공동체의 신학을 대변하는 설교이든, 신자 개인의 고백이든, 교회라고 하는 신앙공동체의 영적 자산을 보관하는 그릇으로서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신자의 신학적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법이라는 것이지요.

‘미자립’과 ‘불안정’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던 한인교회 목회, 그곳에서 발견한 하나님은 어떤 분이었나요?

한마디로 말하면 ‘하나님은 질투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교회는 안정되어 있을 때보다 고난을 받을 때 본연의 힘을 드러냅니다. 이런 점에서, ‘미자립’과 ‘불안정’은 특히 유학생으로 구성된 한인교회에 있어서 오히려 교회가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기도 했습니다.

카셀 아름다운교회를 섬기는 동안 제가 끊임없이 떠올린 장면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가장 덜 중요한 것을 골라서 버리는 행위였습니다. 배가 침몰하려 하는데 무엇이 이 침몰을 멈추거나 늦출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먼저고, 이 질문에 따라 가장 덜 중요한 것을 버려야 합니다.

한인교회는 이런 점에서 한국의 교회가 당연하다고 공감하는 것조차 당연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영적 전쟁터였습니다. 그 치열한 투쟁 끝에 마침내 하나님의 모습이 드러나지요. 그리고 거기에 교회가 가진 가장 값진 보화, 즉 사람을 살리는 힘으로서의 복음이 드러납니다.

잘 짜여진 조직, 웅장한 예배, 감동적인 설교, 화려한 성가, 그런 것은 희미하게 사라지고 끝없이 불순종을 획책하는 신자 자신의 숨겨진 본성과 그것을 깨부수는 복음의 대결이 청중의 내부에서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그 싸움은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 안에서 이미 복음의 승리로 귀결된 것이었지요.

이 화려한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 승리를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영혼들의 처절한 통곡과 신음이 가득하고, 이 안타까운 모습을 공감하는 신자들의 연대감이 서로를 위로합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가 회복해야할 복음과 교회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설교가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요?

믿음이 들음을 통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고, 성경이 증언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들은 말씀과 설교가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실습되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힘이 없습니다. 귀로 듣기만 하는 음악은 절대 자신이 연주할 수 없습니다. 악보의 음표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될 때까지 반복하면서 연습해야 훌륭한 연주가 가능합니다.

신앙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대의 설교가 너무 복잡하고 화려하여 듣기는 좋으나 교회 문을 나서면 무엇을 들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봅니다. 교회의 설교는 감동만을 위해 성경 자체의 메시지가 아니라 설교자 자신이 하고픈 말의 향연이 되었고, 청중들이 듣기 좋은 말만 모은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버렸어요.

설교는 오직 하나의 초점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귀에 들리는대로 행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하고, 말씀이 오늘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대로 전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예배와 설교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덧붙이고, 더욱 감동을 주어야 실천이 될 거라는 착각 속에 말장난이 되어 버립니다.

설교는 투박하고 불친절해져도 됩니다. 때로는 넘지 않기를 바라는 청중이 그어놓은 선을 서슴없이 침범하는 무례함도 불사해야 합니다. 거기에서 기독교의 야성이 회복될 수 있고, 청중들로 하여금 실천할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설교는 투박해도 된다.
청중이 그어놓은 선을 넘나들며 기독교의 야성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실천할 용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목회자의 설교 준비,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목사로서, 설교자로서 기본적으로 하는 작업은 새삼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끊임없이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제 자신의 영혼에 이 본문이 무엇을 말하시려는지에 주목하는 시간을 일주일 내내 가졌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주석을 참조하며 본문을 읽었지만, 거의 대부분 주석들은 설교 작성 후에 제 해석의 적합성과 구도가 중심을 잃지 않았는가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설교문이 작성된 후에는 이 설교가 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가 분명한지 거듭 확인하지요.

설교는 대부분의 경우 요점이 분명해야 합니다. 이것도 이야기하고 저것도 이야기하려다가는 돌아서자마자 잊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에 하나만! 이것이 제 설교의 기본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설교들을 통해서 요점을 반복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설교를 듣는 가운데 성경을 접근하는 방법이 절로 익혀지도록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설교 본문은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인쇄되어 예배 전에 나눠줍니다. 그것을 통해서 설교 전체의 윤곽을 잡도록 돕고, 예배 후에 그것을 갖고 집으로 가서 주중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도록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설교자의 생각의 패턴과 해석 방법이 자연스럽게 청중에게 익혀지도록 했습니다.

어차피 평생을 저와 함께할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몇 년 동안에 다만 몇 가지만이라도 익숙해지면 좋겠다는 것이 제 바램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코로나 이후 세상이 많이 변할 거라는 점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고, 그 본질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미래를 예상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목회자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카셀 아름다운교회를 섬긴 19년 동안 계속해서 한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믿음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신자 간의 교제입니다.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자신의 무릎으로 기도하며 하나님과 교통합니다. 이를 통해서 하나님과 신자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진정한 연합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자의 기초체력입니다. 남이 읽어주는 성경, 나의 삶에서 단련되지 않은 믿음의 고백은 내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믿음이 자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믿음이 나의 믿음이 아니고, 목사의 설교가 내 고백이 될 수 없습니다.

어눌하고 거칠어도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통해 터져 나오는 고백이 나의 영혼의 진실한 현재입니다. 이런 교제를 위한 매일의 훈련이 지금 필요하고,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인간관계는 지금보다 더욱 멀어질 것이고, 개개인은 더욱 고립되어 외로운 영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간에 하나님와의 교제를 말씀과 기도 가운데 더욱 긴밀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영혼은 든든한 반석 위에 서서 평강을 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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