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크루엘라》 - 선악의 모호한 경계선상의 빌런 크루엘라
[영화와 복음] 《크루엘라》 - 선악의 모호한 경계선상의 빌런 크루엘라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1.06.09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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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무비에서 빌런(villain, 악당)은 주인공과 대척점을 이루는 동시에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었다. 슈퍼히어로가 ‘선’이기에 빌런은 ‘악’이어야 했고, 이는 필연적인 선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것이 관객의 마음을 편하게 할 뿐 아니라, 기독교 전통에 충실한 미국의 가치에도 부합된 권선징악(勸善懲惡)식 해법이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부터 빌런은 묘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반드시 제거하거나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선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심지어 환호하고 환대받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그 태생적 한계상 ‘절대 선’이 될 수 없다. 비록 악을 제거한다는 미명이지만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폭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밤에 활동한다. 그렇다면 ‘배트맨’은 선일까 악일까? 반면, 낮에 활동하는 공식적인 ‘선’이 있는데, 지방검사 ‘하비덴트’이다. 그런데 이 하비덴트가 어느 날 얼굴에 화상을 입어, 한쪽은 선하고 인자한 얼굴을 다른 한쪽은 악하고 추한 얼굴을 갖게 된다. 하나의 얼굴에 선과 악을 동시에 표출하는 극단적인 이중성의 캐릭터가 된다. 서서히 악으로 변해간다. 그렇다면 ‘하비덴트’는 선일까, 악일까?

2019년 개봉한 《조커》는 강력한 빌런 ‘조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배트맨에 대항하는 악당이 아닌 그가 왜 악당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조커’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조커보다 더 부조리한 사회에 분노했고, 그 사회에 과격하고 극단적인 폭력으로 저항하는 조커에 오히려 쾌감을 느끼며 환영했다. 비록 악이지만 더 악한 악을 처단하기 때문이었다. ‘조커’는 악인가, 선인가?

최근 개봉한 영화 《크루엘라》는 ‘악한 빌런’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전복한다. 원래 ‘크루엘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악녀로 등장한다. 달마시안의 점박이 무늬에 반하여 모피를 만들려는 악당이었다. 그런데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새롭게 스핀오프로 제작하면서, ‘나쁜 악당’의 이미지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환대받는 ‘선한 빌런’으로 대체하였다. 영화 《크루엘라》에서 ‘크루엘라’는 더 나쁜 악녀인 ‘남작부인’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 그렇다면 ‘크루엘라’는 선일까, 악일까?

포스트모던이 보편화되고 선악의 개념에 혼동이 생기면서,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이제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영원한 선도, 영원한 악도 없다. 모호하다. 현재 우리의 감성과 정서에 통쾌한 만족과 자극을 주면 선이든 악이든 개의치 않는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공감되느냐에 달려있다. 영화 《크루엘라》는 별처럼 빛나는 착한 ‘에스텔라’(estella)가 왜 그토록 잔인하고 악한 ‘크루엘라’(cruella)로 변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제공한다. 설명되는 악인 셈이다. 이는 ‘조커’나 ‘하비덴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독교는 선악의 개념이 분명하다. 하나님은 ‘절대 선’이고 사탄은 ‘악’이다. 반면, 인간은 어떤가? 최소한 뱀으로 변한 사탄의 유혹이 있기 전까지의 아담은 선한 상태였다. 하지만 욕망을 가진 인격체인 인간은 선과 악을 왕래한다. 시대와 상황, 환경에 따라 선악을 넘나든다. 그렇다면 타락한 아담은 선인가, 악인가? 선악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상태에서 바울의 고백이 우리를 대신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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