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평] 천안문 사태 32주년
[뉴스비평] 천안문 사태 32주년
  • 지형은 목사
  • 승인 2021.06.09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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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의 해결 방식이 옳았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현실적으로는’
누가 반박할 것인가"

32년 전, 1989년 9월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즈음에 세계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옛 소련을 중심한 공산주의 블록이 해체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독일에 가서 두 달 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공산권이 무너지는 것과 직접적으로 맞물린 현장에서 변화의 물결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들었고 서독은 특히 더 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학생으로서는 집을 구하는 문제가 참 힘들었다.

동구 공산권의 해체와 이에 맞물린 동서독의 통일을 보면서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의 거대한 세계적인 흐름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당연했다. 공산주의 진영의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서방 자유 진영이 승리했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렸다. 유럽 한가운데 위치한 독일에서 이런 느낌과 판단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그 후 세계사의 흐름은 이런 판단이 일방적으로 옳지는 않다는 점도 드러났다. 상대가 없어진 상황에서 자유 민주주의 영역의 모순과 부조리도 여과 없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32년 전에 당시의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1989년 천안문 사태다. 그해 6월 4일에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공산당이 민주화를 열망하는 학생과 노동자와 시민을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했다. 유혈이 낭자했다. 사망자는 몇백 명부터 1만 명에 이르기까지 추정이 다양하다. 중국 정부는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에 관해서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에서는 이 사태 이후 매년 추모 집회가 열렸지만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 상황과 반체제를 이유로 들어 추모 집회가 금지됐다. 중국 정부는 32년 전의 결정과 그 이후 현재까지 중국이 걸어온 길이 옳았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는 무엇보다 현재 중국이 가진 힘이다. 엄청난 경제력과 그에 기반을 둔 군사 정치 외교의 힘 말이다.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가 발생할 때 나는 국내에 있었다. 공산권 쇠락이 대세인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의 사태 해결 방식이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3개월 뒤 독일로 유학해서 이 생각은 더 깊어졌다. 그러나 내 생각은 틀렸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엄청난 힘을 갖게 되었다. 32년 전의 해결 방식이 옳았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현실적으로는’ 누가 반박할 것인가. 그러나 인륜과 인권의 가치를 중심으로 ‘본질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다르다. 오늘날의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관하여 32년 전의 천안문 사태는 종결된 사안이 아니다. 21세기의 인류 역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넘어야 할 산이다.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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