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태7:6)
지난 3일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 재단 이사회는 이사장에 리종빈 목사(광주벧엘교회 담임), 제 22대 총장에 김운용 교수를 선출했다.
작년 9월 총회 후 총장 선출을 두고 이사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교계는 많은 우려를 했다. 이사회, 특히 이사장의 리더십 부재와 전횡, 명성과 반명성, 동성애 반대와 옹호 등의 정치 프레임, 총장 자격에 대한 사학법과 총회법 사이에서의 해석, 특정 이사를 배제하기 위한 시간 끌기, 심지어 이사장 임기 만료 하루 전까지 밀어붙이기식 전횡은 가히 역사적 기록에 남을 만한 흔적을 남겼다.
소기의 목적이었던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달성한 셈이다. 지난 장신대 8개월의 역사는 보여주지 말아야 할 추태, 보여주면 안 되는 부끄러움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사장이나 총장 선출 과정에서 나타난 총체적 문제점은 또 다른 변곡점으로 불씨를 던졌다. 먼저 이사장 선출 의혹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8표를 얻어 통과됐으나, 여기서 흘러나온 의혹은 바로 ‘이사장 나눠먹기’이다. 신임 이사장이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약속된 이사에게 이사장 자리를 물려준다는 정무적 타협. 물론 누구에게는 정치적 해법이고 누구에게는 야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이것이 정치인지 야합인지는 1년 6개월 후 역사적 심판으로 검증 될 것이다.
총장 선출은 1차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었다. 김운용 교수 6표, 윤철호 교수 4표, 김은혜 교수 3표를 득하였으나 상위 두 후보를 두고 재투표하여 김운용 교수로 최종 선출했다고 한다. 총장 선출의 전 과정은 한 마디로 후안무치다.
작년 총회에서 총장 인준이 부결된 후 총장 직무 대행자는 총장이 잘 선출될 수 있도록 헌신하고 봉사한다는 약속을 첫 이사회에서 공론화했다고 여러 이사들이 전언했다. 그런데 김운용 총장 서리는 총장 선출하는 날까지 사퇴하지 않고 그 자리를 끝까지 고수했다. 바로 오늘의 시대정신, ‘공정과 상식’과는 한참 멀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서 이미 총장 직무대행자는 70미터를 달려왔는데 공정한 게임이 되겠는가? 나머지 6명의 총장 후보들에게는 불공정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윤철호 교수는 두 번째 도전이라 천추의 상처로 남을 것이며 아쉬움도 클 것이다.
한편, 총장 선출 1주일을 앞두고 보도된 김운용 교수의 <거룩한 예배> 책 출판 번역에 대한 의혹은 사실 규명에 따라 큰 태풍이 될 수도 있다. 사실은 지난 5월에 이미 모 신학대학교 예배학 전공 K 교수가 총장선임준비위원회에 실명으로 신고했으나 ‘최근 5년 연구물 심사’라는 방침에 따라 무시, 폐기했다는 것이다.
학자의 연구는 공소시효가 없다. 사립학교법 제66조 4항에 의해 올 6월부터는 부정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까지 징계할 수 있다고 개정 발효됐다. 이런 세심한 분석과 학문적 상식이 있었다면 이사들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사회는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과 상식이 없는 선택을 했다.
비상식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지름길이다. 이 길을 선택한 이사회나 동조한 8명의 이사들은 결국 개돼지가 된 것이다. 이런 개돼지에게 거룩과 진주를 주면 안 된다. 결국, 장신대는 다가오는 9월 총회에서 또 다른 태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