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 속에서 빚는 작품
불완전함 속에서 빚는 작품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5.2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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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호흡과 같은 것,
쉬어갈 뿐 포기란 없다
미산요, 김봉안 명장 김혜련 작가 부부
김봉안 명장이 도자기를 빚는 모습. 최상현 기자.

흙에서 발견한 진리

도자기 작업실 ‘미산요’를 운영하는 김봉안 명장과 김혜련 작가는 1300도에서 구워지는 도자기에 옻을 입히는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를 받았다. 다시 굽는 ‘재벌’과정에서 천연재를 활용하여 옻칠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다.

김봉안 명장은 대를 이어 도자기를 만든 장인 집안에서 태어났고 김혜련 작가는 생활자기를 만드는 디자이너였다. 그녀는 대학원에서 도자기를 접한 후 ‘복합적인 예술의 결정체’라는 감명을 받았다. 그림은 도화지나 캠퍼스에 그리는데 도자기는 흙에 그리는 예술이었다. 도예는 그림과 조각, 조형, 그리고 불에 굽는 그 모든 과정과 경우의 수를 상상하면서 진행해야 했다. 촉망받는 화가였던 그녀는 도자기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김 작가는 스승을 만나 기술을 전수 받은 후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김봉안 명장을 만나 결혼한 후에는 각기 운영하고 있던 공방을 하나로 합쳤다.

김 작가는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창조 과정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제 손놀림 하나에 작품이 각각 다르게 나옵니다. 손끝에서 판도가 바뀌지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17개의 과정이 있어요. 흙을 떼고, 모양을 만들고, 가마에 들어가는 모든 과정마다 손길이 닿지 않는 순간이 없어요. 기계로 하는 작업은 단 한 순간도 없죠. 모두 손길이 닿아요.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마치 자식과 같아요. 내 손을 떠나 고객에게 갈 때는 시집을 보내는 거죠. 거기서 커다란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럴 때 하나님을 떠올리게 되요. 우리를 만드실 때 어떠셨을까. 그 손끝에서 우리가 창조될 때 얼마나 큰 책임감을 느끼셨을까?”

공정을 소개하는 김혜련 작가.

한편, 김봉안 명장은 불의 색을 보면서 오랫동안 체득한 직감으로 공기를 조절한다. 눈으로 보면서 미세한 조정을 해야 제대로 된 도자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마주한다. 분명히 모든 것이 완벽했고, 조건도 동일했지만 실패하고 또 실패한다. 우연과 우연, 우연으로 인한 실패, 우연으로 인한 성공이 반복된다.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아홉 번의 좌절과 번뇌를 경험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 가는 거죠. 포기는 없습니다. 결국 다시 하게 돼요.”

“어떻게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이죠?”

기자의 질문에 김 명장 부부는 이렇게 답했다.

“당연한 일이거든요. 애초에 온전하지가 않으니까요. 하나의 도자기가 탄생할 때 완벽한 환경, 완벽한 조건, 완벽한 공정이란 없어요. 그냥, 천천히 가는 겁니다.”

같은 조건, 같은 공정으로 빚은 작품이 어떤 때는 잘 나오고, 또 어떤 때는 실패작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본래 불완전하기 때문’에 실패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길고 지루한 과정이지요. 하지만 그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고 ‘다시, 또 다시’하면 됩니다. 호흡하듯이.”

김혜련 작가는 도예를 ‘직선이 없는 길’이라고 말했다. 돌아가더라도 중심만 바로 서있다면 옆으로 가도 되고, 천천히 가도 된다는 것. 목표를 잃지 않았다면, 잠시 주저앉더라도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인생길도 직선이 없잖아요. 다시 일어서야죠.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밉지만, 때로는 두들겨 패고 싶지만, 그래도 사랑하니까요. 하나님도 우리를 보실 때 그런 심정이지 않으셨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를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으시지만 자꾸 갈라지고 잘못될 때 얼마나 아프실까요. 내가 낳은 자식이니까.”

미산요 전경.
미산요 전경.

‘함께 걷는 길’을 꿈꾸며

최근 정년퇴임 이후 도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명장 부부는 작은 소일거리를 찾아 취미생활도 하면서 수입원을 갖고자 하는 시니어 세대를 위해 체험 교실을 열었다. 이들을 위한 공간을 인천에 따로 마련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무산됐다.

김 작가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조, 유통 산업 환경이 악화됐다”면서 “갈수록 버거워지는 운영의 돌파구로 협동조합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혼자 협동조합 설립 과정을 도맡아 진행하는 것이 막막해서 도움을 요청드린다”며 “어떤 형태로 진행할 수 있는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명장 부부는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야외 웨딩 샵, 펫 카페, 전통 찻집과 함께 공동체 기업 운영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본지 편집인 박진석 목사를 초청하여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시작하기 위한 자문을 구했다. 박 목사는 협동조합의 형태와 지원 과정을 설명하고 “지금 갖추고 있는 환경에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며 격려한 후 조합 실무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를 연결하여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부부는 향후 협동조합을 통해 작품과 생활자기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뿐만 아니라 실버 세대를 위한 강의실과 체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자기를 알려야 할 책무가 있다고 느껴요. 우리나라 공무원들을 보면 그들이 필요할 때는 우리를 예술가로 인정하는데, 저희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접촉하면 제조업자로 대하면서 태도가 많이 달라집니다. 현재 이천에 있는 400여 작가들 중 절반 이상은 투잡을 가지고 있어요. 상황이 어려운 거죠. 금관에는 해강요가 만든 박물관이 있는데 시에서 지원을 하지 않으니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빌라가 들어섰어요.”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앞에 선 김봉안, 김혜련 부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앞에 선 김봉안, 김혜련 부부.

명장 부부는 협동조합을 통해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면 후배 작가들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협동조합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넓은 부지를 활용해서 뭔가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무료 도자기 박물관을 만들 수도 있죠. 우리 기술로 만든 이 도자기 유산이 잘 보존되기를 바랍니다. 서구유럽 사회를 보면 예술계통이 발전하면 사회에 환원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어요. 미산요도 그 길을 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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