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에서 목민으로!
목양에서 목민으로!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5.19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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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기독교협동조합’ 펴낸 이현웅 교수
신간 '기독교협동조합'의 저자 이현웅 교수(한일장신대). 최상현 기자.

“‘한계’라고 말하고 싶다. 위기라기 보다는 한계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본다. 한국 교회, 그리고 목회가 한계에 봉착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열심히 전도해서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이 목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회 성장이 정체되고 전도 길도 막히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대안이 보이지 않았다. 또한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의 부작용들이 심각하게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현웅 교수는 자본주의 말기 현상이 대두되면서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사태에 이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속히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우선 자본가가 힘을 갖고 나머지는 노동자와 빈민이 되면서 착취를 당했던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844년, 영국에서 28명의 노동자가 모여 만든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앞에서 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린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작고 초라한 점포에서 시작한 이 협동조합은 세계 최초로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경제적 약자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스스로 복리증진을 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한국 사회 또한 1990년대 이후 IMF와 금융위기를 지나오면서 자본주의가 가진 병폐를 직접적으로 마주했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경제적 불평등은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이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도 자본주의의 위기가 왔음을 인지하고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며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했다. 이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확대된 것을 의미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 8년 전, NGO 관련 학과에서 강의하며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교수는 교회가 이제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사회의 해악으로 비판을 받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의미로 세상을 사랑하고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약 3년 간 기독교협동조합 운동의 역사와 의미, 대안점을 연구하던 이 교수는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에 주목했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사랑하사!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가? 교회 역시 세상을 사랑하고 구원하는 데 힘써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교회가 아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다. 교회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세상으로 나가야 하고, 세상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협동조합에서 찾을 수 있다.”

책 표지.

한편, 이 교수는 우리나라 협동조합이 발전해가는 과정 속에서 ‘자치’보다는 ‘관(국가) 주도 방식’으로 치우쳤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제시대에도 협동조합이 있었고 군사 독재 시대에도 존재했지만 조합원들의 자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1980년대 이후 민간이 주도하는 생활협동조합이 등장하긴 했으나 운영이 쉽지 않았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던 것이 끝나면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지속성을 갖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협동조합 정신에 공감하고 정확한 지식이 있어야 자치가 가능하다.”

그는 최근 협동조합 형태를 띤 카페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이익을 발생시키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대기업이 시장 곳곳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협동조합 정신에 대한 기본 교육’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경우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 보유수, 즉 자본의 양 만큼 영향력을 가진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투자한 금액과 관계없이 1인 1표다. 돈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다.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경우 글로벌 위기가 닥쳐왔을 때 단 한 명도 정리해고 하지 않았다. 사람이 우선되는 정신은 자본주의의 강력한 대안이 된다.”

이 교수는 에베소서 4장 12절 말씀을 설명하며 이제 목회의 영역은 목양에서 ‘목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사랑하고 지역 사회를 직접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것. 그는 신간 ‘기독교협동조합’을 통해 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협동조합 운동과 구체적인 지역 섬김을 충분히 숙지하고 진정한 의미의 ‘사랑 나눔’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현웅 교수는 "예수님은 우리에게 교회가 아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다. 교회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자 이현웅 교수는 전남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실천신학(예배학/설교학) 석사(Th. M.), 신학박사(Th. D.) 학위를 받았다. 미국 사우스웨스턴신학교(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설교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이 교수는 서울 목원교회와 미국 은혜장로교회에서 목회 했고, 현재 한일장신대학교 실천신학(예배학과 설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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