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언론들이 이재용 사면을 주장하고 이슈화하며 이건희컬렉션 기증에 대한 찬사 보도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세계적인 반도체 전쟁에서 밀리지 않고 백신 확보를 위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석방해서 그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서 사면 건의를 한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불교계에서 시작하여 성균관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한국 7대 주요 종단이 참여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도 특별사면을 청원했다.
언론들은 삼성을 위한 때를 만난 듯 앞다투어 이를 보도한 것도 모자라 어떤 언론사는 사설에서 주장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이런 ‘이쁜 보도’를 앞세워 광고까지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구속되어 있는 이재용은 오히려 이런 보도들에 대해 불편해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제는 이재용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의 대상이 될 수없다는 것이다. 때가 아닌 것이다. 이런 것을 모를리 없는 언론들이 경쟁하듯이 사면론을 이슈화하고 사면을 주장한 배경은 뻔하다. ‘최고의 광고주’에 대한 충성심을 보인 것이다. 물론 문제를 제기한 언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의 눈에 들어올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에 대한 보도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애당초 몇몇 언론들이 이건희 상속세에 대한 물납으로 이건희컬렉션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언론이 ‘바람잡이’하는 것 같아서 볼썽 사나웠다. 이재용과 삼성은 이건희컬렉션을 국민들을 위해 기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언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삼성이 이건희컬렉션을 기증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자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의 지면들은 이건희컬렉션 찬가로 춤추기 시작했다. “세기의 기증... 초일류 ‘이건희 컬렉션’ 국민 품으로”(조선일보), “이건희컬렉션 ‘무릉도원도’ 100년만에 외출”(동아일보), “이건희 회장 세기의 컬렉션 6월부터 직접 볼 수 있다”(중앙일보) 등의 화려한 제목들이 지면을 수놓았다. 어떤 신문은 아예 3,4면에 걸쳐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해설기사로 도배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에 대한 보도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흥분하면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 그동안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반성하고 기증의 이유를 짚어보면서 차분하게 보도해도 독자들은 각자 판단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언론이 한 기업과 개인에 대해 이렇게 흥분한 것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었기에 한국 저널리즘의 방향성이 심히 우려스럽다.
안기석 장로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