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현상과 한국교회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현상과 한국교회
  • 임명진 전문기자
  • 승인 2021.05.12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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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
주목할 만한 성과 거둬

영화 《미나리》와 윤여정이 거둔 수확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 4월 26일(한국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종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언론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윤여정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소비하고 있다.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것과 더불어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특히 전작이 영화 자체(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의 역량으로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면, 《미나리》의 윤여정은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쾌거이다. 이제는 한국의 영화 콘텐츠뿐 아니라, 배우 역시 미국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번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기본적으로 《미나리》 자체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이민자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인데, 이점이 앞선 개척 시대를 경험했던 미국인들에게도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정이삭 감독은 자신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소환하여 영화를 제작했지만, 관객들은 충분히 나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특히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동양인이지만, 동양에만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감성이 크게 어필되었다.

다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자체도 인종과 지역, 문화적 우월주의에 경도된 미국 영화계가 한국영화와 배우를 인정한 전 지구적 영화제로서의 확장을 도모했다는 평가이다. 이는 여전히 비서구권과 인종, 성별에 대해 차별적 시각을 견지하여, 톰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등 의식 있는 배우들의 트로피 반납과 성명서 채택, NBC 방송의 2022년 시상식 중계거부와 같은 보이콧을 촉구한 골든글로브 시상식과는 차별된다. 실지로, 골든 글로브는 여러 평론가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은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여 본상인 작품, 감독, 연기상 후보에서 배제했고, 이는 큰 논란으로 작용했다. 오늘날과 같은 지구촌 시대에 편협한 배타주의로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도 성공을 거둘 수도 없음을 인정한 꼴이다.

무엇보다도 배우 윤여정의 재발견/재평가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한국 영화계에서 윤여정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하지만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으로만 반짝 빛나는, 소외 ‘운 좋은 배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1947년생인 윤여정의 데뷔는 1966년 TBC 3기 탤런트로 시작되었다. 갓 스무살 한양대 1학년 시절이다. 그가 최고의 배우인 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그는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 영화와 TV 드라마, 라디오, 예능은 물론 CF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영역은 없다. 심지어 뉴스프로그램인 JTBC 뉴스룸이나 다큐멘터리에서도 윤여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중장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인기를 구가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배우 윤여정 신드롬과 한국교회 벤치마킹 포인트

그렇다면 75세나 된 올드한(?) 윤여정이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젊은이들과 청년층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시상식과 각종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윤여정 현상의 특징을 조명해본다. 더불어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벤치마킹할 요소는 무엇인지도 되짚어본다.

⑴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세상을 살아간다.

윤여정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감 있고 당당한 삶의 태도이다. 어디 가나 주눅 들지 않는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놀랄만큼 당당하다. 시상식 첫마디에 대배우 브래드 피트를 언급하면서도 떨지 않는다. 그만큼 영어에 자신이 있기도 했지만, 통역 없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70이 넘으면 은퇴하여 ‘선생님’ 소리 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녀는 단호히 거부한다. 단지 ‘배우 윤여정’으로 불리길 원한다. 그런 당당함은 사람들에게 나이 든 할머니보다는 현재 진행형 배우로 각인하게 만든다. 코로나 시대에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세상의 비난과 비판에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오히려 기독교의 위상이 바닥을 칠 때가 도약하는 순간이다. 당당하게 그늘진 삶을 사는 사람과 소통하며 나아갈 때 반전의 순간은 시작된다.

⑵ 겸손과 예의를 갖춘 직설화법으로 승부한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윤여정의 말투와 어록이 SNS에 유행하고 있다. ‘윤며든다’ 혹은 ‘휴먼여정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 말투는 직설적이면서도 겸손과 예의가 바탕 되어 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의 인터뷰가 좋은 예이다. 그녀는 며칠 전 별세한 필립 마운트배튼(정식 명칭, 에딘버러 공작)을 애도하는 예의를 보이면서도, 곧바로 “콧대 높은 걸로 알려진(known as snobbish people) 영국인들이 주신 상이라 더욱 특별한 것 같다”는 말로 기분 나쁘지 않게 영국인들의 배타적 우월의식을 지적했다. 리처드 마우의 『무례한 기독교』는 세상에서 기독교가 어떤 자세로 서야 하는지를 드러낸다. 예의를 갖춘 기독교의 세상을 향한 외침은 결코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는다.

⑶ 가식과 허위가 없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는 한자어가 최소한 윤여정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를 만난 대부분 사람이 ‘실제 삶과 카메라 앞의 삶이 같다’고 증언한다. 가식과 허위가 없음은 그녀의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서도 발견된다. 미국 NBC 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의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할리우드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제가 계속 오는 이유는 내가 미국에 와서 일하게 되면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에 오는 이유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온갖 화려한 치장으로 꾸미고 덧입히려는 유혹을 거부한다. 교회와 목회자에겐 가식이 있으면 안 된다. 초라하고 별볼일 없어 보일지라도 진솔한 삶의 자세가 감동을 준다.

⑷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되라.

tvN 토크쇼 〈TAXI〉 이영자와의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배우는 돈이 급할 때 연기를 제일 잘한다. 이때에는 돈 때문에 작품 안 가리고 했다’고 고백한다. 조영남과 이혼 후 귀국하여 아들 둘을 키우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일했던 40전후의 회상이다. “단역이고 뭐고 일 주는 사람이 제일 고마웠다”는 윤여정은 김수현 작가를 매우 고마워한다. 늦은 나이에 단역으로 일하기란 쉽지 않다. 배역도 없을뿐더러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새롭게 연기를 알고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술회한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되었을 때, 그 현실이 또 다른 기회의 순간으로 작용된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맞닥뜨리면서 그것을 오히려 승화시키라는 삶의 자세는 현실도피와 외면으로 일관해온 한국교회에 외치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⑸ 경쟁보다는 공존을, 최고보다는 최중을 선택하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과 함께 노미네이트 되었던 배우 글렌 클로즈를 언급하며 인터뷰했던 내용은 윤여정의 평소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사실 저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어요? 전 그분의 여러 연기를 오랫동안 봐왔습니다. 그저 오늘 노미네이트 된 다섯 명은 모두 각자 다른 영화의 다른 역할을 연기한 승리자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경쟁할 수가 없습니다.” 경쟁 없이 함께 살아가면서 ‘최고(最高)보다는 최중(最中)’을 꿈꾸며 살아간다는 삶의 태도는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이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이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무한경쟁 시대의 크고 화려한 1등만이 성공의 잣대라는 사고에 반기를 든다. 더불어 살아가는(공존) 가치가 진짜 아름다운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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