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새벽 기도의 용사
40년 새벽 기도의 용사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5.07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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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권사가 전한 신앙의 유산
김영애 권사(우)와 한명자 사모(좌). 최상현 기자.
김영애 권사(우)와 한명자 사모(좌). 최상현 기자.

“세대를 이어갈 청소년들, 젊은이들을 하나님이 눈동자처럼 지켜달라고, 믿음으로 승리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혼자는 못사는 세상이에요. 협력하면서 살아야 행복해요.”

86세, 김영애 권사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갔다. 금관교회와 요양원 사이에 있는 잔디밭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김 권사는 그녀의 딸 한명자 사모와 함께 야외 테이블 의자에 앉아 기억을 더듬으며 긴 세월 동안 체험한 은혜를 나눴다.

김 권사는 44살이 되던 해에 남편을 잃고 홀로 4남매를 키웠다. 투병생활을 하다가 떠난 남편이 남긴 것은 빚 뿐, 장녀 한명자 사모(청주금관교회)는 어머니를 도와 세 남동생을 뒷바라지했다. 험난한 세월이었다.

신앙은 한 사모가 먼저 갖게 됐다. 그녀는 간호학을 전공한 후 시골 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할 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한 사모는 어머니 김 권사를 전도했지만 집안 분위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 권사의 시어머니는 소위 ‘큰 무당’이었고 친정 또한 독실한 불교 집안이었다. 집안 어른들은 “예수를 믿으면 큰일난다, 다 망한다!”며 반대했다.

한명자 사모는 처음 신앙을 가질 때 사단의 공격이 거셌다고 간증했다.

“어머니가 다리 골절상을 입어 제가 근무하던 곳으로 모시고 왔어요. 거기서 같이 성경도 읽고 전도사님과 함께 예배도 드리면서 어머니와 함께 은혜로운 시간을 보냈죠. 한 달 쯤 지났을 때 어머니가 예수님을 영접하셨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제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날이 바로 7월 7석, 무당이셨던 할머니가 큰 굿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영적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녀가 함께 깁스를 하고 있으니 식사와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한 사모는 사촌언니에게 도움을 구했다. 한 달 후, 사촌 언니도 주님을 영접했다. 그런데 얼마 후 사촌 언니의 어머니(한명자 사모의 큰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집안 어른들은 “신을 받아야 낫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당이 되기 싫었던 한 사모의 큰 어머니는 김 권사를 따라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삶으로 전한 복음

김영애 권사는 새벽 기도를 쉬지 않았다. 아무리 늦게 자도 3시 30분이면 일어나 교회로 향했다. 그리고 교회 종탑아래 서서 기도하며 종을 쳤다. 이 소리를 듣는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게 해달라고 간구하며 40년 세월동안 새벽을 지켰다.

교회 종탑 앞에서.

“일어날 때는 당연히 힘이 들지요. ‘기도를 다녀와서 좀 자야지’ 하고 길을 나서는데, 막상 새벽기도를 하고나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요. 일할 힘이 생기고 매일 새 힘이 솟았어요. 기도할 때는 늘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어요. 건강하게, 예수님 잘 믿어서 복 받게 해달라고요. 요즘에는 선교사님들을 위해 기도해요. 불쌍한 아이들, 어려운 나라를 섬기는 선교사님들이 힘을 얻게 해달라고.”

김 권사는 전도왕이었다. 보통 전도를 하면 그 열매를 기다리기까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김 권사가 전도하는 사람들은 곧바로 교회로 인도됐다. 그 비결은 그녀의 헌신적인 희생에 있었다.

김 권사는 전도대상자가 장사를 준비할 때 직접 나서서 일을 도왔다. 함께 짐을 챙겨주고 물건을 가져오는 모든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일을 마치고 나면 대상자의 손을 잡고 함께 택시를 탔다. 택시비까지 지불하면서 교회로 인도하는 김 권사의 권유를 거절하는 이는 없었다. 김 권사는 시아버지를 등에 업고 부흥회에 모시고 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시아버지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주님 품에 안겼다. 김 권사는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더라고. 예배 드려달라고...”

김 권사의 헌신을 곁에서 지켜본 한명자 사모는 어머니의 열정이 대단했다고 고백했다.

“어머니는 전도대상자에게 ‘일을 마친 후에 나중에 꼭 교회에 들르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일을 다 해주고 차량까지 준비하셨으니 어떻게 거절할 수 있었겠어요? 부흥회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전도 대상자를 택시에 태워 오셨죠. 그리고 어머니는 집안 어른들을 전도하다가 얻어맞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끝까지 전도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셨어요. 사촌언니는 지금 심방전도사가 되어 구원의 은혜를 전파하고 있고, 큰어머니는 권사 임직을 받고 소천하셨습니다.”

40년간 새벽기도를 하며 교회의 종탑을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란 4남매는 모두 사회에서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했다. 김 권사가 ‘복의 근원’이라고 칭찬하는 맏딸 한명자 사모는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했고, 남동생은 대기업의 부사장으로 일하며 교회를 섬기고 있다. 특히 한 사모는 (재)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한 18회 인촌상 공공봉사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훗날 큰 남동생은 “말로만 예수를 믿으라고 했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관심이 가게 됐다”고 고백했다.

"복음을 가져온 우리 딸이 복의 근원이었다"고 말하는 김영애 권사.

예수님이 좋은 걸 어떡해요

가장 사랑하는 성경 구절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권사는 “시편 23편”이라고 답했다.

“목사님이 심방을 오셔서 시편 23편을 외우라고 하셨어요. 종이에 적어서 길을 오가며 읽고 외웠죠. 그 말씀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인터뷰 내내 미소를 머금고 있던 김영애 권사는 한국 교회와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도제목을 나눴다.

“제 기도제목은 우리 목사님과 사모님이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혀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손들과 만 백성이 축복받게 해달라고, 세대를 이어갈 청소년들, 젊은이들을 눈동자처럼 지켜달라고 기도합니다. 특별히 전 세계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섬기고 있는 선교사님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모든 우상숭배가 사라지고 주님께 돌아가게 하옵소서. 지상 천국이 되게 하옵소서.”

김 권사는 사람들과 통화를 할 때면 “예수 잘 믿어야 한다”는 말부터 나온다. 가족들이 이제 그만 해도 된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아이고 예수님이 좋은 걸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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