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중심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생태여성신학
생태중심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생태여성신학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1.04.23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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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유정원 박사, 여성신학과 생태정의 강의
힐데가르트, 플럼우드, 류터, 맥페이그 사상 소개
여성신학과 생태정의 강의하는 유정원 박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여성신학과 생태정의 강의하는 유정원 박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사무총장 이진형 목사)가 공동 진행하는 생태정의 아카데미 여섯 번째 강의가 지난 4월 13일 저녁 6시에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701호에서 진행됐다.

이번에는 가톨릭대 유정원 박사가 ‘여성신학과 생태정의’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유 박사는 생태사상과 실천의 대가로 알려진 성 프란치스코에 버금가는 ‘창조영성의 어머니’ 빙엔의 힐데가르트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힐데가르트가 살던 11-12세기의 유럽 상황을 ▲황제권과 교황권의 대립 ▲동서교회의 분열과 십자군 전쟁 ▲아리스토텔레스 저작의 유행 ▲대학 설립으로 신학과 신비주의 발전 ▲지적인 교류와 학문의 심화 등으로 제시했다.

유정원 박사는 힐데가르트의 영성을 비리디타스(Viriditas, 푸르름) 영성으로 지칭하며 하나님 손길에서 나오는 녹색 생명력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에 따르면 힐데가르트는 하나님의 초월성과 인간 안의 내재성을 통합하고, 인간인 소우주가 대우주와 연관이 있으며 세상, 물질, 몸을 긍정하는 영성을 펼쳤다. 힐데가르트의 시대에는 인간적인 욕구(식욕, 성욕 등)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고행이 유행했다. 유 박사는 그런 분위기에 힐데가르트가 맞섰다고 지적하며 “창조는 하나님의 겉옷이고 육체는 영혼의 겉옷이니 육체를 사랑하고 품어야 한다”면서 “육체를 학대하거나 고행해서는 안된다”는 힐데가르트의 주장을 전했다. 힐데가르트가 현대에 전해주는 시사점은 “그 당시에는 여성은 남성을 유혹하는 악한 존재로 여겨졌다”면서 그러나 “힐데가르트는 하나님이 소중히 여기는 피조물이라는 점을 알렸다”는 점과 함께 “예술과 과학과 종교를 하나로 보는 통합을 이뤘다”다는 점이다.

유 박사는 이후에 호주의 발 플럼우드(Val Plumwood)를 통해 여성신학과 생태정의의 문제를 살펴봤다. 플럼우드는 시드니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생태운동을 시작했는데, 1985년 어느날 악어의 먹이가 될 뻔한 사고를 겪은 후 플럼우드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다스리며 돌보는 청지기 역할을 하라고 했는데, 사실 인간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 박사에 따르면 플럼우든 “육식 동물에 비하면 인간은 연약한 동물이라는 점과 인간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먹는 존재이자 먹히는 존재라는 점을 주장했다”고 알렸다. 유 박사는 플럼우드가 호주 원주민 문화에 참여하고 관찰하며 서구 철학의 이원론을 비판하고 여성생태학적 관점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플럼우드는 호주 원주민들이 인간과의 우정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자연 및 그곳의 다른 존재들과 자연스럽고 친근하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유정원 박사는 “서구 역사를 보면 이원론 때문에 몸, 자연, 여성을 소외시켰지만, 나중에는 히틀러처럼 자기 민족이 아닌 타자에 대한 혐오로 발전했다”면서 “타자 혐오가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까지도 타자로 보고 착취하고 수단으로 삼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민족, 우리 국가, 우리 종교라는 자아 중심적인 틀에 갇혀 있을 때 고립되고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박사는 “우리는 타자를 내 식으로 바꿔놓거나 배척하기 보다는 차이를 바라보고 인정하고 공감하며 배워나가며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박사는 강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로즈마리 래드포드 류터의 여성신학을 중심으로 생태정의의 문제를 풀어갔다. 류터에 따르면 서구 고전문화 전통들은 하나님을 남성적, 유일신으로 보고 여성과 자연 지배를 강화해 왔다. 유 박사는 류터의 책 ‘가이아와 하나님’이 특히 유명한데 “가이아는 고대에 대지의 여신”이라면서, “하나님이 남성적인 아버지 이미지라면, 가이아는 대지의 모신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세 가지 고전의 창조 이야기가 있다면서 바빌로니아 ‘티아마트와 마르둑’, 히브리 유대 성서의 ‘창세기’,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의 데미우르고스’를 언급했다. 류터는 이 세 가지 창조신화가 가부장적인 아버지 신, 여신을 추방하고 남성신만을 올린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터에 따르면 히브리 신화는 여성의 힘의 기억을 억압하고 종속시킨다. 유 박사는 “아담의 짝 이브가 그의 갈빗대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인간 생명의 근원인 출산하는 어머니를 추방한다”면서 “대신 남성은 아빠 하나님에 의해 진흙과 숨결로 만들어진, 여성이라는 짝이 없는 첫 인간으로 정의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야기로 어머니로서의 여성이 정복되고 사라지며, 아내로서의 여성은 남편에 부속된 제2존재로 창조된다”면서 “아브라함이 시도한 이삭의 희생은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를 부정한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새로운 세계 파괴, 그리고 죄악과 실낙원과 같은 성경 속의 파괴가 지금 우리에게도 연장되어 있다”면서 “인구와 가난, 식량문제, 에너지, 기후 위기, 생물종 멸종, 군사주의와 전쟁”을 언급했다. 유 박사는 “생태계는 다양성과 상호의존의 균형을 필요로 한다”면서 “먼저 먹이사슬의 처음 단계의 수가 높은 단계의 수보다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식물의 삶이 다양하면 할수록 상호의존은 더 다양해지고 더 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태계의 지나친 단순화는 특정 종을 급증시켜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인간은 자신들 외에는 다른 약탈자가 없는 종으로, 서로가 주요 약탈자”라면서 “인간은 식량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적개심 표출과 자원 획득을 위해 서로 죽인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유정원 박사는 오염되고 파괴된 세계를 치유하기 위한 기독교적 방식을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성경에는 계약 전통과 성사 전통이 있다. 계약 전통에서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안에서 즐기시는 분이고 또한 사회와 자연의 축복과 재난 속에 함께 계신 분이며 안식일과 희년을 주신 분이다. 성사 전통에서 성육신하신 예수 안에 나타난 신적 인간은 하나님께 창조되고 화해해야 하는 새로운 창조의 힘이며 우주 그리스도를 보여준다. 그는 “신의 두 음성이 있다”면서 “남성적 어조인 힘과 율법의 음성이 있고 또한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제지하는 명령”과 “물질의 깊은 중심인 가이아의 음성이 우리를 친밀한 관계로 초대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유 박사는 샐리 맥페이그를 대표적인 개신교의 여성생태신학자라고 소개하고 강의를 마쳤다. 그에 따르면 맥페이그는 세상이 하나님의 몸이라고 주장했다. 피조물의 근원이며 양육자인 사랑이신 성부, 삶과 죽음으로 하나님과 세상을 중재하는 육화하신 성자, 충만한 삶을 위한 유일한 품인 생명이신 성령을 맥페이그는 강조했다. 유 박사는 “생태여성신학은 근대의 인간중심주의로 말미암아 생태 파괴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시각에서 생태중심주의를 대안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태신학자들이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하여 우주와 생태중심주의를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현실사회와 문화 및 종교를 역사적 맥락이나 사회적 모순 속에서 다각적이고 역동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상화한 가설만을 순진하게 낙관적으로 제시한 것을 비판하는 분위기를 전하며 “이러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생태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생태정의아카데미 여성신학과 생태정의 강의는 유튜브를 통해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pLwj63DY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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