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용어 중에 ‘경마식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선거보도 형태의 하나로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심층적 분석보다는 득표 상황만을 집중 보도하는 것을 뜻한다. 즉, 진실에 바탕을 둔 공정한 보도보다는 단순히 흥미 위주로 마치 경마를 취재하는 기사처럼 오로지 누가 앞서고 누가 뒤지느냐에만 집착하여 보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마식 저널리즘’은 후보자의 성실성, 능력, 도덕성 등 자질이나 정책 이슈같은 유권자의 선택에 필요한 본질적 내용보다는 후보의 득표전략이나 득표율 예측, 현재의 우열에 대한 여론조사, 유세장의 군중 수, 정파 간의 갈등과 공방전, 후보자 간의 합종연횡 등 흥미 요소를 집중적으로 보도하여 마치 객석에서 경마를 구경하는듯한 상황에 빠져들게 한다. 제치다, 누르다, 격차를 벌리다, 재탈환, 돌파, 급락, 추락 등의 자의적인 표현에 의한 전형적인 경마식 보도는 흥미성에만 집착하는 언론의 선정주의의 하나다.(네이버 지식백과의 경마저널리즘 설명)
요즘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같은 ‘경마식 저널리즘’의 악습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후보자 사이의 저속한 비난과 근거 없는 모함조차 거르지 않고 그대로 중계하듯 보도하는 모습을 보면 전문가로서 훈련받은 기자들의 품격은 찾아보기 어렵고 말 그대로 단순한 경마장 중계보도를 지켜보는 느낌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보도행태가 비단 이번 보궐선거 보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동산폭등과 코로나백신 등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현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 역시 그 원인을 심층분석하고 여야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그 타당성을 분석하는 뉴스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백신접종을 둘러싼 주사기 바꿔치기 논란 보도에서 보듯, 진실을 파악해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기 보다는 오로지 정치적 공방을 중계하고 관전평을 쏟아내는 식의 보도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점차 뉴스에 짜증을 내고 정치 그 자체에 혐오감을 갖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심화되고 있음을 누구나 실감할 것이다.
필자는 이제 우리 언론이 ‘경마식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솔루션 저널리즘’을 추구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해법저널리즘, Solutions Journalism)은 사회 문제의 현상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솔루션 즉 해법을 모색하는 보도방식이다. 즉 솔루션 저널리즘은 세상이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를 모색하는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게 빈곤과 독재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 정치적,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데 성공하였지만 그 그늘 역시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 극심한 정치권 갈등 등등 우리사회의 시급한 현안은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현실에 대한 경마장식 중계에 우리 국민은 이제 지칠대로 지쳤다. 사회현안과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을 경마장식으로 중계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전문가다운 탐사보도정신이 필요하다.
권혁률 교수
성공회대 연구교수, 전 CBS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