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예술목회연구원 예술신학 콜로키움⓶ 2021 Who am I (화가들의 자화상)
[기획특집]예술목회연구원 예술신학 콜로키움⓶ 2021 Who am I (화가들의 자화상)
  • 최정주
  • 승인 2021.04.0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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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마음에 돌아섰다가 가여운 마음에 돌아보고 또 다시 들여다보고, 마지막엔 추억처럼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시인 윤동주는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위와 같이 묘사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본 모습을 돌아볼 때, 만족하기보다는 다소 안쓰럽게 느끼거나 불만족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특히 화가들은 일반인들 보다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화가들이 자기 자신을 그린 자화상을 감상하면서, 우리 각자의 자화상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될 것입니다.

눈에 띄는 자화상을 그린 열 명의 화가들(렘브란트, 카라바조, 미켈란젤로, 뭉크, 고흐, 프리다 칼로, 뒤러, 쿠르베, 비제르 브룅, 샤갈)을 찾아, 다섯 개의 카테고리(자아성찰형, 회한과 탄식형, 고뇌과 고통형, 영웅형, 사랑형)로 나누어 보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자화상과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작품을 연결하여 보았습니다.

<렘브란트>자화상, 1628
22x18cm, 암스테르담 레이크스미술관

1. 자아성찰형 – 렘브란트 - 마스네 타이스 명상곡

자화상의 대표 화가는 렘브란트입니다. 미술사가 곰브리치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에서 보이는 그의 눈이 ‘인간의 내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고 하였습니다. 젊은 시절의 패기 만만한 모습으로부터 나락으로 떨어진 말년의 허세나 위선 없는 모습까지 진실하게 자화상을 그린 렘브란트는 80여편의 자화상으로 자신의 자서전을 쓴 화가입니다. 자화상 속의 그의 눈빛은 우리에게 무언의 대화로, 인간은 바로 자기 성찰을 하면서 삶을 완성해 가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회화는 종교적인 깨달음과 내적인 성찰을 통해 완성되었기에 우리는 그를 위대한 화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함께 들어 볼 음악은 19세기 후반 프랑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에 들어 있는 명상곡입니다. 간주곡 역할을 하는 이 명상곡은 오페라의 제2막 1장과 2장 중간에 연주되는데, 화려하고 방탕한 생활에 젖어있던 타이스가 수도승인 아타나엘의 설득에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 장면에서 흐르는 곡입니다. 타이스가 삶을 되돌아보는 순간의 흐르는 명상곡을 들으며, 렘브란트의 젊은 날의 자화상들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우리도 젊은 날의 자신의 초상이 마음속에 일렁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1610
100x125cm, 로마 보르게세미술관

2. 회한과 탄식 – 카라바조 - 베르디 레퀴엠 중에서 Ingemisco(나는 탄식하나이다)

회환이라는 뜻은 후회하고 뉘우친다는 의미입니다. 미켈란젤로와 카라바조. 그들의 삶의 마지막에서 남긴 자화상들에는 후회와 회한이 넘쳐흐릅니다.

특히 카라바조의 작품 중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있는 다윗(1610)’은 이중 자화상으로 유명합니다.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으로 추정되는데, 자신의 젊은 시절을 표현한 소년 다윗이 늙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습니다. 죄악으로 가득한 자신의 광포한 본성을 다스리지 못한 결과인 비참한 머리를, 순진무구한 소년의 얼굴과 대비시키면서 이중의 초상을 시도한 것입니다. 카라바조는 그의 얼굴을 골리앗으로 표현함으로 도박, 술 주정, 결투와 투옥, 살인과 도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였고, 듬성듬성한 치아까지 드러낸 지저분한 입언저리의 모습은 처참하고 어두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카라바조와 미켈란젤로의 자화상을 보면서, 베르디 레퀴엠 중에서 Ingemisco(나는 탄식하나이다)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베르디의 전기를 저술한 알랭 뒤오는 베르디의 레퀴엠을 가리켜 ‘망자의 오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살아생전 많은 이들이들에게 훌륭한 작품으로 칭송받았던 두 화가의 비참한 자화상을 보면 세속적 형태의 오페라처럼 화려하게 표현되었으나 죽음을 슬퍼하는 종교곡인 베르디 레퀴엠의 특성과 잘 어울립니다. 레퀴엠 중 가장 슬픈 곡 나는 탄식하나이다를 통해서 젊은 날의 방탕에 대한 후회와 탄식을 공감해보시기 바랍니다.

<뭉크>
The Scream (1893)
91 x 73.5cm 노르웨이 국립 미술관

3. 고뇌와 고통 – 뭉크 

회환과 탄식이 과거로부터 시간적인 흐름에 의해 느껴지는 감정이라면, 고뇌와 고통은 현재의 삶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생토록 정신과 육체의 고통에 시달렸던 화가 뭉크의 자화상에서 그의 모습은 매우 처절합니다. 그의 대표작 절규에서 그는 핏빛 하늘과 시퍼런 바다가 구불구불 요동치는 혼돈의 세상 속에서 머리카락과 눈썹이 없고 비정상적으로 일그러진 얼국과 과장되게 벌린 입을 한 괴이한 모습의 사람으로 표현되었고, 세상과 함께 흔들리는 몸은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초점없이 치켜 뜬 눈으로 무언가 소스라쳐 놀라며 두려워 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원경의 바다에는 두척의 배가 평행하게 고요히 떠 있습니다. 뭉크의 자화상은 자아에 대한 탐구 정신과 내면의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마치 일기를 쓴 것처럼 느껴집니다.

뭉크의 그림을 보면서, 슈베르트 피아노트리오 2번 2악장의 연주를 들으면, “당신은 지금 고뇌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들려옵니다. 슈베르트가 죽던 해에 발표한 이 곡을 들은 청중들은 죽음의 그림자, 고뇌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2악장을 여는 낮게 울리는 피아노 소리와 리듬을 타고 흐르는 첼로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율은 단 한 번만 들어도 결코 잊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입니다. 뭉크와 고흐가 생의 마지막에 그린 자화상과 슈베르트가 생의 마지막에 작곡한 피아노 트리오 작품은 고뇌와 고통을 초월한 예술가들의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알브레히트뒤러>
장갑을 낀 자화상, 1498
52x41cm 프라도 미술관

4. 영웅 – 뒤러 – 리베르탱고 

뒤러와 쿠르베의 작품들은 영웅적이고도 열정적입니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지역인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을 펼친 뒤러는 아름다움과 기지, 우아함의 상징인 다빈치와는 대조적으로 북유럽의 예술가라는 이미지답게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혁신적인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그의 서명인 AD 이니셜과 날짜, 아름다운 글씨가 씌여 있는데, 그의 자화상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으며, 자화상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까지 일컬어집니다. 자화상 속에서 작가는 호화로운 옷에 머리는 단정하게 빗었고, 매우 아름다운 눈으로 매우 자신만만하게 우리를 응시합니다.

아르헨티나의 피아졸라가 작곡한 열정적인 탱고를 상징하는 리베르탱고. 피아졸라는 클래식한 작곡 기법으로 탱고의 특징을 잘 표현한 이 곡으로 탱고를 클래식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자화상을 처음으로 초상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뒤러, 자화상을 자신의 일기로 스토리텔링한 쿠르베 그들의 멋진 자화상을 보며 정열적인 탱고를 클래식의 반열에 올려놓은 누에보탱고의 창시자피아졸라의 대표곡 리베르탱고와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엘리자베스 비제르브룅>
자화상 1790
100x81cm,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5. 사랑 - 비제 르 브룅 - 바흐의 사냥 칸타타중에서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사랑이라는 것은 매우 여러 가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비제르 브룅의 모성애, 샤갈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평생토록의 그리움이 이번에 만나는 자화상들입니다.

로코코 시대의 프랑스 화가인 비제르브룅은 18세기에 가장 유명했던 여성 화가입니다. 여성화가가 드물던 당시에 이미 성공의 반열에 오른 여류화가인 비제는 신고전주의적인 기법에 영향을 받았고, 프랑스 왕실화가로서 마리 앙투와네트의 총애를 받습니다. 그녀가 그린 자화상에서는 남성화가들만이 주로 활동했던 그 시절 볼 수 없던 특유의 친화력이 느껴집니다. 그녀는 관객을 부드럽게 바라봅니다. 하지만 작품 속에는 초상화 의뢰를 위한 자신을 광고하는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특별히 웃지 않아도 환하게 미소띠며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얼굴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손은 재능에 대한 자신감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선다고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화면 속 화가와 그녀의 딸은 강력히 서로를 끌어 안고 있습니다. 그녀의 시선에서 보이는 특유의 친화력은 우리에게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바흐의 사냥 칸타타중에서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라는 곡을 같이 들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바하는 200여 곡의 종교 칸타타와 20여 곡의 세속칸타타를 작곡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의 칸타타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속 칸타타입니다. 그 중에서 9번째 아리아는 특히 백미로 꼽힙니다. 선한 목자의 보호 아래에서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는다는 내용의 아리아는 비제르브룅의 사랑스런 엄마와 아이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목자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들의 모습까지 상상하게 합니다.

화가들의 자화상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여러분의 자화상은 누구의 자화상과 가장 유사한가요? 우리는 인생이라는 화폭에 매일매일 자화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2021년 초부터 그리기 시작하는 여러분의 자화상은 연말에는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요?

시인 서정주는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자신의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서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라고 단호한 말을 합니다. 당연히 뉘우침을 느끼게 되는 일기와 같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뉘우치지 않겠다”는 말보다 더 강하게 뉘우침을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나의 거울을 닦고 있습니다. 화가들의 자화상처럼, 현실과 마주한 나의 내면 모습을 보면서, 솔직하게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기 성화의 과정이 아닐까요. 성경의 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님은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못보느냐.”고 물으십니다. 나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데는 남의 티끌찾는 것보다 더욱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화가들의 자화상을 감상하는 것. 그것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2021년의 초반입니다. 붓을 들고 거울 앞에서서 올 한해도 자신의 자화상을 차분히 그려 보는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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