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레이디(The Lady)
[사설] 더 레이디(The Lady)
  • 황인돈 목사
  • 승인 2021.03.2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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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에 일어난 미얀마 군 쿠데타와 이에 저항하는 시위대 뉴스가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다.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가 200명이 넘고 수천 명이 체포, 감금되었다.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조준 사격에 일반 시민 뿐 아니라 어린이, 10대 청소년들까지 목숨을 잃었으며 그들의 시신을 트럭에 싣고 떠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었다.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도 사망했다. 안 나 따웅이라는 수녀는 진압하는 군경 앞 에 무릎을 꿇고 제발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애원했다.

뤽 베송 감독이 2011년에 만든 영화 “더 레이디(The Lady)”는 실존 인물인 아웅 산 수 치(Aung San Suu Kyi)의 삶을 재현한 드라마이다. 현장감을 위해 영화 중 일부 장면은 위험을 무릅쓴 채 미얀마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박진감 있는 스토리 전개나 흥미는 기대할 수 없다. 보는 내내 지루하게 전개되는 가택연금의 삶, 독재자의 잔인함, 군부 정권 하에 통제된 사회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 한숨과 탄식을 쏟아내게 한다. 영화의 장면들을 통해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마치 뉴스 현장을 보듯 할 수 있다.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미얀마는 영국과 세 차례 전쟁 후 식민지가 되었다. 아웅 산 가문은 이 때부터 독립운동을 주도함으로 명성이 높았다. 아웅 산은 군사 훈련을 받은 “30인의 동지”를 결성하고서 미얀마를 점령한 영국, 일본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펼쳤다. 드디어 독립을 얻어 내고 제헌의회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만 각료 회의를 주재하던 중 신원불명의 인물에 의해 암살된다. 미얀마 국민들은 지금도 그를 “건국의 아버지”,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아웅 산 수 치는 아웅 산 부부의 셋째로 태어났다. 부친 사후 어린 시절 미얀마를 떠난 그녀는 1988년 귀국 전까지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냈고 아시아를 공부하는 영국 사람과 결혼하였다. 그러는 동안 미얀마의 초대 정부는 정치적 내분과 갈등으로 안정되지 못하였다. 1962년에 들어 ‘30인의 동지’의 일원이었던 네 윈(Ne Win) 장군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장기간 최고 권력자요 독재자로 군림하였다.

1988년 총선 실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확산될 무렵 아웅 산 수 치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귀국한다. 위기에 빠진 미얀마를 위해 아웅 산 장군의 딸이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민중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녀는 민주주의민족연맹(NLD)를 창당하고 정치적 활동을 시작한다. 그녀의 정치적 행보는 소수민족을 포함하여 전국적인 지지를 받았기에 군사 정권에는 가장 큰 위협이 되었으며, 결국은 가택연금에 처해지고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금지된 채 수년 간 자택 안에 머물러야 했다. 한편으로 그녀의 남편 마이클 에어리스(Michael Aris)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보탬이 되고자 아웅 산 수 치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내와 재회하지 못한 채 영국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의 미얀마는 1980년대 우리나라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 미얀마 국민들은 민주화에 성공한 한국을 주목하며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고 외쳤던 마게도니아 사람의 부르짖음이 오늘 한국 교회에 들려오는 데 고난당하는 이웃 미얀마를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 내전의 위험이 코앞에 닥친 그들을 위해 중보할 뿐 아니라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가장 큰 부담을 느끼게 되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을 한국 교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호소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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