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장 부총회장 김은경 목사(익산중앙교회) “통념을 깨는 여성 목회가 희망이다”
[인터뷰] 기장 부총회장 김은경 목사(익산중앙교회) “통념을 깨는 여성 목회가 희망이다”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1.03.11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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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15일 목사 안수 받아
다음 해 남편 목사님 소천 후 담임 목회 길로
예수님도 통념을 깨셨다는 점 깨달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기독교장로회 최초의 여성 목사부총회장 김은경 목사와 여성 목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여성 목회의 현실과 비전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대담자 이신성 기자.

기장 최초의 여성 부총회장 김은경 목사. 이신성 기자
기장 최초의 여성 부총회장 김은경 목사. 이신성 기자

Q. 목회 동기 혹은 계기가 있다면?

A. 내가 처음부터 조직교회를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기관목사로서 성폭력 가정폭력 상담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남편이 교회를 개척하여 사역하는 가운데 동역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남편은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고, 남편의 뒤를 이어 선택의 여지도 없이 교회의 청빙을 받아 담임 목회를 하게 됐다.

신학교에 들어갔던 1970년대는 군부독재시절이었다. 그 시대의 청년으로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모순을 보게 되었고, 분단의 현실로 인해 고통당하는 민족과 사람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 목사가 되면 “통일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통일을 위해 힘쓰며 분단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들의 우산이 되겠다”는 고백의 기도를 드렸다.

나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던지 목사 안수는 받지 않은 채 사역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하나님은 남편을 통해 나를 목사 안수 받도록 이끄셨다. 2000년 6월 15일은 내가 목사 안수를 받은 날이다. 아직도 그 날짜를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그 날이 바로 6-15남북공동선언을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천년을 여는 밀레니엄 시대에 ‘평화’와 ‘여성’의 가치가 남다른 감회로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Q. 한국 개신교 안에는 여전히 유교적이며 가부장적인 면이 강하게 작용해서 목회하면서 여성으로서 겪으신 고충이나 남다른 경험을 나눈다면?

A. 사역하면서 유교적이며 가부장적인 분위기로 인해 차별을 당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일들을 자연스럽게 넘겼던 것 같다. 그럴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남편과 아버지의 사랑과 존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안에서 “사모는 잠잠하라”는 압박이 심했던 때였지만 남편은 나를 위계적인 관계 속에서 목사와 사모가 아닌 신학을 함께 공부한 길동무로 남성과 동등한 여성 목회자로 대하였기에 동역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나를 굉장히 아껴주시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동역했던 선배 목사님들은 “여자가 똑똑하면 교회가 청빙 안한다, 남편 목사가 힘들다”고 말하곤 했다. 나 역시도 세례 요한처럼 “남편 은 흥해야 하고 나는 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함석헌 선생님 말씀대로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담임 목회하면서 교회 구성원들이 평등적인 의식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느끼지만, 파우스트에서 말하는 것처럼 결국 “여성적인 것이 구원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Q. 기장 총회에서 최초의 여성 목사부총회장인데 출마한 이유는?

A. 한 사람의 리더가 세워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위계와 연고를 중시하는 남성중심주의 한국사회에서 그것도 보수적인 종교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교단 안에서는 구조 개혁, 제도 마련, 인식의 변화를 꾀하는 노력들이 계속되어왔다. 여성연대(여교역자회, 여신도회, 여장로회, 한신여동문회)를 조직하여 일찍부터 함께 연대하였고, 교단 내에 양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하여 여성들의 지도력 확대와 교단의 조직과 내용을 평등, 평화적으로 변화하도록 노력하며, 교회 구조를 양성평등적인 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해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하며 교육을 실시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더불어서 이번 교단 총회에 목사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할 때 남성 목회자들의 지지와 협력이 뒷받침되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때 이주선교 파트 모임에서 총회장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교단에서 여성 총회장이 나와야 한다고 하시면서, “여기 준비된 김은경 목사 있지 않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나는 “내가 재정이 넉넉한 교회를 섬기는 것도 아니고, 든든한 조력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제게 통념을 깨도록 하셨다. 뒤돌아보니 내가 살아온 삶이 통념을 깨뜨리면서 살아온 삶이었고, 예수님 또한 사회통념을 깨신 분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되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교회의 크기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Q. 부총회장 소견 발표 때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의 씨를 심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우리 교단의 선교의 원리, 신앙의 원리는 JPIC(정의(Justice), 평화(Peace), 창조질서보존(Integrity of Creation))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교회들마다 모이지 못하고 위축됐다. 하지만 사도행전을 보면 핍박받을 때 흩어지고 그리스도를 증거했다. 그래서 교인들에게 지금이 바로 우리가 일할 때라고 강조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사회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것이다.

Q.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하면 한국 교계에서 운동권, 진보 이런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 목회자들의 권리와 역량 강화를 위해 힘써 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기장 여성 목회자의 활동을 소개한다면?

A. 교단의 이미지를 진보와 보수로, 운동권과 비운동권으로 나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우리 교단은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교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각 시대마다 하나님은 사람을 부르시고 그 사람들을 통하여 일하셨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단도 시대적인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본다. 특히 우리 교단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예언자 정신으로 정의와 평화와 생명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 왔다.

그렇다. 교단 내에서도 양성평등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성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 교단의 여성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총회 총대 여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노회 총대 10명이상인 노회에서 여성목사와 장로 1인 이상씩을 총대를 보내고 있다. 여성장로 30%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총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서 여성1인 이상 공천 할당하기로 결의하여 여성들이 위원회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또한 성윤리강령을 제정하여 성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장 여교역자회는 “기억을 되새기며 새 희년을 향하여” 라는 주제로 50주년 기념예배를 3년 전에 드리면서 공교회성 회복, 성평등과 성정의 실현, 평화통일 등에 방점을 찍고 희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인터뷰하는 김은경 목사. 이신성 기자
인터뷰하는 김은경 목사. 이신성 기자

Q. 기장 여교역자회 총회가 1968년에 창립됐고, 이후 1974년에 여목사 제도가 도입되고 1977년에 첫 여성 목사 안수가 시행됐다. 5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현재 기장 여성 목회자들의 상황이 어떻다고 보나?

A. 기장 여교역자의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예산이 1억 넘는 교회가 전국에 2개, 조직교회도 얼마 안 된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 목회자 대부분이 부교역자들이거나 미조직교회에서 주로 사역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여성 부교역자들의 사역이 여전히 교육부서나 심방이라는 성역할의 고정관념에 매여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여성 목사 안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Q. 총회장이 되었을 때 여성으로서 기장 교단과 한국 개신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나?

A. 총회장 1년을 하면서 급작스러운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는 진전되고 발전해 왔다. 1인 1투표제도 200년밖에 안된다. 교단 내에서 여성 목회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교회 현장에서 복음을 왜곡시키지 않고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기장 소속 여성 목사 수가 5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남성 목회자가 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목회자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A. 최근 5년 안에 여성 목사 수가 많이 증가되었다. 이에 따라 부여되는 과제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전과 다르게 결혼하는 여성목회자들이 증가하면서 부부목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임신, 출산, 양육이 보장되는 목회를 꿈꾸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여전히 벽으로 남아 있는 남성 중심적인 담임 목회자의 자리에 여성 목회자들에게도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Q. 한국 개신교는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의 세습, 성추행, 공금유용, 학력위조 등 스캔들로 인해 신뢰를 잃고, 코로나19로 인하여 더욱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개신교를 위해서 여성 목사로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이나 비전이 있다면?

A. 작은 것이 참 아름답다. 모든 생명을 품고 있는 것은 핵이다. 씨앗은 굉장히 작다. 인간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나사렛에서 선한 것이 나겠어?” “아이구 저 구역에서 저 이만 없으면 평안해!” 말하곤 한다. 그러나 장공 김재준 목사는 “사람은 버릴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하셨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졌다 여긴다. 나는 “하나님이 저 요소를 사랑하시나 보구나” 느낀다. 저 모양으로 사는 것도 생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떠난 후 ‘살아있으니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 뿌리에서 저 가지가 났다고 인정해야 한다. 다 우리의 모습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 비판하고 분석하는 역할도 해야 하겠지만, 그런 연약한 모습 역시 교회가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처절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님은 돌아오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죄악을 저질렀어도 말씀 안에서 거듭나야한다. 주신 은혜에 따라서 삭개오처럼 달라진 증거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동체 스스로도 달라진 열매를 내놓아야 한다. 복음의 능력을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드러내며 산다는 것은 ‘생명’ 과 ‘사람’의 능력이다

요즘 대형교회 문제로 실망한 분들이 많은데, 작은 교회 목사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그들이 우리 한국 개신교계를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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