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정치적 거리두기
[데겔칼럼] 정치적 거리두기
  • 김윤태 목사
  • 승인 2021.03.1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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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선거철이 돌아왔다. 재·보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20대 대통령 선거도 1년이 남지 않았다. 선거철이 돌아올 때마다 언제부턴가 교계는 선거와 정치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쳐왔고, 나름대로 보이스를 내기 시작했다. 특별히 민주화 이후 보수 교단들의 정치참여가 두드러진다. 예배당 안에서 노골적인 정치 설교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예배당이 아닌 광장에서 대규모 정치집회에 교인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국민일보 김지방 기자는 ‘정치교회(poli-church)’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설명한 바 있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중독(political addiction)이 교회 안에도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정치적 동물(homo politicus)’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정치는 자신과 타인, 집단의 욕망 사이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가장 발전된 도구다. 문제는 정치에 지나치게 과몰입되었을 때다. 정치에 과몰입되면 신문도 정치면만 보고, TV도 정치뉴스만 시청하게 된다. 대화를 해도 정치와 관련된 대화만 하게 된다. 이것이 지나치면 정치중독에 이르게 되는데, 일단 정치에 중독되면 모든 것을 정치적인 문제로 환원하여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이데올로기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고, 합리적인 이성보다 선동적인 감성에 지배되어 점점 객관적인 가치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국사회는 대표적인 정치중독사회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에 전 국민이 이렇게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정치를 소비하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데이비드 슐츠가 만든 ‘폴리테이너(politainer)’라는 용어가 있다. 연예인(entertainer)과 정치인(politician)의 합성어인데, 지금 한국에는 허경영, 김어준, 김용민을 비롯한 수많은 폴리테이너들이 정치를 예능화하며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종교인(religionist)과 정치인(politician)의 합성어인 ‘폴리저니스트(poligionist)’들도 등장하고 있다. 최태민, 전광훈에 이어 대형교회 목사들과 교인들이 예배당에서 광장으로 나와 저마다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은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누구라도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피력할 수 있으며, 찬반 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있다. 문제는 과몰입이다. 정치에 지나치게 과몰입되어 교회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거나, 정치적인 이슈를 선과 악,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순간 종교는 타락하며 정치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프랑스는 일찍부터 자유 평등 박애와 함께 정교분리를 의미하는 ‘라이시테(laïcité)’를 국가 통치 원칙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 정치인은 종교에 어떤 협조나 적의도 품지 않고, 종교인들은 성직자로서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라이시테를 향해 한 걸음을 더 내디뎠으면 좋겠다. 정치인은 종교를 행사장이나 표밭으로 인식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종교인은 정치인을 포교의 수단으로 삼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이름이 아니라 시민의 자격으로 정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어쩌면 정치적 거리두기가 아닐까?

정치는 중독성이 강하다. 카지노 도박장이 들어선 강원도 정선에서 도의원으로 당선된 성희직 전 의원이 정치는 마약이라며 중독될 것 같아 떠난다고 선언했지만 10년 뒤 다시 돌아왔다가 8위로 낙선한 바 있다. 한 번 정치에 중독되면 끊기 쉽지 않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중독되면 하나님의 음성과 소외된 자들의 음성을 듣지 못한다. 우리의 사명은 예수님이 통치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지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는 세상 나라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게 나라냐’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하나님 나라다’라고 말해야 한다. 사순절 기간, 정치중독을 끊기 위해 정치 발언 침묵, 정치 미디어 금식을 권해본다.

관련 말씀: 눅 20:25 이르시되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관련 뉴스: 정치와 종교, 이별할 때 됐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8810.html

정치에 중독된 병사들에게 https://www.gos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18

 

김윤태 목사
대전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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