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목회모델] 정여임 목사(아가페드림교회) “아이들이 편히 먹고, 쉬고, 잠드는 교회”
[미래세대 목회모델] 정여임 목사(아가페드림교회) “아이들이 편히 먹고, 쉬고, 잠드는 교회”
  • 김유수 기자
  • 승인 2021.03.1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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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점 만들고자 밥을 나눠
영성과 성경, 문화사역으로
소외된 청년 위한 돌봄 공간
나눔과 양육으로 열린 교회
“위로사역이 필수적인 시대”
극단에서 청년들과 예배드리는 정여임 목사. 교회 제공

“우리 교회 표어는 ‘그리스도의 사람 그리스도의 마을 그리스도의 문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스도에게 붙잡히면 공동체를 이루게 되고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과 함께 그리스도 문화의 한 축을 감당하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학로 초입에 이 교회를 시작 했다”

정여임 목사가 엄마의 마음으로 섬기는 아가페드림교회는 종로구 대학로 극장들 사이에 위치해 24시간 모두에게 열려있는 교회다. 대학로 배우들의 사진과 렘브란트의 그림 ‘탕자의 귀환’을 지나 들어갈 수 있는 교회 예배당은 배우들이 언제든 연습실과 레슨실로 쓸 수 있도록 열려있다. 또한 아가페드림교회 예배당은 목회자들이 모임을 갖는 세미나실이기도, 침묵기도실이기도, 성경 공부실이기도 하다.

정 목사는 고등학교 때 세례를 받은 후 질병을 얻고 교회를 떠나 오랜 방황의 시절을 보냈다. 산을 돌아다니며 불교에도 입문해 대학생 불교연합회에서 활동도 했다. 그런 방황 가운데 결혼 생활에서도 아픔을 겪었고 하나뿐인 딸마저 지독한 피부병을 앓았다. 정 목사는 이제 “이 그 방황은 하나님이 나를 단련하시는 도구가 됐다”고 고백한다.

공릉동 아가페 교회에서 10년간 평신도로 지냈던 정 목사는 자신의 사업을 정리한 뒤 교회를 위해 기도하다가 신장을 기증해야겠다는 마음을 받았다. 그리고 신장 기증을 계기로 그의 신장을 기증받은 불신자 청년과 무당이었던 그 청년의 누나를 전도했다. 이 놀라운 소식을 듣고 교회에서 그에게 신학을 권유했고, 그때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정 목사는 대학로에 아가페드림교회를 개척했고, 방황 끝에 주님 안에서 회복을 경험한 그의 딸 신지은 목사도 어머니를 따라 여성 목회자의 길에 함께했다.

정 목사는 처음 사역했던 공릉동 아가페교회에서 ‘엎드림 선교회’를 만들어 장애인 공동체 봉사, 중국인 학생 한국 체험 등의 선교 활동을 했다. 이후 기독교문화사역단체의 사목으로 부임해 극단의 청년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첫 1년간은 교회도 없이 공연장을 다니며 청년들과 예배를 드렸다. 그때부터 믿지 않는 청년들과 접촉점을 찾기 위해 청년들에게 밥을 해줬다. 연극무대 환경에선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청년들이 정말 많았다. 정 목사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청년들과 식사를 나줬고 이를 통해 복음의 접촉점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극장을 돌아다니며 청년들에게 밥을 먹이고 예배를 드렸는데 마땅히 식사할 공간이 없어 건물 옥상에서 밥을 나눠 먹곤 했다. 옥상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복도와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비를 피해 식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역을 이어갔지만 모일 교회 공간이 없으니 공연이 끝나고 나면 쉽게 인연이 끊어지고 신앙생활이 연결되지 않았다. 안타까움에 계속 기도하던 도중 자주 갔던 대학로 약국의 약사에게 작은 개척교회가 있었던 곳에서 교회를 시작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아가페’교회에서부터 같이 사역했던 엎‘드림’ 선교회 구성원들과 함께 아가페드림교회를 개척했다.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환'이 맞아주는 아가페드림교회 입구 전경. 김유수 기자

정 목사는 개척할 때부터 아가페드림교회가 배우들의 연습실, 사목으로 섬기는 기획사의 사무실과 회의실, 쉴 곳이 필요한 모든 이들의 쉼터로 쓰이도록 했다. 대학로엔 배우 외에도 무대 뒤의 젊은 스태프들이 많다. 그들에겐 쉬고, 먹고, 연습하는 일조차 만만치 않다. 대학로에 모인 많은 청년들은 돈을 떠나 꿈을 찾아 이곳에 왔기에 무대 세워주기만 해도 고마워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단역, 스태프들은 너무도 낮은 임금을 받으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정 목사가 심방을 가면 작은 침대와 세면대만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며 극단에서 하루에 한 끼 주는 밥만 먹고 생활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그래서 개척한 교회엔 대학로 배우들이 연습과 레슨을 할 수 있도록 교회의 한 벽면 전체에 거울을 설치했고, 믿든 안 믿든 누구나 와서 먹고 쉬고 연습할 수 있도록 냉난방 시설과 컴퓨터, 악기, 음향 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장의자 대신 원형 테이블을 놓아 편한 카페 같은 분위기를 냈으며, 교회 주방에도 쌀과 음식을 채워 누구나 언제든 밥을 해먹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잘 곳 없는 청년들이 밤에 교회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베개와 이불도 준비했다. 언젠가 한 청년이 그에게 “목사님 강대상에서 어떻게 잠을 자요?”라고 했지만, 정 목사는 청년들에게 “우리교회 강대상에선 편하게 자도 돼”라고 답해줬다.

교회에서 함께 식사를 나누는 청년들. 교회 제공

정 목사는 대학로에서 사역하며 만나는 청년들을 꼭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그는 대학로에서 문화 사역을 하며 무엇보다 눈에 띄지 않는 무대 뒤 청년들을 아이처럼 돌보는 일에 힘써왔다. 공연 중 사고로 십자인대가 끊어진 청년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돌봐주며 신발, 속옷, 들을 빨아서 가져다준 적도 있었다. 병원에선 정 목사가 진짜 친엄마인 줄 알았다고 한다. 최근엔 한 청년은 아버지 돌아가신 뒤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한강 다리에 올라갔고, 이를 알게 되어 그 청년을 달래 겨우 데리고 내려오기도 했다. 그 외에도 대학로의 수많은 청년들이 불안한 진로 때문에 힘들어했고 자신의 상처, 트라우마와 싸우느라 관계를 잘 가지지 못했다. 그는 그 아이들과 함께하며 상담과 기도를 계속해왔다.

정 목사는 아가페드림교회를 ‘누구나 와서 쉬고 자기들 꿈을 펼치는 공간’,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아가페드림교회는 단순히 ‘대학로에 개방된 교회’가 아니라 영성훈련, 성경공부, 문화사역이 세 축이 되어 균형을 이루는 교회다. 이 교회에서 많은 목회자들이 다양한 모임을 가졌고, 교수들을 초빙해 강의를 나누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 때는 교역자들을 초빙해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기획됐다. 또한 영성학을 전공한 정 목사는 조명을 이용해 교회를 침묵 기도방으로 꾸미고 교역자 및 평신도를 대상으로 침묵기도 모임과 영성훈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정 목사는 앞으로 한국 교회가 귀중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여성 목회자만의 강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아버지의 이미지로만 생각하지만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면 탕자를 안고 있는 아버지의 손은 어머니의 손과 아버지의 손으로 그려져 있다”며 “교회 안에는 아버지도 필요하지만 어머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성경 속 예수님의 공생애에 등장한 여성들을 언급하며 “여성 목회자들은 감수성이 깊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눈이 좋다. 지금은 하나님이 여성에게 주신 위로의 은사를 잘 사용하는 위로사역이 필수적인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교회의 돌봄 기능 활성화와 다음 세대 사역을 위한 여성 목회자들의 역할을 역설했다. “이제 교회에 아이들이 없어져 간다. 우리 교회는 작지만 아이들을 돌보고 먹이는 여성 목회자가 있으니 초등학생 성도가 있다. 우리 교회에선 어린아이들도 교회 구성원으로서 대표기도를 하고 헌금을 낸다. 아이들이 있는 교회는 교인들도 좋아한다. 하지만 자원이 많은 교회에도 청년부가 사라지고, 중고등부가 쪼그라들고 있다. 돌봄과 양육의 다음 세대 사역 없이 20년 후엔 어떻게 될지 한국 교회에 묻고 싶다.”

아가페드림교회 정여임 목사. 김유수 기자

또한 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인 정 목사는 “현실에선 여성이 더 여성을 차별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여성의 의식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말뿐만 아니라 나부터 실력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전도사 때부터 1종 면허를 따서 승합차를 운전했고 남성 목회자들과 똑같이 숙직도 했다. 남성 목회자에게 뒤지지 않도록 영상 사역. 악기 연습도 많이 했다”며 “교회와 세상 인식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말로만이 아니라 여성들이 실력을 키워서 자기 스스로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과 2015년 메르스 유행 이후 이전과 달라진 대학로는 이제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가페드림교회에도 큰 위기였지만, 교회는 지난해 계획했던 교육일정과 어려운 가정 후원 계획도 모두 은혜 안에서 예정대로 해냈다. 정 목사는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도하며 “어서 빨리 코로나가 풀려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다”고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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