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교회 이원돈 목사, 마을에 생명의 망을 짜다
새롬교회 이원돈 목사, 마을에 생명의 망을 짜다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3.1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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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목회 1세대 목회자
약대동 일대 변화 일으켜
새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원돈 목사
새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원돈 목사

예수 공동체를 꿈꾸며

마을목회라는 개념이 정착하기 전부터 몸소 실천한 목회자가 있다. 부천시에 위치한 새롬교회를 섬기고 있는 이원돈 목사다.

이 목사는 1986년, 부천 약대동에 새롬교회를 개척했다. 당시 약대동은 빈민촌이었고,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 목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방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마을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카페, 어르신 쉼터와 같은 마을 돌봄 시설을 조금씩 확대시켜 나갔다. 그 결과 주민자치센터와 교회를 잇는 복지교육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었고 문화 생태계와 함께 그물망처럼 연결됐다.

이원돈 목사는 복지생태계를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뢰, 협동, 연대, 참여, 규범, 네트워킹’과 같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임을 깨달았다. 2012년, 이 목사는 남성 집사들과 함께 협동조합 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안수 집사가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교회와 마을이 함께 교육을 받고 비전을 나누면서 부천 시민사회와 ‘마을협동조합 달나라 토끼 떡 카페(이사장 정성회)를 세웠다.

달토 협동조합은 교회 중심이 아니라 마을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교인들도 협동조합원의 한사람으로 적극 참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협동조합, 작은 도서관,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와 힘을 합해 ‘꼽사리 영화제’와 같은 마을 축제를 만들었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더욱 풍성해진 것. 이렇게 활성화된 마을 협동조합은 현재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새롬교회, 약대중앙교회, 약대감리교회가 청소년을 위해 만든 꼽이 식당과 달토 마을 카페가 결합하여 마을 곳곳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역도 진행 중이다. 또한 마을의 역사를 담은 ‘꼽이 마을 박물관’을 개소하여 지역 사회의 소중한 추억과 역사, 인물들의 스토리를 보존하기도 했다.

이원돈 목사의 비전은 건강한 지역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네트워크를 만들어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복지 생태계를 꿈꿨다. 그는 “나에게 마을 목회란 마을에서 예수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라며 “이 사역은 공동체의 관계망과 생명의 망을 짜는 것으로서 마을에 예수의 치유마당, 밥상마당, 학습문화마당을 만들어 영적 돌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당’을 만드신 예수님

이원돈 목사는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을 깊이 묵상하며 마을목회의 성경적 근거를 마련했다.

“마가복음 1-3장을 보면 예수님은 가버나움 회당에서 마을로 나아가면서 집과 집을 연결, 네트워크를 만들며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쳐 가십니다. 주님이 베드로의 장모 거처에 들어가셨을 때 그 곳은 병든 자들을 고치는 치유마당이 됩니다. 그 다음에는 중풍병 환자를 치유한 집과 알패오의 아들 레위의 집으로 이동하셨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마당’과 ‘밥상 공동체’가 형성됐죠. 그곳에서 주님은 바리새파와 갈릴리 대논쟁을 벌이십니다. 논쟁으로 인해 낡은 회당 종교의 허구가 드러났고 갈릴리의 민초들이 깨어나기 시작해요. 주님이 갈릴리 마을에서 치유와 밥상, 돌봄의 마당을 펴서 사람들을 구원하셨듯이 우리도 코로나 시기에 하나님 나라 운동을 마을에서 재연해야 합니다.”

이원돈 목사는 “코로나 이후, 교회는 이제 교회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중심 사역을 전개해야 한다”며 “교회 건물 중심으로 모이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거듭나 지역과 마을로 흩어지면서 우리 삶에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건강과 생명, 생태에 맞춰 돌봄의 공동체로 새롭게 재구성될 때를 맞이했다고 말한다. 이에 30년 간 마을 사역을 펼쳐온 새롬교회 또한 건강, 돌봄, 문화, 녹색, 생태적 가치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어르신들이 거주공간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녹색 건강 돌봄’ 이라는 생태적 선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꼽사리 영화제나 달토협동조합의 ‘달송’과 같은 마을의 문화, 예술 전통을 통해 공동체를 ‘통합적 녹색 생명 돌봄 마을’로 만들어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

2021년, 새롬교회는 건물 1층과 2층을 약대동 생태문화 돌봄센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1층은 마을 공동 부엌과 실버세대 건강 카페로, 2층은 마을 문화와 교육 공간으로, 옥상은 마을 생태 치유 텃밭으로 사용한다.

능동적으로 변한 사람들

한편, 이원돈 목사는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예수님의 사역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묵상하면서 교회가 주님의 사역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이 회당장의 딸을 고치러 가시는 길에 혈루병 걸린 여자가 등장합니다. 어떤 사람도, 어떤 종교인도 고치지 못한 여자죠. 하지만 여자는 예수님이라면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주님께 나아가 옷자락을 붙잡아요. 이때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요. 주님의 사역이 그 결실을 맺은 것이지요. 스스로 찾아오고, 접촉하고, 치유 받습니다. 그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요. 지붕을 뚫고 들것에 실려 내려온 중풍병자, 그리고 나무위에 올라간 삭개오입니다. 주님의 사역으로 인해 마을이,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죠. 교회가 해야할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모여라, 돈내라, 집짓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이 교회의 사명입니다.”

이 목사는 코로나 이후 대량 생산, 대량 소비에 기초한 산업화 문명은 급속히 쇠퇴할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는 지역 생산, 지역 소비라는 생태 문명으로 급격한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 실제로 지역과 마을 중심의 생태 문명과 라이프 스타일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목사는 “여러 마을 공동체들이 자발적으로 음악, 미술, 연극을 운영하거나 유기농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준비하는 생태 라이프 스타일이 활성화되면서 이웃 공동체의 힘을 함께 느껴보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며 “영적 돌봄망과 생명망으로 견고하게 연결하기 위한 전략을 준비하여 교회와 마을이 힘을 합해 ‘건강, 문화, 생태 리더’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교회가 더 이상 건물이 아니라 마을 공공의 마당이 되고, 마을 주민들이 이 마당에서 춤출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4가지 기도제목을 나눴다.

△교회가 마을의 대안 언론이 되게 해주십시오. △교인들이 미디어 전파자가 되게 해주십시오. 마을 곳곳에 디모데, 디도, 실라처럼 복음의 전파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교회가 마을의 밥상(공유 부엌, 공유 냉장고)을 펴고 환대와 치유, 건강, 생태, 문화의 리더가 되어 ‘마을 돌봄 커뮤니티 센터’가 되기 원합니다. △통합 돌봄의 시대에 교회가 마을의 플랫폼(마당)이 되어 ‘생태, 밥상, 건강, 문화’의 리더를 길러내게 해주십시오.

그의 기도제목처럼, 한국 교회가 어려운 상황을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국민들의 삶을 생명의 망으로 감싸, 회복의 역사를 일으키길 기대한다.

마을과 새롬교회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이원돈 목사.
마을과 새롬교회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이원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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