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하늘아래 모든 일에는 계절이 있고 뜻을 이룰 때가 있나니
[예술과 목회] 하늘아래 모든 일에는 계절이 있고 뜻을 이룰 때가 있나니
  • 덕 헤인즈
  • 승인 2021.02.2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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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ng for my father, watercolor, 2020
Caring for my father, watercolor, 2020. Doug Haynes.

아버지는 저를 ‘잘 안기는(hug) 덕이’라고 부르곤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두 팔로 얼싸안고 몸을 꽉 조이곤 했지요. 아버지는 무척 활발하셨습니다. 카누를 타며 노젓기를 좋아하셨고, 라켓볼을 즐기셨습니다. 그리고 농구팀 코치로도 활동하셨습니다. 하지만 스키를 타다 부상을 당해 조깅을 중단하면서 아버지의 삶은 정적으로 변했어요. 그래도 난로 땔감은 여전히 도끼로 나무를 찍어 만드셨고 건축 사무소에는 꼭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셨지요.

세월이 흐르면서 아버지의 몸에 병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드시는 약의 종류와 양도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암에 걸렸을 때는 걱정이 크게 몰려왔습니다. 자식은 자라고 성숙해 가면서 새로운 능력을 얻는 반면, 아버지는 거꾸로 능력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나의 힘이자 기둥이었던 아버지가 약해져가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제 아픔을 나누기도 싫었지요.

저는 부모님과 함께 모임을 가졌습니다. 나란히 앉아 당신의 시를 읽는 아버지의 음성을 녹음했어요. 그리고 세 차례에 걸쳐 아버지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첫 번째는 소파에서 누워 계실 때였습니다. 낮잠을 많이 주무셨기 때문에 그림에 담기 쉬웠지요. 두 번째 포즈는 휴대폰을 보고 계셨을 때였는데 휴대폰은 아버지를 잘 나타내는 모습이 아니여서 책으로 대체했습니다. 세 번째는 어머니와 함께하시는 초상화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후 함께 앉아 계시도록 했습니다.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신장 하나를 제거했습니다. 남은 신장에도 종양이 나타났지만 수술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는 아침에 옷을 갈아입다가 넘어지셨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동이 불편해지셨고 침대에서도 혼자 나올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중환자를 직접 돌 본 경험이 없었고, 어머니는 움직이실 수 없는 아버님을 이리 저리 옮기기에는 기력이 없었습니다. 호스피스는 아버지를 돌보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는 방문 간호사의 형태로 가족을 지원했습니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는 우리와 함께 앉아 중병 환자들이 원하는 사항과 삶이 끝날 때 신체가 어떻게 종료되는지 설명했습니다.

인생의 끝은 관계가 변하는 순간입니다. 저 역시 그 시간들이 제 인생의 여정에서 겪고 지나가야할 중요한 단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게 아버지는 늘 의지할 수 있는 변함없이 강한 힘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사랑받고 잘 키워진 아들로서가 아니라 강하고 섬세한 보호자로서 그를 돌보아야하는 역할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아버지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먹고 마시기를 거부 했습니다. 저는 작별인사를 준비하시는 아빠 옆에 꼭 붙어 있고 싶었습니다. 제 아내가 가족에게 심어준 전통 같이 말 입니다. 함께 있던 손님이 떠날 때 저희 가족은 마당에 나가 손님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이 땅을 떠나려고 할 때, 시간 맞추어 약을 드리고, 베개를 움직여 편하게 누워 계신지 체크하는 일은 제게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더 이상 말씀을 하지 못하자 저는 혼자 떠들어 댔습니다. 그러면서 아빠와 단 둘이 있는 이 작은 세계에 더욱 친밀감이 생겼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 우리는 아버지를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욕창을 예방하기 위해 몸과 머리의 자세를 수시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에 간이침대를 설치했습니다. 새벽 세시에 알람이 저를 깨웠을 때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고, 천둥 번개 소리가 하도 커서 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곁에 갔더니 여느 때처럼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계셨으나 고통스러워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약을 드린 후 다시 자세를 바꾸어 드렸습니다. 그 순간, 폭풍이 몰아치는 어두움에 감싸인 집 안이 따뜻하고 아늑하게 느껴졌고, 소용돌이치는 이 밤에 내가 아버지를 돌보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깊은 친밀감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폭풍은 잠잠해지고 날이 밝아왔습니다. 새벽부터 오전 중순까지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그림으로 스케치했습니다. 아버지가 그림을 볼 수는 없지만 청력은 끝까지 지속된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그림에 대해 설명해드렸습니다.

일요일이 되자 가족들이 하나씩 둘씩 도착했습니다. 몇 주 전에 아버지의 생신축하 모임을 그날로 정했기 때문이지요. 모임은 계획에 따라 차분한 방식으로 진행됐고 나는 아버지의 손을 꼭 쥐고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 모두 그의 주위에 모였을 때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내 쉬었습니다. 어릴 때처럼 아버지를 더 이상 꽉 껴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시는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었고, 그를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이 감사했습니다.

Doug Haynes self portrait, watercolor, 2020. Doug Haynes.
Doug Haynes self portrait, watercolor, 2020. Doug Haynes.

* Doug Haynes: 미국 위스콘신 주 메디슨 시에 거주하는 예술가, 화가. 2020년 9월 6일 아버지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삶과 죽음을 되돌아 본 에세이.

* 이정자: 본 에세이의 번역자. 메드슨 시 교육청 소속 이중 문화/언어 자료 전문인.

* 연락 및 그림 복제 문의: haynes@emeraldstudio.com

덕 헤인즈(Doug E L Haynes)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덕 헤인즈(Doug E L Haynes)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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