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교회의 새로운 발견: 마을과 함께하는 교회
[기획특집] 교회의 새로운 발견: 마을과 함께하는 교회
  • 한국일 교수
  • 승인 2021.02.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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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본성은 공동체 특성
한국교회는 지역에 든든히 서야
모범적인 교회 사례연구로
교회에 도전과 희망을 제시해야

 

일년 전 발생한 코로나 19 펜데믹은 전 세계를 전대미문의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사회는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모임금지, 식당과 카페의 9시 이후 야간영업금지 등 일상이 통제되는 상황은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며 경제적으로 소상공인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교회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역사를 보면 펜데믹이 발발한 상황에 초대교회와 중세 시대에 기독교는 희생과 봉사와 헌신의 정신으로 전염병 환자를 돌보며 치유와 사회적 안정에 앞장서서 이웃사랑을 실천한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19가 발생한 상황에 한국교회는 예배와 모임을 통해 코로나를 확산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기적 집단으로 낙인을 받으며 신뢰를 잃고 있다. 교회는 사회로부터 “교회라면 지긋지긋 하다”는 전에 없는 비난의 화살을 받는 참담한 현상을 직면하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앞으로 교회가 가야할 방향이 무엇일까?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는 이효석씨의 소설 “메밀 꽃 피는 무렵”의 배경이 된 봉평이다.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옛적의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은 많이 없어졌지만 성인이 되어 읽은 책의 내용이 필자가 어릴 적에 철 없이 뛰어 놀던 그 시절의 풍경을 거의 일치하게 묘사한 것을 보면서 놀란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 명절이 되면 송편과 절편으로 가득 찬 떡 광주리에 옆에 앉아 할머니가 담아주는 떡을 온 동네를 신나게 뛰어 다니며 나누어 주었다. 그래도 우리 집 떡이 줄지 않았던 것은 떡을 나눈 집에서 그 만큼 다른 떡을 받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광주리에 있는 떡은 온 집에서 만든 각가지 종류의 떡으로 다시 가득 채워졌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나이에도 동네 어른들 이름을 거의 다 외워 알고 있을 만큼 모두 가깝게 지냈다. 그 만큼 우리는 한 동네 사는 사람들로 정을 나누며 함께 살았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이웃 사촌”으로 함께 사는 동네였고 마을이었고, 정이 넘치는 인간다운 세상이었다.

동네 한 복판에 종탑이 있는 소박한 작은 건물의 교회가 있었다. 이 교회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만을 위한 교회는 아니었고 목사님도 교인들만 위한 목사님이 아니라 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지내는 동네교회였다. 교회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낯설게 보이는 특별한 곳이 아니었다. 마을에 사는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은 교회 마당에 설치된 탁구대에서 함께 놀았으며, 성탄절과 같은 행사에는 주민들이 교회에 모여 어린이들이 준비한 노래와 연극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안부하고 가진 것을 나누면서 특별하게 거창한 봉사의 개념 없이 도움을 주고 받았다. 마을의 주민들은 교회를 신뢰하였고, 교회 또한 마을 속에 존재하며 함께 소통하는 관계였다. 동네 안에 있는 교회는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훈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안식처 같은 역할을 하였다.

제천영락교회 먹거리 나눔 장터 및 바자회. 가스펠투데이DB<br>
제천영락교회 먹거리 나눔 장터 및 바자회. 가스펠투데이DB

60년대부터 한국사회에 시작한 산업화 현상과 급격한 경제성장은 정으로 맺어진 한 가족같이 지내던 동네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화가 동반한 도시화 현상으로 농촌은 사람들이 줄어들고 도시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삶의 방식이나 인간관계에 가장 큰 변화는 주거형태의 변화로부터 왔다. 주택에 살면서 동네가 형성되고 골목이 있어 자주 만나면서 함께 공유하는 삶이 있었던 지역은 도시가 개발되면서 아파트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파트에서는 같이 사는 사람은 주민이라고 부를 뿐 삶을 공유하는 이웃관계는 아니었다. 이런 형태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갈수록 편리함을 깨달으면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선호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대대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하였다. 결과적으로 이웃으로 맺어진 동네가 사라지고 주민이 모여사는 행정단위의 지역이 되었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교회 안에도, 그리고 교회와 지역사회의 관계에도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에 동네 안에 드문드문 떨어져 존재하며 가까운 마을에 사는 사람들 중심으로 모이던 지역의 교회는 아파트 형태의 주거방식에 따라 같은 지역에 다수의 교회가 밀집하면서 경쟁관계가 되었다. 마을의 이웃과 함께하던 교회는 성장과 경쟁관계로 인하여 점차로 교인과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교인들 만을 위한 교회로 변해갔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서 현대사회가 주는 편리함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먼 바다로 나갔다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다시 농촌으로 돌아온다. 귀촌과 귀농한 사람들의 숫자가 이미 이농한 사람들의 숫자를 넘어섰다. 아파트의 편리함보다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에서의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도시 안에서도 잃어버린 이웃의 친밀한 관계를 그리워하며 지역공동체를 추구하는 마을 만들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화가 초래한 개인주의, 비인간적 경쟁주의, 가속화된 삶의 속도, 물질중심의 삶의 방식을 넘어서 느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거기에 속도를 맞추어 살아가려는 인간다운 삶에 관심이 높아져 간다. 일부러 도시에서 농촌 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키는 부모들이 증가한다. “마을이 나라를 구하고 나아가 세계를 구한다”는 간디의 외침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사 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지역을 단위로 새로운 형태의 마을과 동네가 회복되고 있다. 공현기. 임현진은 『마을에 해답이 있다-한국사회에서 지역 되찾기-』에서 “미시적 실천경험이 축척되고 상호 연결되면서 거시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지역공동체 붕괴 절벽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라고 역설한다.

교회도 이런 마을 만들기 운동에 함께 참여하면서 마을의 교회, 동네 교회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교회는 본성상 공동체 특성을 갖고 있다. 교회가 가진 공동체는 본래 교회가 속한 지역과 마을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공동체이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마을 만들기 운동과 마을과 함께하는 교회운동이 서로 만나고 있다. 필자는 18년 이상 전국에 소재한 많은 교회들을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마을과 교회가 함께하고 협력함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많은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국수교회는 수준 높은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양평지역의 문화와 예술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교회는 지역의 학교와 협력관계를 통해 중고등학생들의 자살예방을 위한 교육활동을 선생님들과 함께 진행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충청도의 한 작은 마을의 교회는 농사를 짓는 교인들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에서 유명한 유기농업을 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홍천 도심리에 있는 작은 동네에 세워진 교회는 처음에 마을 주민들로부터 반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며 앞장서서 동네의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는 목회자로 인하여 지금은 거의 모든 주민들이 교회와 친근한 관계를 갖고 살아간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함으로 지역을 아름다운 마을로 발전시키는 이러한 사례는 많이 있다.

지역에 세워진 교회는 본질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다. 이웃과 함께하고 소통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한 일에 동참함으로 신앙을 삶으로 보여주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이웃의 관계에서 완성된다. 지역마다 많은 교회들이 있다. 교회가 가진 자원, 봉사와 헌신의 태도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마을로 들어가는 교회의 모습으로 실천된다면 모두가 꿈꾸는 살기 좋은 아름다운 마을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유쾌한 마을목회토크콘서트. 장신대 성석환 교수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오창우 목사(한남제일교회)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유쾌한 마을목회토크콘서트. 가스펠투데이 DB

오늘날 한국교회는 성장기를 넘어선지 오래되었고 침체기를 지나 감소현상을 보고 있다. 연이은 교회와 목회자들과 관계된 문제들로 인하여 교회의 사회적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신뢰를 상실한 교회들이 행하는 전도와 선교활동에 열매를 얻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은 빠른 시간내에 극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역교회에 바탕을 둔 한국교회는 지역교회가 든든히 서야 한다. 전체 한국교회의 회복과 부흥은 앞으로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전국적으로 건강하고 바람직하며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는 지역교회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국에 모범적인 건강한 교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교회들을 선발하여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신학적, 선교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다른 교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원리들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범적인 교회 사례연구 결과를 세미나와 포럼을 통해 국내에 소개하여 침체기에 있는 한국교회에 도전과 희망을 제시하고, 동시에 선교적 차원에서 세계교회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선교는 지역과 세계교회가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더 이상 교회를 비판하거나 개혁되어야 할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해야 한다. 천국은 이 땅에서 “가라지 속에 좋은 씨를 심는”(마13:24) 방식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퇴임식을 가진 한국일 교수.
한국일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은퇴교수,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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