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8일 월요일은 신축년 새해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날이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열리는 날이다. 대통령의 발언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에 따라 속보가 쏟아질 날이다.

조선일보의 이 날자 1면 톱은 ‘고교생 70% 보는 교과서 ’천안함 폭침‘ 없다’였고 사이드톱은 ‘이건희 미술 컬렉션 삼성, 감정평가 의뢰’였다. 얼핏 보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과 무관한 지면 배치 같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연결이 가능하다. 1면 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친화적인 정책과 정확하게 대치하는 제목이고 사이드톱은 이재용 파기환송심 선고에 삼성 친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내용이다. 사이드톱의 관련 기사는 2면의 전면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초일류 컬렉터 이건희의 소장품들’이란 부제를 달고 ‘자코메티, 베이컨 작품 1000억대... “소장품만 1만2000점” ’ 이라며 고 이건희 회장이 “국보 수집 프로젝트 나설 만큼 한국 고미술에 큰 애정과 영향”을 끼쳤다고 ‘칭송’한 뒤 프랑스 파리 피카소 미술관이 미술품으로 세금 내는 ‘물납제’ 덕에 탄생했다고 ‘친절한’ 안내까지 했다.

동아일보는 이 날자 1면을 ‘서울시장 ’부동산 선거‘ 불붙다’와 ‘계란 한판 6700원, 사과 1개 3000원... 설 차례상’ 등으로 장식했다. 핫이슈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치솟는 물가에 대한 기사였다. 중앙일보는 이 날자 1면을 ‘지방대의 비명, 영호남 78% 정시 ’미달‘ ’와 “미중 불안한 시절 가까운 이웃 한일 보조 맞추는 게 중요”(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담당상 인터뷰)라는 기사로 장식했다. 중앙일보가 기획하거나 추진한 탐사보도와 인터뷰에 대한 기사였다.

물론 조선일보도 1면 톱기사는 국민의 힘 소속 정경희 의원과 함께 전국 17개 교육청을 통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고교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오던 것인데 1월18일 남북 대화를 추진하는 대통령 기자회견일에 맞추어 보도한 것은 다른 신문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 오너들이 매니아적인 미술품 컬렉터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삼성측의 의뢰로 미술품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기사거리가 될 수는 있지만 사이드톱과 2면 전체를 장식할만한 뉴스밸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는 날 아침에 ‘배려’한 조선일보의 기획력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안기석 장로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