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욥기의 영상 언어적 해석
[전문가 칼럼] 욥기의 영상 언어적 해석
  • 이정배 교수
  • 승인 2021.01.2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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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런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2011)
트리오브라이프 영화 포스터

칸 국제영화제에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가 등장하자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베일에 싸여있는 테런스 맬릭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과 미국 영화가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 그리고 러닝타임 137분이라는 장황한 시간 동안 펼쳐지는 시와 같은 영상 때문이었다.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주인공은 ‘잭’이라는 건축가다. 그는 밤마다 같은 꿈에 시달린다. 어릴 때 죽은 동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꿈이기에 깨어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꿈의 근원이 어린 시절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린 잭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영화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현실 사이 사이에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잭은 엄격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잭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대답 끝에 존칭(Sir)을 반드시 붙이게 할 정도로 권위적이었다. 반면에 어머니는 한없이 따뜻한 분이었다.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은 자녀에게 사랑을 듬뿍 쏟아 붓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성서 속 하나님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아버지는 자녀를 강하면서 정직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 반면 어머니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도록 가르쳤다. 자녀들은 아버지에 대한 반감과 존경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그런데 잭의 동생이 죽는 갑작스러운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잭은 매우 큰 심리적 상처를 받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번민에 휩싸이게 된다. 영화는 반복적으로 외친다. “당신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당신께 우린 어떤 존재입니까?” 이는 욥이 하루아침에 재산과 자녀들을 모두 잃고 울부짖는 절규와 유사하다.

영화는 우주의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지구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욥을 시험하기 위해 세 친구가 질문을 던진 것처럼, 잭 주변의 모든 사물이 잭에게 시험하는 말을 건넨다. 욥이 생명과 우주를 만드신 하나님을 언급하며 시험에 걸려들지 않는 것처럼, 영화는 생명의 탄생과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사방에서 쏟아지는 물음에 답한다.

꿈에 시달리던 잭은 드디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갈등 관계로 서로 소통하지 않던 잭이 손을 내민 것이다. 잭은 억지로 잊고 지냈던 지난 일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욥기 38장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그 때에 새벽 별들이 기뻐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를 질렀느니라.” 이 구절이 영화의 처음에 등장했지만 실제로 이것은 영화의 결론이고 대답이다.

테런스 멜릭 감독은 하버드와 옥스퍼드 대학에서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철학을 가르치기도 한 독특한 인물이다. 언어철학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영역을 확장하여 영상 언어에 도전했다. 첫 영화인 ‘황무지’(1973)가 영화계에 충격을 던지면서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그는 결코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는 시상식에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길 극히 꺼리는 테런스 멜릭의 작품은 철저히 기독교 신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성서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여 오늘날의 이미지와 언어로 표현해낸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욥기는 친구인 엘리바스, 빌닷, 소발의 시험적 물음에 일일이 답을 하고 엘리후와 더욱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방대한 분량의 시이다. 시적 요소가 많기에 전체 구조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이미지를 통해 방대하고 난해한 욥기를 해석해나간다. 영화를 욥기의 흐름과 비교하며 감상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이정배 교수
이정배 교수
문화예술비평가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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