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Pesach; passover)은 유대인들의 봄 축제로, 여호와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방시키라는 명령을 거절한 이집트 왕 파라오에게 징벌을 내렸던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다.

하나님의 명령을 전달하는 모세를 거절하고 대적한 파라오, 그리고 이집트 백성의 장자와 초태생은 죽음의 천사를 통한 심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주하는 집, 곧 모세를 통해 명하신 대로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집은 죽음의 천사들이 ‘건너서 뛰어 넘은 사건’(pass over)이 일어났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를 통해 전달받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죽음과 심판의 자리에서 구원 받았다.

유대인들은 이러한 민족적 구원과 해방의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했다. 이 유월절은 유대교의 3대 절기(무교절/유월절, 칠칠절/맥추절, 초막절/수장절) 가운데 하나인데, 주전 1,440년경 이집트에서 출애굽(Exodus)한 이래로 약 3,000년 동안 이를 기념하며 지켰다.

유월절은 출애굽기 12:1-28에 근거하여 유대교 종교력으로 첫째 달인 니산(아빕)월, 곧 정월 14일부터 21일 전까지(출애굽기 12:18) 7일 동안 거룩한 축제로 지켜왔다. 유월절 의식은 니산월 14일 저녁에 성전에서 양과 염소를 죽여 그 피를 제단에 뿌리고, 가정에서는 식사를 통해 친교하는 역사적인 축제다. 유월절 오후 3시가 되면, 레위인들이 유월절 제사를 위한 짐승을 잡고 제사의 핵심인 피 뿌리는 예식을 행한 후 식사를 진행한다. 축복 기도 후에 첫 번째 잔의 포도주로 식사가 시작되고, 쓴 나물과 양고기를 먹는다. 두 번째 포도주를 마시고 아들은 오늘 밤이 왜 다른 밤과 구별되는지 아버지에게 질문한다. 그러면 이 질문에 대해 아버지는 하가다(Haggadah)라는 출애굽의 역사적인 구속의 이야기와 노래를 암송한다. 하가다는 어린 아이가 전통적으로 유월절 식사의 의미에 대하여 질문하는 내용과 대답, 노래가 담겨 있어 유월절의 의미를 잘 가르쳐 줄 수 있다. 기도가 끝나고 형식적인 축하 행사를 마친 후 비형식적인 모임이 이루어질 수도, 헤어질 수도 있다. 서기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기 전까지는 순례자들의 축제였지만 그 후로는 이 의식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마리아 유대인들은 지금도 유월절 축제 예식을 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유월절 식탁을 상징하는 음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대인들은 유월절 음식으로 6가지 음식을 차려 놓으면서 만찬 축제를 한다. 첫째, 누룩을 넣지 않은 빵(맛쨔, matzah; 출 12:15; 신 16장)을 먹어야 한다.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당시 누룩을 사용하여 반죽을 발효시킬 여유가 없었고, 그 당시의 긴박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누룩 없는 빵’(무교병)의 상징적인 의미는 죄의 전염과 부패, 겸손 등을 의미한다.

둘째, 쓴 나물을 먹는 것이다. 쓴 나물은 노예 시절의 고난과 비참함을 상기하는 음식이다. 쓴 나물은 우리나라의 상추와 같은 채소로, 파슬리, 셀러리, 상추 등이다. 쓴나물은 새 생명의 봄이 왔음을 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기쁨과 축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셋째, 하로셋(Haroset)은 견과류의 달콤한 반죽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만든 회반죽을 의미한다. 쓴나물을 이 하로셋이라는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넷째, 어린양의 구운 정강이 뼈를 먹는다. 이것은 옛날 회당시절, 축제에 가져온 희생제물을 상징한다. 희생제물로 사용한 양의 고기는 먹고, 피는 제단에 뿌리며, 내장은 불에 태운다. 다섯째, 구운 달걀을 먹는다. 구운 달걀은 희생적인 성전제사의 관행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봄철과 재탄생을 예고하는 의미다. 또한 구운 달걀은 유대인들의 성품을 나타내기도 한다. 달걀은 삶으면 삶을수록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다. 유대인들은 많은 핍박을 받은 민족으로, 압박을 하면 할수록 강해진다는 뜻이다. 여섯째, 소금물이다. 소금물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 노예생활 중에 흘렸던 눈물을 상징한다. 

이러한 유월절 식사에 담긴 신학적 특징을 통해 크게 세 가지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하나님의 초월을 실제 역사의 상황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교제의 행위다. 둘째, 유월절이라는 절기를 통해 새로운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었다는 정체성을 담고 있다. 셋째,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에 들어가게 해주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결론적으로 유월절 식사는 유대인들만 지키는 절기가 아니다. 그리스도인들 또한 유월절의 절기에 담긴 신학적 의미와 연결되어 있다. 신약성서에는 세례 요한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유월절 하나님의 어린 양’(요 1:29, 36, 눅 22장)이라고 지칭하여 표현한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죄를 단번에 지고 가도록 지정한 ‘하나님의 어린양’(Lamb of God)이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월절 희생양이 되어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는 사실을 깨닫고, 개혁된 유월절의 참된 의미(히 9:10-14)를 되새겨야 한다.

옥장흠 교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