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 들보] 거리두기와 거리지우기
[티와 들보] 거리두기와 거리지우기
  • 강성열 교수
  • 승인 2021.01.06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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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로 차를 운전하다 보면 ‘앞차와의 거리’를 잘 지키라고 하는 표지판을 많이 보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앞차와의 거리’는 흔히 ‘안전거리’(safety distance)라는 말로도 표현된다. 차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안전거리는 대략 80미터 또는 자기 차의 다섯 배 정도 되는 거리다.

이 안전거리는 엔진 고장이나 눈길, 빗길에서의 사고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운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생겨날 것인가는 고속도로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안전거리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가복음 14장 54절을 읽어보면,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로마 군병들에게 체포되어 대제사장의 집으로 이끌려 가실 때 베드로가 그 뒤를 멀찍이 쫓아가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베드로가 예수님의 뒤를 멀찍이 쫓은 것을 우리는 안전거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베드로를 제외한 다른 모든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체포되자마자 다 도망가 버렸으니까, 그들에게는 안전거리조차도 없었던 셈이다.

나중에 베드로는 예수님이 미리 말씀하신 것처럼 세 번씩이나 그를 부인하고 말았다. 그가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범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그가 예수님과의 사이에 두어서는 안 될 안전거리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데 있다. 그가 다른 제자들보다 낫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잘못이 감추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그의 연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끝까지 그를 사랑하셨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 어떻게 하셨는가를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셔서 그들을 만나시고 그들을 용서하셨다. 그리고 베드로에게는 세 번씩이나 그의 사랑을 확인하시고 또 다짐하셨다.

주님의 이러한 사랑에 감격한 베드로는 부활의 확신을 통해 이제는 안전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화되었고, 마침내는 주님을 위해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할 수도 있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서글픈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하나님을 향한 예배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드려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성도들의 신앙생활이 본의 아니게 하나님과의 거리두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예수님의 뒤를 멀찍이 쫓아갔던 베드로처럼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하는 것처럼 주님과의 거리두기를 일상화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으신다. 도리어 하나님은 주님과의 거리두기 대신에 거리지우기를 진정으로 원하신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위기 현실 속에서 우리 기독교인들만큼은 역설적으로 주님과의 사이에 두어서는 안 될 안전거리를 계속해서 지워나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강성열 교수<br>(호남신학대학교 구약학<br>농어촌선교연구소장)<br>
강성열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구약학
농어촌선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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