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 인생후기의 삶 ‘새해의 맹세’
[109호] 인생후기의 삶 ‘새해의 맹세’
  • 이창연 장로
  • 승인 2021.01.06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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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의 마지막 날. 삼백예순다섯 날이 다 빠져나간 달력을 보며 잃어버린 1년을 어떻게 찾아야하나 생각했다. 올해에는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복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투병중인 사람은 완쾌되고, 물질로 고통당하는 사람에게는 물질을 주시고, 수험생들, 취준생들,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 아이를 갖기 원하는 신혼들 모두가 기도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2021년 달력을 탁자에 세우며 새해 계획을 세웠다. '역사 앞에서'의 저자 김성칠의 일기가 큰 도움이 됐다. 책의 부제인 ‘한 사학자의 6ㆍ25 일기’가 보여주듯 전쟁과 사람, 전쟁과 사회의 모습을 일기로 생생하게 남긴 책이다. 일기 속 작가의 마음가짐은 본받을 점이 참 많다. ‘새해의 맹세’로 끝맺은 1950년 1월 1일 일기하나하나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말로나 글로나 수다를 떨지 말 일. 겸손하고 너그러우며 제 잘난 일을 입 밖에 내지 말 일. 쓰기보다 읽기, 읽기보다 생각하기. 약속보다 실천. 남의 잘못을 드러내지 말 일. 먼 앞날을 생각해 말하고 행할 일. 일기를 쓸 일.”등이다. 또 언론계 선배가 쓴 글 ‘바른 인생후기의 삶’을 읽고 느낀바가 많았다. “넋 빠진 영감(令監)이 되지 말자. 실없이 교만하고, 내용 없이 잘난 척하고, 괜히 의심하고, 작은 것에 상처받고, 별것 아닌 일에 버럭 화내고, 이름 내기, 자랑하기 좋아하고, 미안해할 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먼저 손 내밀 줄도 모르고 (중략) 죽을 날이 남들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갈수록 얕고 어리석어지는 그런 영감이 되지 말자.” 교만하고 어리석게 행동하다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정(情)은 나에게서 다른 이에게로 흘러간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정이 흐르고 ‘우리’가 될 수 있다. 만나면 반갑고, 볼수록 정다운 사람은 하나같이 겸손하고 예의가 바르다. 작은 배려에 고마워하고 작은 실수도 미안해하며 살고 싶다. “하얀 눈을 천상의 시(詩)처럼 이고 섰는/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중략)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고 있습니다.”(이해인, ‘희망에게’)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리며 진짜 사라져야 할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미움과 반목, 싸움과 갈등인데·····.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은 자기스스로 거부할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이 분명하다.

나에게만 주어진 내 인생의 24시, 그 끝은 어디인가? 내가 달려가야 할 목표의 목적이 분명한 인생이어야 후회 없고 흔들림 없는 인생이 만들어질 것이다. 자신이 목적한대로 후회 없이 열심히 사는 인생은 등수와 상관없이 성공한 인생이다. 출세한사람에게서 풍기는 자신감, 돈, 명예, 권력을 얻는 일에도 희열은 있다. 그것이 전부인 인생에는 여백이 없다. 시간, 관계, 나눔에서 여백이 없어지면 그때부터 완고해지고 냉혹해진다. 명령만하고 듣지는 않는, 힘의 관계만 있는 구태의연한 인생이 될 것 아닌가. 세상 끝나는 날이 길고 짧음이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현실 속에 있으니 내가 가고 없는 세상에서 남아있는 사람들의 평가가 중요하다.

며칠 전 소망교회 장로님 한분이 본향으로 귀향하셨다. 한분이 돌아가실 때마다 가슴한구석이 서늘해지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 장로, 지난주 그 주필칼럼 잘 읽었어요! 우리는 읽는 즉시 잊어버려서 제목이 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참 잘 썼어! 감동이 됐어!” 뭐라고 썼는지도 생각이 안 난다면서··· 나는 말도 안 되는 그 말속에 들어있는 편안한 사랑을 안다. 1%의 질투도 섞여있지 않은, 사랑보다 깊은 축복! 또, 칭찬을 아끼지 않는 80대 L장로님, 선배 K장로님, 동기 C장로님, 친한 Y장로님, 또 해마다 몇 백만 원씩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H장로님, 이제부터는 누구를 비난하는 말은 삼갈 것이라며 모든 비난의 말을 지중해 바닷가에 던져버리고 왔다는 어느 장로님이 “인생이 짧아! 저세상에 한발 담그고 사니 보이데! 젊을 적엔 좋지 못한 생각을 해도 몸이 견디더니 이젠 당장 탈이나! 좋지 못한 생각은 세포를 병들게 하거든, 누군가를 미워하려면 나부터 다치게 돼. 생은 덧없고 좋은 사람 좋은 생각은 많은데!” 마른지식을 아무리 쌓는다 해도 저 지혜에는 도달할 수 없다. 어른은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을 때 촉촉한 물색의 지혜로 젊은이의 황폐함을 치유해주는 현자가 된다. 저 어른들이 있는 한 모두 교회에 가고 싶을 것이다.

이창연 장로
이창연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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