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하느님이 세우시는 교회 – 2021년 성공회 교회
[독자기고] 하느님이 세우시는 교회 – 2021년 성공회 교회
  • 유낙준 주교
  • 승인 2020.12.29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1.1. 주의 성명축일(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 주교좌성당. 유낙준 주교.
“야훼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집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된다(시편127:3).”
하느님이 세우시는 교회 – 2021년 성공회 교회

 

2021년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거룩하신 예수님의 이름을 부여받는 것으로부터 첫 해 첫 날을 시작하는 하느님의 사람이시길 빌면서 아기 예수님이 우리 속에 오셨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구주성탄!

코로나-19로 인해 너무 긴장해서 엉망인 지난해의 인생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느님이 우리 안에서 작업을 하시는 2021년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매년 이렇게 다짐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루고 어느 정도는 무너진 인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는 재난으로부터 벗어난 삶이기를 바랍니다. 한 사람의 변화와 한 사람의 영적 안정을 취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많은 수고가 포함되어야 함을 이제는 알기에 변화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은 “여기가 끝이다”는 세상의 확신에 대하여 도전하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끝이라는 여기를 넘으면 희망의 세계가 있다”고 확신에 차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한 그리스도인의 확신이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실패에 파묻혀 살지말라고 선언하는 그리스도인의 말이 허공에 대는 말이 아니라 인간에게 세상을 바꾸라고 선포하는 희망이 되는 이유는 이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은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라는 이상을 주신 것입니다. 그 이상사회를 가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믿는데서 출발하여야만 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속한다”는 도로시데이의 노숙인과 함께 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며 사는 모습을 세상에 보이신 미국 성녀의 삶이 기억나는 새해 새 아침입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모든 사람을 한 형제자매로 생각을 합니다. 이것이 신앙을 가지는 기반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신비체의 구성원이라는 데서 신앙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머리이시고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지체들이고 우리는 서로에게 속한다는 신앙으로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약자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약자와의 연대를 하지 않고 사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에 몰입한 한국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에는 무진장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성공회 신앙은 세상의 욕심을 기반한 성취나 만족에 물들지 아니하고 하느님의 길을 걷는 영적으로 부유한 신앙공동체여서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신앙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러 오신 예수님을 부여잡고 성공회 신도로 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마스크를 꼭 써야 하고 사회적인 거리를 강조하는 뉴스가 연일 쏟아집니다. 또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서로 소리를 내는 정치를 봅니다. 또한 통계전문가들은 만나지 않고 사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때에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본질에 충실한가를 질문해야만 합니다. 전염성이 높은 병원균이 활동할 때 그리스도인으로 최고의 애덕활동을 어떻게 수행할수 있는지요? 일을 잃은 거리의 사람들을 환대하고, 집안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요? 감염되지 않고 그러한 주님을 기쁘게 하는 일들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요? 보지 않고 만나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전파하여야 하는지요? 시간 날때마다 손을 씻고 마스크를 씁니다. 그래서 12세기에 이탈리아의 나환우를 껴안은 프란시스 성인의 활동을 지금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요?

바이러스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포기하면서 새로운 일들을 세워 대책을 이행하면서 우리는 안전처를 만들어 간 2020년이었습니다. 2021년 시작하면서 우리는 재난에 대한 대책을 세우면서 서로가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큰 예배는 할 수 없지만 소모임의 기도는 깊어질 것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간극을 대처하실 줄 미리 아시는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섭리로 메꾸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한 작업을 늘 하시는 분이십니다. 2021년이 우리에게 새롭고 낯설게 다가설 것입니다. 이 낯설고 새로운 삶의 방식은 불편함과 괴로움을 동반합니다. 순수성을 확대하려면 이 불편함과 괴로움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 재난을 통해 한국교회가 한국사회를 탐욕에서 벗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인간의 존엄성을 높여가는 순수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면 하늘 나라가 이 세상에 세워질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세상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그래서 포옹할 수 밖에 없는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기도로 감염병에 대한 방역을 하는 할머니들의 아침을 여시는 기도가 꽃이 피울 때가 온 것입니다.

루가복음서에서는 아기 예수님이 구원자로 오신 자리를 가장 먼저 목격한 사람들로 목자들이 나옵니다. 아기 예수님이 구유에 놓인 것을 보고 가난한 집안 사람과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그 연대의 마음을 알리고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각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아기 예수님이 인류의 구원자로 함께 하심을 목자들처럼 우리가 그렇게 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수도생활이 시작된 계기가 재난이 왓기 때문입니다. 수도하는 영성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수도하는 기도가 우리에게 온 것입니다.  성공회의 베네딕트수도영성의 가르침을 익혀야 할 것입니다. 대전교구의 수호성인이 베네딕트입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앞에 온 것은 우리 앞에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야만 한다는 인식으로 다가온 것이기도 합니다. 공동체가 순수하게 가려 한다면 베네딕트의 수도원 규칙서를 우리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길을 찾게 됩니다. 우리들이 그러하기를 빕니다.

코로나-19가 와서 긴 기간을 우리랑 지냈습니다. 그것으로 큰일이 날 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 그렇게 두려움이 커지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 재난으로 우리 안에 잠재한 불평등이 드러나게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도전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라고 아기 예수님이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시고자 오신 것입니다. 세상의 권력가의 상상이 실패로 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아기 예수님은 그러한 세상을 우리에게 보이고자 오신 것입니다. 그러니 아기 예수님이 오신 것은 우리에게 무진장 큰 기쁨입니다.

야곱의 사랑하는 아내 라헬(창세29-35장, 35:16-20)은 열 아들은 자기 뱃속에서 나온 아들들이 아니고 오직 두 아들만 자기 뱃속에서 나온 아들입니다. 그 아들들이 요셉과 베냐민입니다. 베냐민을 낳다가 죽은 라헬의 무덤이 에프랏(베들레헴)에 있고 이스라엘의 국모로 칭송받는 여성입니다. "가엾은 내 자식" "괴롭게 낳은 아들"이라는 벤오니라는 라헬이 붙여준 이름을 야곱은 "내 오른손같은 아들" "내 행복의 아들"이라는 베냐민이라고 불렀습니다. 괴로운 인생길을 복있는 인생길로 만드신 하느님의 도우심을 야곱은 먼저 생각해서 그 이름을 고쳐 부른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도우심을 얻어 사는 그리스도인으로 2021년을 살 것입니다. 2021년 한해를 예수님과 동행하는 인생과 우리 교회이기를 빕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는 ‘길위의 신부’라는 별명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인생을 바쳤다. 권은주 기자
대한성공회 유낙준 주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