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목회모델]김치학 목사(포항 푸른초장교회), "광장에서 기적을 굽는 붕어빵 목사"
[미래세대 목회모델]김치학 목사(포항 푸른초장교회), "광장에서 기적을 굽는 붕어빵 목사"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0.12.2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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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목. 보고서8]
매월 일하는 목회자를 시리즈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포항시 오광장에서 붕어빵을 파는 김치학 목사. 김 목사 제공

 

“붕어빵은 사랑이자 행복”

개척교회 시름에서 벗어나

붕어빵으로 전도와 봉사

자활 통해 목회 활력 얻어

“어려운 한국교회 돕고파”

오후 3시면 포항시 오광장에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푸른초장교회 김치학 목사가 굽는 붕어빵 냄새다. 오가는 사람마다 한 번쯤은 고개 돌려 볼 정도로 맛있는 냄새다.

“난 붕어빵을 굽는 것이 아니라 기적을 굽고 있다”고 말하는 김 목사는 월, 화, 목, 금, 일주일에 네 번 오광장에서 붕어빵을 구우며 사람들을 만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붕어빵 장사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상담자이면서 친구, 혹은 동네 형이나 동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그의 역할은 복음 전하는 목사다.

“목사지만 부끄럽게도 전도를 잘 하지 못했다. 언젠가 오광장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는 나에게 인상을 쓰며 불평을 하던 사람을 기억한다. 내가 건네주던 전도지는 거절했지만 내가 건네주는 붕어빵을 거절하는 사람은 못 봤다.”

김 목사가 건네준 붕어빵만 해도 수 십 만개다. 2017년 11월 포항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생긴 이재민들에게 2년 3개월 동안 일주일에 700개의 붕어빵을 건넸다.

김 목사가 붕어빵을 굽게 된 것은 5년 전이다. 2000년 12월에 교회를 개척하고 부흥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특별히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지하교회에서 교회 건축을 위해 알아보던 중 건물이 있는 교회와의 합병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것도 무산됐다.

“교회 수적인 부흥을 위해 2015년 붕어빵 전도를 하고자 했다. 그런데 지하교회에서 붕어빵 기계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힘들고 붕어빵 굽는 것도 싫었다”던 김 목사가 붕어빵으로 세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매주 목요일마다 붕어빵으로 복음을 전하며 그는 ‘왜 이제 나왔지?’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교회 안에 갇혀있던 목회에서 세상으로 나온’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포항에 지진이 발생하고 이재민이 생기면서 김 목사도 이재민을 위해 뭔가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일었다. 그때 김 목사를 일깨웠던 말씀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 ‘내게 있는 것으로 것을 네게 주노니(행3:6)’다.

“지진 발생으로 이재민이 생겼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붕어빵을 굽게 됐다.”

이런 김 목사를 응원하는 이들이 생겨 재료비 후원도 들어오고 당시 예장 통합 포항노회와 CTS에서도 차량 지원 등으로 그를 도왔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발생하고 포항의료원 환자 및 의료진, 대구 중구 남구에서 붕어빵을 전달하며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포항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에게, 코로나19로 힘든 이들에게 붕어빵은 건네는 봉사도 진행했다. 김 목사 제공

붕어빵 사역은 봉사로 끝나지 않고 자활로 이어졌다. 그렇게 2019년 1월부터 오광장에서 붕어빵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 목사가 지난 8월 갑상선 수술을 하기 전에는 주중 4일 동안 4시간을 일했지만 현재는 3시간만 일한다. 김 목사는 매번 1개에 천원하는 붕어빵을 100개 이상씩 판매한다. 물론 장사가 더 잘되는 날도, 더 안되는 날도 있지만 정기적인 수익으로 생활비 자활에 충분하다.

붕어빵 판매로 일하는 목회자가 된 김 목사는 처음엔 주위의 ‘목사가 왜 붕어빵을 팔지?’라는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목사가 교회에서 기도하지 않고 붕어빵을 판다’며 교회를 떠난 성도도 있었다. 그렇다고 교회 안에서만 목회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게 김 목사의 마음이다. 그는 “붕어빵을 굽는게 아니라 기적을 굽는다”고 말한다.

포항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에게, 코로나19로 힘든 이들에게 붕어빵은 건네는 봉사도 진행했다. 김 목사 제공

“지하 교회에 있으면 찾아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 광장에서 붕어빵을 굽다보면 하루에 50명에서 100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전에는 나를 만나러 오지 않던 사람들이 손에 5 천원, 만원을 들고 붕어빵을 사러 광장으로 나를 찾아온다. 매개체는 붕어빵이지만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는게 즐겁고 행복하다. 지진 이재민을 돕고, 코로나19로 힘든 의료진들을 돕는 것도 붕어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힘든 일도 있다. 육체적인 피로는 물론이고 40도가 되는 날씨에도, 영하 13도가 되도 붕어빵을 구워야 되는 어려움도 있다. 1개에 천원하는 붕어빵을 보고 “왜 이렇게 비싸냐?”며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다.

“내가 파는 붕어빵은 대한제분에서 특별한 레시피로 만들어 맛과 질이 다른 붕어빵보다 확연히 높다. 먹어본 사람들은 멀리서 찾아올 정도로 맛있다.”

김 목사가 파는 붕어빵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는 “붕어빵은 사랑”이라고 말 할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붕어빵은 국민 간식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자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개척교회를 오랫동안 하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기 마련이다. 쉽게 전도가 되거나 부흥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정적이고 감성적이이서 잘 안 움직이는 편이었다. 그런데 붕어빵 사역을 하면서 교회 밖으로 나가보니 나 자신이 먼저 회복되고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나오게 하셨다고 생각한다.”

교회 밖으로 나온 김 목사가 만난 사람들은 스님, 무직자, 중독자들, 불신자, 정치인 등 다양하다. 특히 가정에서 버림받고, 동네에서 무시 받던 사람들이 김 목사와 함께 붕어빵을 팔면서 그들의 삶과 신앙이 회복되고 성장하는 것을 봤다.

더 감사한 것은, 붕어빵 판매로 심신이 지치고 피곤함에도 그의 신앙과 묵상, 그리고 설교는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론과 교리의 신앙에서 삶의 신앙으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 김 목사는 붕어빵 전도를 통한 간증은 물론 목회자와 평신도들에게 붕어빵 창업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하루에 한 명 이상 김 목사를 찾는다.

“전통적인 목회를 하면서 일터 사역에 대한 이해 생각이 전혀 없었고 붕어빵을 굽는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교회 합병의 기회가 무너지면서 교회의 위기감 속에서 교회의 숫적인 부흥을 위해서 처음 시작된 붕어빵 전도가 지역 전도로, 지진 이재민 봉사로, 붕어빵 판매를 통한 목회자 자활로 이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작은 붕어빵 하나의 순종을 통해서 하나님은 교회 안에만 있던 나를 교회 밖으로 세상으로 꺼내 주셨고 교회가 외면하고 있는 하나님의 세상을 선물해 주셨다.”

김 목사가 굽는 붕어빵. 김 목사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영상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내 환하게 웃던 김 목사의 표정은 그가 받은 선물이 ‘참 선물’임을 알게 했다.

“장사가 잘 되는 날엔 좀 더 팔면 수익은 나겠지만 나는 ‘목사’라는 정체성에 딱 정한 시간만 일하고 들어온다. 주변에 목사들을 보면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정말 행복하다. 교회 안에서만 머무르지 말고 교회 밖으로 나와보라고 권하고 싶다. 교회 밖에서 현장감 있고 생명력 있는 요구들을 접하면서 목회의 활력이 되면 좋겠다.”

“붕어빵은 사랑이자 행복”이라고 말하는 김 목사는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한국교회 미자립교회 목회자나 평신도들과 함께 나누기를 원한다. 현재 김 목사를 통해 10곳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 목회자의 자활과 더 나아가 이를 통해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을 돕는 일도 진행하고자 한다.

“전에는 가스로 붕어빵을 굽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현재는 전기로 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붕어빵 장사를 하며 연구해서 만든 도구로 더 쉽게 붕어빵을 만들 수 있다. 자부하건데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붕어빵을 굽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전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붕어빵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활하는 것은 물론 복음을 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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