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특집 주필이 만난 사람] 정영택 목사, “교회 절기는 믿음의 근원 지키는 신앙의 역사”
[대림절 특집 주필이 만난 사람] 정영택 목사, “교회 절기는 믿음의 근원 지키는 신앙의 역사”
  • 김유수 기자
  • 승인 2020.12.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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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는 하나님 역사의 기억
코로나는 방향전환의 기회
교회엔 정치적 책임이 있어
다음세대를 위한 헌신 요청
교회가 필요한 곳에 가야

이제 우리는 무엇보다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한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세대를 살리는 데엔 많은 방법이 있지만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다음세대를 위해 오늘세대가 희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여기로 와라’라로 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가 필요한 곳에 가야 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주님께서 믿는 자를 많아지게 하셨던 초대교회의 기본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림절은 지난해를 정리하고 예수님이 탄생을 기다리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준비하는 교회력의 첫 절기다. 정영택 목사(경주제일교회 은퇴, 예장통합 제98회기 총회장)는 매년 부활절과 대림절마다 복음적 현실 담론을 담은 묵상집을 발행하며 미래 세대로 이어져야 할 신앙의 역사를 조명해왔다. 한국교회 위기의 시간에 시작된 대림절을 맞아 정영택 목사에게 하나님의 역사인 절기의 의미를 들어봤다. -대담자 이창연 장로/ 정리 김유수 기자-

대림절 묵상집을 발간한 정영택 목사. 김유수 기자

Q. 절기마다 묵상집을 내며 크리스천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왔다. 이번 대림절 묵상집에서 집중한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절기 묵상집을 혼자 집필해 오다가 15년 전부터는 공동 집필로 묵상집을 내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절기를 강조하면 천주교 같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개신교가 그동안 절기, 예절에 너무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교회 절기는 천주교 교황의 절기가 아니라 성경에 나온 절기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백성들에게 유월절, 오순절, 장막절 등의 절기를 지키라고 하셨고, 신약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성만찬에서 나를 기억하라고 하셨다. 절기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를 감사로 기억해 지금 여기서 그 역사가 시작되게 하는 것이다.

교회 절기는 믿음의 근원을 지키는 신앙의 역사라는 생각으로 교회 절기가 교회 신앙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보고 묵상집 집필을 시작했다. 올해 묵상집은 제105회기 총회 주제인 ‘주여! 이제 회복하게 하소서’에 따라 회복에 중점을 두고 주님께 위로를 요청하는 주제로 집필했다. 이번 ‘회복’ 메시지의 실마리는 예수님께서 죄인을 부르고 구원하시며 의사가 필요한 병자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오셨다는 데서 찾았다.

Q. 올해 고난주간, 부활절과 더불어 이번 대림절, 성탄절까지도 코로나19로 인해 그 의미도 무색해지고 있다. 목회자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스갯소리로 교회가 말을 함부로 해서 말조심하라고 마스크 쓰게 하셨고, 서로 관계가 나쁘니 거리를 두게 하셨고, 손으로 부정을 많이 하니 소독제를 쓰게 하셨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는 분명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교회 지도자들은 복음적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많이들 교회의 외형적 역량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지만 그것은 교회 본질이 아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그저 약자들이 있는 곳에서 같이 사셨고, 사도 바울 또한 교회도 건물도 없이 일했다. 그러니 이런 때일수록 진짜 그리스도인을 만들 시기다. 이제 교회는 코로나 걸린 사람과 같이 살면서 그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가 이러한 방향 전환을 이룬다면, 이 위기는 복음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찬스가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교회가 이 기회를 놓치고 있다.

Q. 대림절을 맞아 크리스천들이 세상을 위해 반성하고 기도해야 할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회에게는 정치적 책임이 있다. 이는 교회가 정치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들 하지만 교회는 세상의 여러 상황과 문제마다 복음적이고 성경적인 답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 하나님의 답은 무엇일까?”, “예수님이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하며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예언자적으로 결단해야 한다. 일반 교우들은 이러한 성경적 결단이 어렵기 때문에 목회자가 대안들을 제시하고 각자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정치적 문제를 성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복음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교육목회의 책임이다.

또한 복음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있어서는 법과 원칙, 절차에 맞는가를 물어야 한다. 수없이 많은 가짜뉴스와 치우친 감정에 속지 않기 위해선 법과 원칙, 절차를 지켜야 한다. 법을 집행하는데 이익이나 감정, 정치적 고려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 주목받고 있는 많은 이슈에서 정치인들은 자기 정파 이익에 쏠려 원칙을 지키는 일을 못 하고 있다. 올바른 정치를 위해선 모두가 자기 이익을 초월해서 법과 절차만을 따라야 한다.

정영택 목사는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한국교회가 "외형에 매달리지 말고 복음적 생태를 살아갈 모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수 기자
정영택 목사는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한국교회가 "외형에 매달리지 말고 복음적 생태를 살아갈 모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수 기자

Q. 위기의 한국교회가 올해는 코로나라는 큰 재앙을 맞았다. 이 대위기에 교회는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나.

많은 단체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이벤트를 벌여왔지만 이 위기 극복을 위해 무슨 날을 만들고 이벤트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나는 이 기회에 교회 지도자들을 위한 목회 코칭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모이느냐 못 모이느냐 같은 외형에 매달리지 말고 복음적 생태를 살아갈 모판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교회 모임을 떠나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임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할 때다.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대면과 비대면을 아우르면서 목회할 수 있겠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대림절 묵상집도 대면과 비대면을 아우르는 자료다. 작은 것이지만 온 교회 교우들은 묵상집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묵상을 나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에 신경 써야지 무슨 날, 무슨 이벤트 가지고는 역부족이다.

Q. 한국교회생태운동, 교육목회실천협의회의 대표를 맡으며 은퇴 후에도 한국교회 미래세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소개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지난 5월에 한국교회생태운동에선 ‘제1회 교회개척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교회 개척이 아니라 이 시대에 어떠한 교회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했다. 또한 지난 10월엔 교회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제1회 한국교회 이미지·동영상 공모전’을 개최했다. 다음 일정으로는 앞서 강조한 목회 코칭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SNS로 홍보해서 목회중인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20명 정도의 목회자를 모집해 2박 3일 동안 1대1로 목회 코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보다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한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세대를 살리는 데엔 많은 방법이 있지만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다음세대를 위해 오늘세대가 희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은 인터넷에 중독돼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사람들을 관음증에 빠지게 했다. 특히 청소년들을 관음증과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건져 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문화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대안을 만들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청소년에 대한 문화 사업은 돈이 안 되기에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한 이 공적인 일을 위해 교회가 그 예산을 내야 한다. 교회를 극장처럼 짓지 말고 교회가 힘을 합쳐서 시장에 극장을 지어야 한다. 그곳에서 청소년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보게 해주는 건강한 문화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세대를 위해선 한국교회의 과감한 헌신이 필요하다.

Q. 전하고 싶은 바람이나 기도 제목이 있다면.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고 먼저 찾아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주위 사람들과 따듯한 인사부터 나눴으면 좋겠다. 최근 모두가 디지털과 융·복합을 얘기하는데 그럴수록 우리는 아날로그로 가야 한다. 물론 성경적 아날로그 교회와 현대인의 일상을 삶에서 어떻게 접목 시킬지는 우리의 중요한 과제다.

더불어 필요를 나누는 곳에 교회가 있었으면 한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여기로 와라’라로 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가 필요한 곳에 가야 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주님께서 믿는 자를 많아지게 하셨던 초대교회의 기본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기본에서부터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하고 기도하는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 절실하다.

정영택 목사는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한국교회가
본보 주필 이창연 장로와 정영택 목사. 김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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